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봄’은 33일만에 천만 관객 모았지만…영화계 봄은 아직 [SS무비]

함상범 2023. 12. 26. 0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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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달 22일 개봉한 영화 '서울의 봄'이 개봉 33일만에 1000만 관객을 돌파했다.

'서울의 봄'이 희망을 쐈지만, 영화계는 여전히 방심할 단계는 아니라고 입을 모은다.

한 영화관계자는 "'서울의 봄'이 아니었으면 한국 영화산업은 정말 큰일 날 뻔했다. 여전히 위기는 꾸준히 존재한다. 좋은 영화를 만들면 관객들이 극장을 찾는다는 가설을 입증했을 뿐이다. 영화계가 천운처럼 주어진 이 기회를 놓치지 말고, 관객들의 욕구를 만족시켜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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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의 봄’ 스틸컷. 사진 | 플러스엠엔터테인먼


[스포츠서울 | 함상범기자] 지난 달 22일 개봉한 영화 ‘서울의 봄’이 개봉 33일만에 1000만 관객을 돌파했다. 지금과 같은 화력이라면 1200만 능선도 돌파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시리즈가 아닌 작품으로는 ‘기생충’ 이후 4년 만의 1000만 영화다.

올 한해 한국영화계 한파가 몰아치면서 흥행 실패에 대한 분석이 많았다. 불문율처럼 지켜진 홀드백 기간이 깨지면서 관객이 극장에서 영화를 볼 이유가 없어진 점, 영화관 서비스가 나빠진 점, OTT 등 플랫폼 다양화로 대체제가 늘어난 점 등이 꼽혔다. 그 중에서도 영화의 완성도가 떨어지는 게 가장 큰 이유로 꼽혔다.

그런 가운데 ‘서울의 봄’은 작품성이 월등히 좋은 작품은 관객을 극장으로 불러 들일 수 있다는 희망을 줬다. 영화계에서는 ‘서울의 봄’ 흥행 이유로 작품성, 홍보 마케팅, 입소문, 전략적인 개봉 등 모든 방면에서 손발이 짝짝 맞은 데서 비롯됐다고 입을 모은다.

당초 ‘서울의 봄’의 목표는 400만 언저리였다. ‘서울의 봄’ 관계자들은 손익분기점만 넘겼으면 하는 바람이었다. 영화계 분위기가 워낙 좋지 않았고, 정치적인 소재를 정면으로 다뤘다는 점에서 리스크도 분명했다.

‘서울의 봄’ 스틸컷. 사진 | 플러스엠엔터테인먼트


‘서울의 봄’은 완성도로 승부했다. 1979년 한남동 인근에서 직접 총소리를 듣고 이른바 ‘12.12 군사반란 전문가’라고 할 정도로 이 사건에 이해가 높은 김성수 감독이 총괄했다. 선과 악을 정확히 대비해 관객들의 이해를 돕는 연출가의 배려심이 돋보였다. 황정민과 정우성이 역대급 연기를 선보인 가운데, 약 68명의 배우가 완벽한 앙상블로 흠잡을 데 없는 작품을 만들었다.

개봉을 약 10여일 앞둔 언론시사회 이후 진정성을 담은 호평이 평단에서 쏟아졌다. 각종 영화관의 평점도 10점에 가까웠다. 대머리가 된 황정민의 얼굴이 그대로 드러난 예고편도 기대를 높였다. 딱히 경쟁작이 없었던 시기에 개봉해 사실상 스크린 독점에 가까운 환경도 만들어졌다. 이른바 씨네필들이 재빨리 영화를 관람했다.

명분 없이 자신의 욕망만으로 권력을 찬탈한 반란군의 행태에 관객들은 분노했다. 12.12 군사 반란을 비롯한 현대사에 대한 관심이 증폭됐다. 이른바 ‘심박수 챌린지’가 밈처럼 번졌고, MZ세대들은 영화 보기 전과 후의 심박수를 체크해 SNS에 올리기 바빴다. 마치 현실 속 게임처럼 얼마나 높은 심박수를 기록했는지 대결하기 바빴다.

여성서사의 대척점에 있는, 남자 배우들만 우글우글 등장하는 작품이지만, 관람객은 여성이 더 많다. 1980년대를 경험한 ‘586’ 세대는 물론 당시 시대상을 정확히 모르는 1020까지, 고루 이 영화를 관람했다. 온라인 커뮤니티에선 12.12 군사 반란을 두고 다양한 논의가 이뤄지며 부가적인 재미를 키웠다.

‘서울의 봄’ 스틸컷. 사진 | 플러스엠엔터테인먼트


27일 ‘서울의 봄’ 실시간 예매율은 약 20만에 근접했다. 지난 20일 개봉한 ‘노량: 죽음의 바다’에 근소한 차이로 2위에 머물고 있다. 개봉 6주차를 고려하면 상당한 선전이다.

‘서울의 봄’이 희망을 쐈지만, 영화계는 여전히 방심할 단계는 아니라고 입을 모은다. 팬데믹 기간 동안 너무 많은 적자를 본 극장 기업이 점차 사업을 줄여나갈 준비를 하고 있으며, 새 작품에 투자하는 심리도 크게 위축됐다. 희망적인 방법이 보였을 뿐이지, 단 한 작품으로 양상이 바뀐 건 아니라는 뜻이다.

한 영화관계자는 “‘서울의 봄’이 아니었으면 한국 영화산업은 정말 큰일 날 뻔했다. 여전히 위기는 꾸준히 존재한다. 좋은 영화를 만들면 관객들이 극장을 찾는다는 가설을 입증했을 뿐이다. 영화계가 천운처럼 주어진 이 기회를 놓치지 말고, 관객들의 욕구를 만족시켜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intellybeast@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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