닮은듯 다른 韓·EU 플랫폼법…사전규제 같지만 범위·강도 차이
'작위 의무'까지 부과하는 EU…전세계 매출 기준으로 과징금 산정
(세종=연합뉴스) 박재현 기자 = 공정위가 입법 추진 중인 '플랫폼 공정경쟁촉진법(플랫폼법)'은 지배적 사업자에 대한 사전 지정과 감시를 골자로 한다는 점에서 유럽연합(EU)의 디지털시장법(DMA)와 유사하다.
다만 규제 대상과 제재 수위, 의무 부과 내용 등 세부적인 사항에 있어서는 차이점도 상당하다.
지배적 사업자 사전 지정해 금지행위 규정…입증 책임도 사업자에
26일 관가에 따르면 EU DMA와 공정위의 플랫폼법의 가장 큰 공통점은 플랫폼 시장별로 독점적 지위를 가진 지배적 사업자를 '사전 지정' 한다는 것이다.
이는 독점력 확신이 빠른 플랫폼 시장에서 '뒷북 제재'를 막기 위해 고안된 방식이다.
플랫폼 시장은 '승자 독식'의 경향이 빠르고 뚜렷하게 나타난다. 경쟁에서 이긴 1위 업체가 영향력을 바탕으로 시장을 빠르게 독점하고, 나머지 업체들은 사실상 고사해 시장에서 퇴출당하는 흐름이 대부분의 시장에서 비슷하게 나타나 왔다.
이런 상황에서 시장 획정부터 지배적 지위 판단까지 절차가 오래 소요되는 기존 방식으로는 플랫폼 시장의 경쟁 저해 행위에 제대로 대응할 수 없다는 게 공정위와 EU 경쟁 당국의 판단이다.
이에 지배적 사업자들과 주요 금지 행위들을 미리 정하는 사전 지정 방식으로 제재 절차에 드는 시간을 줄이고, 신속한 제재를 통해 시장 경쟁을 회복시키겠다는 게 플랫폼법과 DMA의 핵심적인 취지다.
사전 지정된 사업자의 '금지 행위'를 미리 명시한다는 점도 DMA와 플랫폼법의 공통점이다. 멀티호밍과 최혜대우, 자사우대, 끼워팔기 등 시장 지배력을 이용한 대표적인 반칙행위 유형을 사전에 규정하고, 적발 시 정해진 기준에 따라 제재를 부과하는 방식이다.
입증 책임이 경쟁 당국이 아닌 플랫폼 기업에 있다는 점도 두 법이 같다. 사전에 정해둔 '금지 행위'가 적발되면 원칙적으로 제재가 부과되고, 제재를 피하려면 소비자 후생 증대가 있거나 경쟁 제한성이 없는 등의 정당한 이유가 있었다는 사실을 사업자들이 입증해야 하는 구조다.
자국 기업 보호 성격 강한 DMA…작위 의무도 부과
EU DMA와 플랫폼법은 차이점도 상당하다. 사전지정과 규제라는 큰 틀은 같지만, 규제의 범위나 제재 수위, 의무 부과 정도 등에서는 다른 점이 많다.
우선 EU DMA에서 지배적 사업자로 지정된 기업들은 모두 EU 소속이 아닌 외국 기업이다. EU 내 대부분의 플랫폼 시장은 구글, 메타, 애플 등 미국에 기반을 둔 기업들이 지배하고 있으며, 자국 플랫폼 기업들이 좀처럼 힘을 쓰지 못하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결과적으로 EU DMA는 '자국 기업 보호 법안'의 성격을 띤다. 다만 향후 EU 기업들이 성장해 지배적 사업자가 된다면 규제 대상에 새롭게 포함될 가능성은 있다.
반면 공정위의 플랫폼법에서는 카카오와 네이버 등 다수의 국내 기업이 지배적 사업자로 지정될 것으로 관측된다.
또한 EU DMA는 지배적 사업자로 지정된 기업에 여러 가지 '작위 의무'도 부과한다. 금지 행위로 규정된 '하지 말아야 하는 의무' 외에도 사용자가 플랫폼에서 판매하는 조건과 다른 조건으로 제3의 플랫폼에서 동일한 제품을 판매할 수 있도록 허용하거나, 사용자들이 생산한 데이터에 접근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하는 등 '해야 하는 의무'가 생긴다는 것이다.
반면 공정위가 발표한 플랫폼법의 초안에는 사업자에게 작위의무를 부과하는 내용은 담기지 않았다.
제재 강도도 차이가 있다. EU DMA는 의무를 위반한 지배적 사업자에 대해 전년도 전 세계 매출액의 10% 이내에서 과징금을 부과하고, 반복되는 경우 한도를 20%까지 늘릴 수 있도록 했다.
EU 내에서 벌어진 부당 행위에 대해 전 세계 매출액을 기준으로 과징금을 매기는 엄격한 제재 기준을 마련한 것이다.
반면 공정위의 플랫폼법에서 이 같은 방식의 무거운 과징금 부과는 사실상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공정위는 앞서 입법 추진 계획을 밝히면서 기존 공정거래법을 준용해 제재 규정을 마련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traum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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