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조건 넣어" 서류 탈락했는데 최종 합격…'채용비리' 이상직 또 실형
범행 횟수만 184회…재판부 "공정한 경쟁 채용 아냐"
[편집자주] 다사다난했던 2023년이 며칠 남지 않았다. 올해 전북은 세계스카우트 잼버리 파행과 새만금SOC 예산 삭감 등으로 그 어느 때보다 어려운 한 해를 보냈다. <뉴스1전북취재본부>는 올 한 해 전북을 뜨겁게 달군 10대 뉴스를 선정해 3일에 걸쳐 나눠 싣는다.
(전주=뉴스1) 김혜지 기자 = 이스타항공 창업주이자 정치인으로 승승장구했던 이상직 전 국회의원의 몰락이 계속되고 있다. 이 전 의원은 최근 '이스타항공 채용비리' 사건으로, 또 다시 실형을 선고 받았다.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 이사장과 국회의원 시절에도 이스타항공 경영에 관여하면서 채용 비리를 저질렀다는 법원 판단이 나온 것이다.
이 전 의원은 "민간 기업이 지역 인재 채용에 기여했기 때문에 오히려 상 줘야할 일이다"며 혐의를 전면 부인했었다. 하지만 1심 재판부는 "사기업에 채용의 자유는 보장돼 있지만 그 재량의 범위가 무제한적으로 확장될 수는 없다"며 이 전 의원에게 징역 1년 6개월을 선고했다.
◇ 경찰 2차례 불송치…전주지검 강제수사 착수
이 사건은 사법시험준비생모임(사준모)이 지난 2021년 4월 이 전 의원과 이스타항공 최종구·김유상 전 대표 등을 업무방해와 수뢰후부정처사, 배임수재, 뇌물공여 등 혐의로 대검에 고발하면서 수면 위로 드러났다.
그러나 사건을 맡은 서울 강서경찰서는 '증거 불충분' 등을 이유로 지난해 3월과 7월 두 차례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이에 서울남부지검은 지난해 7월22일 이스타항공 배임·횡령 의혹 등을 수사 중인 전주지검에 이 사건을 이첩했다.
전주지검은 두 달 뒤 강제 수사에 착수했고, 결국 이 전 의원을 업무방해 혐의로 지난해 11월1일 구속 상태로 재판에 넘겼다.
◇ "무조건 넣어"… 231등이 커트라인인데 755등 '합격'
이 전 의원은 2015년 11월부터 2019년 3월까지 이스타항공 직원 600여명 채용 과정에서 청탁받은 지원자 147명(최종 합격 76명)을 합격시키도록 인사 담당자들에게 지시한 혐의로 기소됐다.
검찰의 공소장에 따르면 이 전 의원은 최·김 전 대표에게 자신이 청탁받은 지원자들의 이름, 생년월일, 지원번호 등을 알려줬고, 최·김 전 대표는 인사팀 직원에게 해당 지원자들을 직접 언급해 무조건 합격시키도록 지시를 내렸다. 이 전 의원은 최·김 전 대표가 직접 청탁받은 사람도 합격자에 포함하도록 승인했다.
인사팀 직원들은 이들 지시에 따르지 않으면 인사·보직 등에서 불이익받을 것을 우려해 추천인란에 '대표이사', '부사장', '○○○ 보좌관' 등을 명시해 청탁 지원자들을 특별 관리했다.
그 결과 객실 승무원 1차 면접 대상자 커트라인이 231등이었는데도 755등인 지원자가 합격했고, 신입 부기장 필기 전형 대상자에 커트라인(152등)에서 벗어난 183등이 합격했다. 서류 전형에서 토익 스피킹 기준 점수(레벨 4)를 갖추지 못하거나 기준 연령(1991년생 이하)에 해당하지 않는 지원자 상당수도 서류 전형에 합격했다.
검찰은 이 전 의원 등이 서류 심사와 1·2차 면접 과정에 여러 차례 부정하게 개입한 사실을 포함하면 범행 횟수만 총 184회에 달하는 것으로 판단했다.
◇ 재판부 "공개 채용 균등한 기회로…업무방해 해당"
1심 재판부을 맡은 전주지법 형사4단독(부장판사 김미경)은 지난 12월13일 업무방해 혐의로 기소된 이 전 의원에게 징역 1년 6개월, 최 전 대표에게는 징역 1년 2개월에 집행유예 2년, 김 전 대표에게는 징역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이상직은 국회의원으로서 이스타항공에 재직하지 않던 시기에도 이스타항공 월간 회의에 부정기적으로 참석했고, 관련자들도 일관되게 '인사의 최종 결정은 이상직이 했다'고 진술하고 있다"며 "공개 채용 절차에서는 균등한 기회가 제공돼야 하고, 동일한 조건 하에선 공정한 경쟁 과정을 통해 그 채용 여부가 결정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재판부는 양형과 관련해 "이 사건의 실질적인 피해자는 회사와 인사 담당자가 아니라 일정한 기준을 충촉해 지원서를 썼는데도 불합격한 일반 지원자들"이라며 "2017년 하반기 사기업 은행권의 부정 채용이 이슈화돼 사회 통념상 채용의 공정성은 매우 중요한 가치가 됐는데도 피고인들은 이를 위배해 엄한 처벌이 불가피하다"고 판시했다.
◇ 의원직 잃은 이상직 올해 배임 징역 6년 확정…재판·수사는 여전히 진행 중
이 전 의원은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기소돼 지난해 5월 징역 1년4개월에 집행유예 2년이 확정되면서 의원직을 잃었다. 이후 이스타항공 수백억원대 횡령·배임 혐의로 기소돼 올해 4월 징역 6년을 확정받아 전주교도소에서 수감 중이다.
하지만 이 전 의원은 현재까지도 각종 사건에 휘말려 재판이 진행 중이거나 검찰 수사를 받고 있다.
이 전 의원과 최 전 대표는 2016년 7월 이스타항공 직원 채용 과정에서 국토교통부 소속 모 공항출장소 항공정보실장 A씨로부터 항공기 이착륙 편의를 봐주는 대가로 그의 자녀를 이스타항공 정규직으로 채용한 혐의(뇌물공여)로 기소돼 현재 1심 재판을 받고 있다.
또 이 전 의원은 박석호 타이이스타젯 대표와 공모해 이스타항공 자금 71억원으로 태국 저가항공사 타이이스타젯을 설립, 회사에 손해를 끼친 혐의(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상 배임) 등으로 기소돼 재판이 진행 중이다.
검찰은 이 사건과 관련해 지난 6일 전주지법 제11형사부(부장판사 노종찬) 심리로 열린 결심공판에서 이 전 의원에게 징역 7년, 박 대표에게는 징역 3년에 벌금 1억원을 구형했다. 이 전 의원 등에 대한 선고 공판은 내년 1월24일에 열린다.
이 밖에도 이 전 의원은 문재인 전 대통령 사위였던 서모씨 타이이스타젯 특혜 채용 의혹으로 현재 검찰 수사를 받고 있다. 타이이스타젯은 이 전 의원이 실소유주 의혹을 받는 태국 저비용 항공사다.
iamgee@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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