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와 기회 동시에… 숨 고르기 들어간 K-배터리

김동욱 기자 2023. 12. 26. 06: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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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S리포트 - 아듀! 계묘년… 불황에도 잘 버틴 K-산업 (1부)] ④성장 속도 둔화… 기초체력 강화 '집중'
올 상반기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혜택으로 실적 개선에 성공한 배터리업계가 하반기 들어 주춤했다. 사진은 배터리를 선보이는 LG에너지솔루션 연구원. /사진=LG에너지솔루션
▶기사 게재 순서
①수출, 장기 부진 뚫고 플러스 전환… 회복세 이어간다
②바닥 찍고 희망 봤다… 올라갈 일만 남은 K-반도체
③역대급 실적 보인다… K-조선, 부활 뱃고동
④위기와 기회 동시에… 숨고르기 들어간 K-배터리
⑤유가에 울고 웃은 정유업계… 탈정유 먹거리 확보 나서
국내 배터리 업계에게 2023년은 위기와 기회가 함께 찾아온 해였다. 올 상반기부터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세액공제 혜택이 주어지며 실적 개선을 이뤘으나 하반기에는 전기차 수요 부진 등의 영향으로 성장세가 꺾였다. 주요 배터리 업체들은 저가 시장 공략을 통해 영향력을 넓히고 차세대 배터리 기술 확보에 집중할 계획이다.


상반기 IRA '방긋'… 하반기 수요 부진 '주춤'


미국에 공장을 보유한 국내 배터리 업체들은 올 상반기부터 IRA에서 규정한 첨단세액공제(AMPC) 혜택을 받았다. 미국 미시간주와 오하이오주에서 공장을 운영 중인 LG에너지솔루션은 AMPC로 인해 올 상반기 영업이익이 2112억원 늘어났다. 같은 기간 미국 조지아주에 공장이 있는 SK온의 AMPC 수혜금액은 1670억원에 달한다. AMPC는 미국 공장에서 전기차 배터리를 생산할 경우 킬로와트시(kWh)당 셀 35달러, 모듈 10달러의 보조금을 제공한다. 셀과 모듈을 모두 생산하면 보조금은 총 45달러로 오른다.

IRA는 국내 업체들의 실적 개선으로 이어졌다. LG에너지솔루션은 올 상반기 매출 17조5206억원, 영업이익 1조938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86.1%, 영업이익은 140.1% 상승했다. 지난해 상반기에는 매출 9조4129억원, 영업이익 4545억원을 거뒀다. SK온은 같은 기간 매출이 174.8%(2조5479억원→ 7조14억원) 오르고 영업손실은 16.5%(5716억원→ 4771억원) 줄었다.

하반기 들어서는 위기가 찾아왔다. 글로벌 경기 침체 등의 요인으로 주요 시장인 미국·유럽에서 전기차 전환 속도가 늦춰졌다. 주요 고객사들이 전기차 생산 계획을 보수적으로 설정한 탓에 공급 조정 가능성이 생겼다. 국내 업체들의 핵심 제품인 하이니켈 배터리에 사용되는 니켈 가격이 1년 사이 40% 이상 하락한 것도 타격이다. 배터리업계는 통상 원자재 가격과 배터리 판가를 연동하는 방식으로 계약을 맺는다. 원자잿값 하락이 곧 수익성 악화로 이어지는 것. 업계는 제품 수요 부진과 원자잿값 하락이 2024년에도 지속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위기는 성장 둔화로 이어졌다. LG에너지솔루션의 올 3분기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8조2235억원, 영업이익 7312억원이다. 매출이 전분기(8조7735억원)보다 6.3% 줄며 지난해 1월 유가증권시장(코스피) 상장 이후 처음으로 역성장했다. 영업이익은 같은 기간 58.7% 늘었는데 올 2분기 일회성 충당금(1510억원)이 발생한 게 주효했다. 일회성 충당금이 발생하지 않았을 경우 LG에너지솔루션의 영업이익 상승률은 10%대에 그친다. SK온은 같은 기간 매출이 14.2%(3조6961억원→ 3조1727억원) 축소됐고 적자를 이어갔다.


LFP 배터리도 제작… 미래 먹거리 준비까지


LG에너지솔루션의 원통형 배터리. /사진=LG에너지솔루션 제공
국내 업체들은 저가 시장 공략으로 돌파구를 마련할 방침이다. 글로벌 주요 완성차업체들이 가격 경쟁력 확보를 위해 저렴한 배터리를 찾고 있어서다. LG에너지솔루션은 니켈과 코발트 함량을 떨어트려 가격을 낮춘 고전압 미드니켈 니켈·코발트·망간(NCM) 배터리를 2025년 양산할 계획이다. NCM 등 기존 삼원계 배터리보다 가격이 싼 전기차용 리튬인산철(LFP) 배터리는 오는 2026년 생산한다.

SK온은 LFP 배터리 개발을 완료하고 고객과 공급 관련 논의를 하는 중이다. 고객 요구에 맞춰 양산 계획을 구체화할 예정이다. SK온은 지난 3월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배터리 전시회 '인터배터리 2023'에서 국내 배터리 업체 중 최초로 전기차용 LFP 배터리 시제품을 공개했다. 국내 업체 중 LFP 배터리 개발에 가장 적극적인 것으로 전해진다.

차세대 배터리 개발에도 힘 쏟는다. LG에너지솔루션은 최근 카이스트(KAIST)와 함께 리튬메탈전지 원천기술을 확보했다. 리튬메탈전지는 기존 흑연계 음극재를 리튬메탈로 대체해 에너지 밀도를 높인 차세대 배터리다. LG에너지솔루션과 KAIST가 개발한 기술을 적용하면 1회 충전 주행거리가 50%가량 상승(600㎞→ 900㎞)하고 충·방전 효율과 수명도 개선할 수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은 KAIST와의 협업을 지속해 리튬메탈전지 상용화를 이루겠다는 목표다.

SK온은 단국대학교와 세계 최고 수준의 리튬이온전도도(전해질 내 리튬이온의 이동속도)를 갖춘 산화물계 고체 전해질을 개발했다. 리튬이온전도도가 높을수록 배터리 출력이 커지고 고속으로 충전된다. 해당 고체 전해질은 일명 '꿈의 배터리'로 불리는 전고체 배터리에 사용 가능하다. 전고체 배터리는 양극과 음극 사이에 있는 전해질을 고체로 구성한 게 특징이다. 기존 액체 전해질보다 폭발·발화 특성이 낮아 안전성이 우수하고 화재 위험이 적다. SK온은 내년 완공을 목표로 대전 배터리연구원에 건설 중인 차세대 배터리 파일럿 플랜트를 이용해 기술 확보 속도를 높일 전망이다.

김동욱 기자 ase846@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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