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장 일 갑자기 늘면 ‘이것’ 가능”…바뀐 ‘주 52시간 해석’에 기업 숨통

이윤식 기자(leeyunsik@mk.co.kr) 2023. 12. 26. 0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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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 ‘주간 실제 근무시간-40시간’ 계산식
정부 “기존 해석 변경 여부 신중히 검토 중”
해석 변경시 ‘불기소 의견 송치’ 많아질듯
‘일시 몰리는 물량 해소 가능’ 경영계 관심
[사진=연합뉴스]
근로자 A씨가 매주 월·수·금요일 3일 출근해 하루 15시간씩 야근을 했을 경우 그동안 고용부는 하루씩 추가된 근로시간을 합한 연장근로시간이 21시간으로 법정한도인 12시간을 초과하는 것으로 판단했다. 주52시간제 위반이라는 것이다. 이번에 대법원 판결은 실제 주간 근로시간은 45시간으로 법정 근로시간을 5시간만 초과해 위반이 아니라고 판단한 것이다.

이처럼 대법원이 주 52시간제 위반과 관련된 종전 정부의 판단보돠 완화된 기준을 제시하면서 정부도 후속 작업에 착수했다. 고용노동부는 ‘하루 당 연장근로시간 주간 합산이 12시간을 넘기면 주 52시간제 위반’이라는 기존 행정해석을 변경할지 검토하고 있다.

25일 매일경제 취재에 따르면 고용부는 지난주께 연장근로시간 한도 초과와 관련한 근로기준법 행정해석을 변경하는 방안에 대해 검토 작업에 착수했다. 대법원 2부(주심 민유숙 대법관)는 지난 7일 주 52시간제와 관련해 기존 고용부 행정해석과 배치되는 판결을 내놨는데, 고용부는 해당 판결 내용을 최근 파악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법원은 해당 판결에서 근로기준법에 1일 8시간을 초과하는 연장근로시간의 1주간 합계에 관해 별도 정하고 있는 규정이 없다는 점을 지적했다. 대법원은 “가산임금 지급 대상이 되는 연장근로와 1주간 12시간을 초과하는 연장근로의 판단 기준이 동일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근로기준법이 ‘1일 8시간을 초과’하거나 ‘1주간 40시간을 초과’하는 연장근로에 대해서는 통상임금의 50% 이상을 가산한 임금을 지급하도록 한 것을 가지고 주 52시간제 ‘일 단위 초과’ ‘주 단위 초과’ 기준 근거로 삼을 수 없다는 취지다. 대법원은 “1주간 40시간을 초과한 근로시간을 기준으로 하는 방식이 타당하다고 최초로 판단했다”며 이번 판결의 의의를 강조했다.

고용부는 그간 연장근로시간과 관련해 ‘일 단위 초과’ ‘주 단위 초과’ 등 두 가지 잣대를 함께 적용해 주 52시간 근무제 위반 여부를 따져왔다. 연장근로시간(하루 8시간 초과분)을 주 단위로 합산해서 법정 연장근로 허용 기준인 12시간을 넘거나, 모두 주 52시간 위반이라고 판단한 것이다. 그런데 최근 대법원 판결에 따르면 한 주의 실제 근로시간에서 법정 근로시간(40시간)을 뺀 것이 12시간을 넘었을때만 위반이라는 것이다.

고용부가 행정해석을 변경할 경우 주 52시간제 위반 혐의 사건 상당수가 불기소 의견 송치 처분될 것으로 보인다. 근로기준법 위반 사항은 각 지방고용노동청 소속 근로감독관이 특별사법경찰관리로서 초기 수사를 하고 기소의견이나 불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한다. 고용부 관계자는 “주 52시간제 위반은 형사처벌 사안인데 고용부가 계속 기소를 한다고 해도 법원에서 받아 들여주지 않으면 의미가 없다”며 “전문가 의견과 현장 조사 의견 등을 청취한 뒤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만일 해석 변경을 결정할 경우 고용부로서는 시행령이나 시행규칙 개정 없이 변경된 해석을 전국 지방고용노동청에 배부함으로써 처리가 가능하다. 다만 이번 판결이 관련 첫 판결인데다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이 아닌 소부 판결이라는 점은 고용부의 해석 변경을 고민케 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이번 판결이 산업계와 노동계에 미칠 후폭풍에도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오태환 법무법인 화우 노동그룹장(파트너 변호사)은 “기업 입장에서는 제조업 생산직을 중심으로 생산 물량이 갑자기 몰릴 때 특정 요일에 근로를 늘리고 다른 요일에 쉬게 해주는 식으로 탄력성있게 운용할 여지가 생겼다”고 설명했다. 반면 한국노총은 논평을 내고 “이번 판결은 1일 8시간을 법정노동시간으로 정한 취지를 무색하게 만들었다”며 “시대착오적이며 쓸데없는 혼란을 자초한 판결”이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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