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가 세림이법을 지우려 한다[오늘을 생각한다]

2023. 12. 26.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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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11월 10일 국회에서 이태규 의원(국민의힘·비례)이 주최하고 한국학원총연합회와 대한태권도협회가 공동 주관한 ‘어린이통학차량 문제점과 개선방안 토론회’가 열렸다. 이는 ‘세림이법’이라 불리는 도로교통법상 어린이통학버스 보호자 동승 의무 조항을 개악하기 위한 토론회로, 2013년 3월 충북 청주시에 살던 김세림 어린이(당시 3세)가 어린이집 통학버스 사고로 사망한 지 10년 만에 국회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이다. “박근혜 대통령님께, (중략) 어린이집 원장님은 얼굴도 모르는 지입차 기사를 고용하고, 차량은 색깔만 노란색일 뿐이었고, 기사는 차 근처에 누가 있는지 확인도 안 하고 차를 출발시켰습니다. (중략) 숨을 쉴 때도 밥을 먹을 때도 세림이가 아른거려요. 부디 아이의 죽음이 헛되지 않게 꼭 도와주세요.” 사고 직후 김세림 어린이의 아버지는 대통령에게 편지를 보냈다. 당시 국회에는 어린이통학버스 규제 강화 법안 13건이 계류 중이었고, 사고 이후 13건이 추가로 발의됐다. 같은 해 12월 31일 국회 본회의에서 위 26개 법안을 반영한 도로교통법 개정안 대안이 통과됐으니 바로 세림이법이다.

토론회에 참석한 김교흥 행정안전위원장(더불어민주당·인천 서구갑)은 2021년 7월 이미 어린이통학버스 동승자 탑승 의무를 현행 13세에서 ‘8세 미만 또는 10인 이상’으로 완화하는 도로교통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 동승자 고용 여력이 없는 영세한 학원 등이 어린이통학버스 운행을 중단하고, 이에 따라 운전기사들은 실직하고 학원에 다니는 어린이와 학부모가 불편을 겪고 있다고 발의 이유를 내세웠지만, 초등학생 10인 미만 승차 시 동승자 의무 해제는 기사도, 학부모도 아닌 위 토론회의 공동주관 단체 한국학원총연합회와 대한태권도협회의 숙원일 뿐이다. 이 법안의 공동발의자는 더불어민주당 강득구, 강준현, 김수흥, 문정복, 박상혁, 윤관석, 윤준병, 이성만, 조응천 의원이니 총선까지 반드시 기억해 주시기를 바란다. 위 토론회는 21대 국회 종료에 따라 해당 법안이 임기 만료 폐기되지 않도록 법안 통과에 박차를 가하는 자리였다. 실제로 토론회 직후 11월 21일과 12월 4일에 행안위 법안심사소위에서 해당 법안을 심사했다. 회의에 출석한 조지호 경찰청 차장은 “8세에서 13세까지 어린이들이 종합적인 교통 여건을 판단해 행동하기를 기대하기 어려우므로 동승자가 꼭 필요하다는 입장은 변함없다”라고 발언했고, 오영환 민주당 의원 또한 적극적인 반대 토론을 펼쳤지만, 김용판 소위원장(국민의힘·대구 달서구병)은 8세 대신 10세 미만으로 절충하거나 기계 장치를 도입하는 등의 내용을 담은 수정안을 채근했다.

2022년 1월 제주에서 아홉 살 어린이가 동승자 없는 학원 차량 문에 외투가 끼는 사고로 사망했다. 세림이법을 없앨 때가 아니라 세림이법이 지켜지도록 단속을 강화해야 한다. 나도 내 딸도 김세림 어린이에게 생명과 안전을 빚졌다. 세림이법 개악을 막는 일은 우리 몫의 의무다.

장하나 ‘정치하는엄마들’ 활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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