[뉴욕의 한국인] 브루클린의 한국산 유니콘… '비료를 연료로' MIT 연금술

박준식 머니투데이 뉴욕 특파원 2023. 12. 26. 0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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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의 한국인 (4)] 우성훈 아모지(Amorgy) 대표

[편집자주][뉴욕의 한국인] 세계의 중심이라고 불리는 뉴욕에서 전세계를 상대로 활약하는 한국인과 한국계 코스모폴리탄들의 분투기를 찾아 고국에 전하겠습니다.

암모니아 추진 수소엔진기업 아모지는 MIT(메사추세츠공대) 출신 한국인 박사 4인방이 창업한 기업이다. 왼쪽부터 최종원 제조 담당 임원, 김현호 IP 담당 임원, 우성훈 대표, 조영석 최고기술책임자. /사진=아모지
핵폭탄보다 무서운 게 수소 폭탄이다. 러시아가 마지막으로 실험한 수소폭탄 '차르 봄바'는 2차 대전 히로시마 원자탄의 3333배 이상이었다. 수소가 차세대 에너지원이란 사실을 알게 된 계기이기도 하다. 다만 수소를 어떻게 공급할 것이냐가 문제다.

수소트럭과 수소차는 이미 현대기아차가 만들어뒀다. 세계 1위 토요타보다 낫다. 그런데 역시나 수소를 어디서 구하고 어떻게 인프라를 댈 지 답이 없다. '충전하다가 터지면 어쩌나', '충전소 건설비는 누가 대나' 등의 걱정을 하는 사이 일론 머스크가 틈새를 비집고 들어왔다. 기존 배터리를 겹쳐 만든 구식기술과 프로그래밍 신기술로 전기차를 만들고 시장을 10년새 붐업한 것이다.

하지만 전기차는 결국 한계를 드러냈다. 동네 출·퇴근은 쉬워도 장거리 여행이 어렵다. 지금처럼 한겨울엔 배터리가 두 배로 닳는다. 이제 얼리어답터 말고는 전기차를 사줄 이들이 드물다. 전기차가 오히려 환경을 더 오염시키는 아이러니도 있다. 배터리 핵심인 리튬이나 코발트를 사려면 원료를 두고 중국과 아프리카에 빌어야 한다.

결국 인류의 목적지는 수소경제다. 모터를 돌렸는데 물이 나오는 동력원이다. 환경오염이 없는 꿈의 에너지. 이 시대를 앞당기기 위해 4명의 한국인이 나섰다. 이른바 세상에서 가장 똑똑한 '공돌이들'인 MIT(메사추세츠공과대학) 출신 4인방이다. 89년생 천재 네 명이 IBM과 삼성을 박차고 나와 꽉막혔던 수소에너지 생태계를 열어젖혔다.

우성훈 아모지 대표가 지난 2년 반 동안 암모니아 추진 수소엔진 구동에 성공한 드론과 농기계 대형 트렉터를 브루클린 본사 야드에서 소개하고 있다. /사진= 박준식 머니투데이 뉴욕특파원


'열려라 참깨, 아니 비료'


수소를 얻는 방법은 세 가지다. 지금 90% 이상은 천연가스에서 빼낸다. 근데 수소 1㎏를 만들면 이산화탄소 10㎏가 생긴다. 이 때문에 '그레이 수소'라 한다. 그 다음 '블루 수소'란 방식인데 부산물로 나온 이산화탄소를 따로 가두는 것이다. 하지만 결국 환경물질이 나오는 방법이다.

마지막은 물을 분해하는 '그린 수소'다. 풍차타워나 태양광 발전으로 전기분해를 하면 환경오염이 거의 없다. 하지만 생산단가가 높고 물 분해 설비기술이 아직 초기여서 전기를 너무 많이 잡아먹는다. 차라리 전기차 생태계가 나을 지경이다.

MIT를 나왔는데 타국 기업에서 월급쟁이로 살기 아쉬웠던 우성훈은 세상을 좀 바꿔보자고 동기들을 설득했다. 실패하더라도 'MIT 출신이니 취직은 다시 할 수 있겠지' 싶은 마음에 네 명이 모였다. 그리고 기업하는 동안 서로 싸우지 말자고 지분은 25%씩 똑같이 나눴다.

네 명의 박사가 반도체와 기계공학 사이에서 헤매던 즈음 적정기술을 착안했다. 조영석 박사가 전공한 '크래킹' 기술이 수소공급의 막힌 구멍을 뚫어줄 열쇠라고 확신한 것이다. 대표적인 크래킹은 원유를 끓여 휘발유를 뽑는 과정이다. 물질을 끓여 촉매를 넣으면 구성성분이 쪼개지거나 다른 물질 두 개 이상이 나오는 '연금술'이다.

넷은 크래킹 타깃을 암모니아로 잡았다. 화학식이 NH3인 암모니아는 비료의 전구체다. 옥수수와 밀을 키우려 암모니아를 써온 미국엔 저장 및 수송 인프라가 이미 지천에 깔렸다. 암모니아에서 질산만 떼내면 수소를 얻을 수 있다. 800도 이상 데우고 촉매를 넣어 나오는 수소를 좀 수월히 바꾸면 적정기술이 될 것으로 여겼다.

이미 상용화된 기술이지만 관건은 크래커였다. 10층 건물만한 설비를 최대한 작게 줄이고 그 과정에서 환경물질인 질소산화물을 부산하지 않는 게 중요했다. 이를 해내겠다고 청사진을 만들어 전 세계 400군데 벤처캐피탈에 이메일을 돌렸다. 이 가운데 단 10개만 회신했는데 영국 AP벤처스가 300만달러로 화답했다.

2021년엔 뉴욕시가 브루클린의 네이비야드를 내줬다. 옛 조선소 땅에 세워진 창업공간이다. 여기서 하루 4시간만 자고 천착해 암모니아로 나는 드론을 만들었다. 그러자 기술 가능성을 본 아마존이 돈을 댔다. 이것으로 미국인들의 아이콘인 트랙터와 트럭을 움직였고 창업 2년 반 만인 올 상반기까지 투자금 3000억원을 얻어냈다.

우성훈 아모지 대표가 뉴욕 브루클린 본사에서 1메가와트급 수소 크래커 제작을 위한 수소분해 구동을 시연하고 있다. /=사진 박준식 머니투데이 뉴욕특파원


암모니아 + 에너지 = 아모지


사명 아모지는 암모니아와 에너지의 합성어다. 이들은 2년 반 동안 크래커를 100분의 1로 줄였고 분해온도를 절반으로 낮췄다. 쉴새없던 실험으로 촉매를 바꾼 마술이다. 기술은 트럭까지 증명했는데 돈은 배로 벌 것 같다. 선박의 디젤이 워낙 많은 공해물질을 바다에 뿌리고 다녀서다. 배를 움직이는 경유 엔진을 누군가 무공해로 바꿔준다면 모든 비용을 국가예산으로 대겠다는 선진국이 줄을 섰다.

텍사스 휴스턴에 공장을 사들인 아모지는 암모니아 추진 예인선을 만들고 있다. 이 프로토타입의 성패가 이제 유니콘(기업가치 1조원)의 데카콘(10조원) 도약을 좌우한다. 1957년에 지어진 중고 예인선의 엔진을 떼내고 1메가와트급 크래커 모듈을 심어 뉴욕 허드슨강에 띄울 예정이다.

2년 전 사람과 기술만 보고 투자한 AP벤처스와 뉴욕시, 예인선 여러대를 이미 발주한 노르웨이 선사, 전세계 에너지 관계자들이 내년 여름 허드슨 강으로 몰려들 예정이다. 선박 환경규제는 기득권이 만연한 육상운송과는 달리 변화의 바람이 거세다. 휘발유와 디젤, 하이브리드와 전기차가 뒤엉킨 육상 생태계보다 진취적이다.

아모지는 예인성이 성공하면 휴스턴 공장에서 본격적으로 같은 크기의 엔진을 연 500대 만들 계획이다. 190명인 임직원 가운데 한국인은 창업 파트너 다섯 뿐인 글로벌 기업이다. 그래서인지 자신들을 낳아준 한국에 2공장을 세울 계획도 중장기적으로 염두에 두고 있다. 한국 청년들이 금의환향 하길 기대해 본다.
박준식 머니투데이 뉴욕 특파원


박준식 머니투데이 뉴욕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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