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가오는 '푸른 용'의 해…생명의 물 다스리고 권력·호국 상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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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옛 책인 '광아'(廣雅)는 용에 아홉 가지 동물 모습이 담겨 있다고 전한다.
윤열수 가회민화박물관장은 한국민속상징사전에 실은 글에서 "상상의 동물이 가진 특징 즉, 외모의 장엄함과 화려함 그리고 물을 다스리는 능력 때문에 용은 위인과 같이 위대하고 훌륭하며 신비로운 존재에 비유돼 왔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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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 관련 지명 1천여 개…왕의 옷·장식 기와 등 다양하게 사용
(서울=연합뉴스) 김예나 기자 = '머리는 낙타와 비슷하고, 뿔은 사슴과 같고, 눈은 토끼와 같고, 귀는 소와 같고, 목덜미는 뱀과 같고…'
중국의 옛 책인 '광아'(廣雅)는 용에 아홉 가지 동물 모습이 담겨 있다고 전한다. 정확한 실체를 확인하기 어려운 상상 속 동물인 셈이다.
그러나 용은 마치 실존하는 동물처럼 예부터 우리 전통문화 곳곳에 자리해왔다.
용이 나오는 꿈을 꾸면 훌륭한 자식을 낳는다고 여겼고, 비와 바람을 다스리는 용신 혹은 용왕에게 제를 올리기도 했다. 용과 관련한 국내 지명도 1천여 개에 달한다.
엿새 뒤 새로 시작하는 2024년 갑진년(甲辰年)은 어떤 이야기를 담고 있을까.
용은 십이지(十二支) 동물 가운데 5번째이자, 유일한 상상의 동물이다.
국립민속박물관이 펴낸 '한국민속상징사전'에 따르면 용에 해당하는 진(辰)은 오전 7시부터 오전 9시까지, 방향으로는 동남동(東南東), 달로는 음력 3월을 의미한다.
용의 해 중에서도 갑진년은 청룡, 즉 푸른 용의 기운이 가득한 해를 일컫는다.
한국민속상징사전은 띠 동물의 특성과 그해 출생자의 성격과 능력을 점치는 풍속을 언급하며 "갑진생은 (대체로) 과묵하고 강직하며 재물을 모으는 능력이 좋다"고 설명한다.
용에는 다양한 의미가 얽혀 있지만, 옛사람들은 비와 물을 다스리는 강력한 힘에 주목해왔다.
용은 큰 못이나 강, 바다와 같은 물속에 살면서 비와 바람을 일으켜 비를 내리게 하는 수신(水神)으로 여겨져 왔다. 용을 뜻하는 순우리말 '미르' 역시 물과 관련이 있다.
박물관 관계자는 "우리 조상들은 농사에 필요한 물을 얻기 위해 용에게 비가 오게 해달라고 빌었고, 바다에 나가 물고기를 잡기 위해 용에게 풍어와 안녕을 기원하기도 했다"고 전했다
용은 왕이나 황제 등 최고 권력을 나타내는 상징으로도 쓰였다.
왕이 일할 때 입던 곤룡포에는 가슴과 등, 어깨에 용의 무늬를 수놓았다. 왕과 왕세자, 왕세손은 용 무늬를 쓰더라도 지위에 따라 발톱 수를 3∼5개로 차등을 두기도 했다.
윤열수 가회민화박물관장은 한국민속상징사전에 실은 글에서 "상상의 동물이 가진 특징 즉, 외모의 장엄함과 화려함 그리고 물을 다스리는 능력 때문에 용은 위인과 같이 위대하고 훌륭하며 신비로운 존재에 비유돼 왔다"고 설명했다.
나라를 지키고 보호하는 '호국'의 상징으로 여겨진 것도 용이다.
'삼국사기' 등에 의하면 신라의 30대 왕인 문무왕(재위 661∼681)은 자신이 죽은 뒤 용이 돼 동해로 침입하는 왜구를 막겠다며 동해에 묻어달라는 유언을 남겼다고 전한다.
이런 용의 의미는 건물, 그림, 도자기 등 일상 곳곳에 깃들어 있다.
조상들은 건물 지붕 중앙에서 가장 높은 곳에 있는 평평한 마루를 '용마루'라 부르며 용머리 모양 기와를 장식해 나쁜 기운을 몰아내는 '벽사' 의미를 강조했다.
죽은 이를 떠나보내는 상여 앞뒤 또는 상단에는 용 장식을 꾸몄고 바다를 관장하는 용왕이나 용궁 부인을 그린 다양한 그림을 남기기도 했다.
국립민속박물관은 이처럼 용에 얽힌 다양한 상징과 의미를 소개하는 전시를 열고 있다.
'용(龍), 날아오르다' 전시에서는 두 마리 용이 구름 사이로 솟아오르는 모습을 담은 항아리부터 용왕에게 비를 내려달라고 기원할 때 쓴 제문 등 70여 점을 선보인다.
갑진년을 상징하는 청룡 관련 전시품도 눈여겨볼 만하다.
1983년 프로야구 후기 리그전에 참가한 'MBC 청룡'의 추억을 느낄 수 있는 야구공과 딱지, 우리나라 최초의 롤러코스터인 '청룡 열차' 체험 코너를 만날 수 있다.
yes@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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