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는 싸게, 인도는 비싸게'…현대차의 맞춤형 가격전략, 왜?
IRA 보조금 규제탓 가격경쟁력 확보 차원
인도는 내년 1월 1일부로 일제히 가격 인상
글로벌 인플레이션 탓 원가부담 반영
[이데일리 김성진 기자] 최근 러시아 공장 매각 결정과 함께 글로벌 시장 새 판 짜기에 돌입한 현대자동차가 지역별로 서로 다른 가격전략을 앞세워 시장 공략에 나선다. 치열한 전기차 경쟁이 펼쳐지는 미국 시장에서는 전기차 판매가를 낮춰 점유율 확대를 노리면서도 엄청난 속도로 시장을 확장하고 있는 인도에선 반대로 가격을 높여 수익성을 확보하는 식이다.
신형 코나 일렉트릭, 미국서 가격 인하
25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는 지난 11일 미국 현지에 소형 스포츠유틸리티차(SUV) 코나 일렉트릭을 출시하고 본격적으로 판매를 시작했다. 지난 4월 국내 시장에 먼저 출시된 이 차량은 5년 만에 완전변경(풀체인지)을 거친 2세대 코나의 전기차 모델로 미래지향적인 디자인과 상대적으로 긴 주행거리가 강점으로 평가받는다.
다른 두 개의 상위트림 역시 1세대 모델보다 가격이 내려갔다. 중간 트림인 SEL트림은 3만6675달러에서 3만7300달러로 625달러 낮아졌고 최상위 트림인 리미티드 트림은 4만1550달러에서 4만1045달러로 105달러 떨어졌다. 이 두 트림의 경우는 동력성능과 배터리 용량이 이전 모델과 동일한 데도 오히려 구형보다 더 낮게 가격이 설정된 것이다.
이처럼 현대차가 신형 코나 일렉트릭의 북미 시장 가격을 공격적으로 책정한 이유로는 미국의 인플레이션감축법(IRA)에 대응하기 위한 전략 때문이란 분석이 나온다. 바이든 미 행정부는 중국산 저가 전기차의 무분별한 유입을 막고 자국 산업 발전을 위해 미국 내에서 최종 조립된 전기차에 한해서만 최대 7500달러(약 980만원)의 보조금을 제공하기로 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그런데 보조금 지급 대상 차종에 현재 현대차가 생산하는 전기차가 모두 빠지며 당분간은 경쟁사에 비해 가격경쟁력에서 밀릴 수밖에 없는 상황에 처했다.
게다가 최근 들어 전기차 시장 성장세가 둔화하는 것도 문제다. 한국자동차모빌리티산업협회(KAMA)에 따르면 글로벌 전기차 시장은 올 들어 3분기까지 전년 동기 대비 35.2% 성장한 것으로 나타났다. 여전히 성장세를 이어가긴 했지만 지난해 67.3%의 성장을 기록한 것에 비하면 그 폭이 확 줄어들었다. 현대차는 전기차 인기가 줄어든 마당에 시장을 지키기 위해 이 같은 판단을 한 것으로 보인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미국 현지 IRA 장벽을 고려한 현대차의 현실적인 결정”이라며 “특히 코나EV는 현대차의 대표 전기차로서 가격 경쟁력이 중요한 차종”이라고 말했다.
인도서는 내년부터 일제히 가격 인상
반면 현대차는 인도에서는 오히려 판매차종 가격을 모두 인상하는 판단을 내렸다. 최근 현대차 인도법인은 오는 2024년 1월1일부터 차량 가격을 일제히 인상하기로 결정했다. 현대차 인도법인은 보도자료를 통해 “제조원가 부담이 늘어난 탓에 판매가격을 인상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현대차의 이번 가격 인상은 인도 시장에서 거침없이 판매를 확대해온 자신감이 바탕이 된 것으로 보인다. 현대차는 올 들어 지난 11월까지 인도 내수 시장에서 총 55만9361대를 판매해 전년 동기 대비 판매량을 8.9% 늘렸다.
김성진 (jini@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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