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 고증과 ‘돈 아깝지 않은’ 영화[취재 후]
마지막으로 영화관을 찾은 것이 언제인지 기억도 나지 않습니다. 코로나19 확산 이후 넷플릭스 등의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를 이용하기 시작하며 영화관을 갈 일이 없었습니다. 편안한 집을 두고 영화관에서 두 시간 넘게 앉아 있는 일 자체가 굉장히 비효율적으로 느껴졌습니다. 무엇보다 그동안 시선을 잡아끌 만큼 궁금한 영화가 없었습니다.
<서울의 봄>은 거의 3년 만에 자발적으로 영화관을 찾게 한 작품이었습니다. ‘소재’ 때문이었습니다. 대학원 시절까지 한국 정치사를 배웠지만 아무리 기억을 되짚어봐도 12·12 군사반란만 오롯이 들여다본 적이 없었습니다. 영화가 입소문을 탄 후 관련 논문을 찾아봤지만 딱히 보이지 않았습니다. 역사 전공자에게도 물어봤습니다. “교수님들이 1980년대에 학창 시절을 보낸 분들이 많아서 아직 그 시절을 연구해야 할 역사라고 생각하지 않는 것 같다”는 재미있는 이야기가 돌아왔습니다. 어떤 측면에서 12·12 군사반란은 한국인이라면 누구나 알지만, 누구도 잘 모르는 역사가 돼 있었던 겁니다.
영화는 그날 있었던 일을 시간순으로 보여줬습니다. ‘어떻게 이렇게 상세하게 고증했을까’를 추적하면서 2018년 경향신문이 입수해 보도한 <제5공화국 전사>라는 책이 있다는 사실도 알게 됐습니다. <서울의 봄>이 허투루 만든 영화가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 됐고, 감독과 작가가 새삼 달리 보였습니다. 그런데 사실, <서울의 봄>을 보고 나서도 ‘고증을 잘했다’거나 ‘이 영화의 의미가 무엇인가’ 등의 생각이 즉각적으로 떠오르지는 않았습니다. 그보다는 ‘재미있다’, ‘돈이 아깝지 않다’는 만족감이 먼저였습니다. 기자가 느낀 이 단순한 감상 역시 무려 1000만명의 관객을 영화관으로 불러들인 중요한 요소 중 하나가 아닐까 싶습니다.
영화는 한국인이 가장 즐기는 ‘오락’거리입니다. 갖가지 해석을 낳는 의미 있는 걸작도 좋지만 <서울의 봄>처럼 일단 ‘돈 아깝지 않은’, ‘재미있다는 생각이 드는’ 작품이 더욱 많아졌으면 좋겠습니다.
김찬호 기자 flycloser@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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