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 걸었다는 조원태…대한항공·아시아나號 아직 활주로에[항공결산]

금준혁 기자 2023. 12. 26. 0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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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U, 내년 2월14일 전까지 심사 잠정 결론…미국·일본 등 필수 허가국 심의 남아
코로나 끝나자 여행수요 폭발…고사 직전 항공사, 역대급 실적 행렬
2일 인천국제공항 전망대에서 바라본 계류장에 아시아나항공 항공기가 이동하고 있다. 2023.11.2/뉴스1 ⓒ News1 김성진 기자

(서울=뉴스1) 금준혁 기자 = 올해 항공업계는 대한항공(003490)과 아시아나항공(020560)의 합병 작업이 본격화하며 국가기간산업 재편의 신호탄을 쐈다. 합병 당사자인 대형항공사(FSC)뿐만 아니라 저비용항공사(LCC)들도 합병에 따른 유불리를 계산하며 전략 짜기에 바쁜 한해였다.

코로나19 이후 억눌린 여행수요가 폭발하며 고사 직전까지 갔던 항공사들은 역대급 실적을 기록하며 나란히 부활에 성공했다.

◇코로나19 끝나자 기업결합 심사 탄력…美·EU 경쟁당국 '으름장'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기업결합은 HDC현대산업개발의 아시아나항공 인수 무산 후 2020년 11월부터 시작됐다. 예상과 달리 양대 항공사는 코로나19 기간 물류특수를 누리며 역대급 실적을 내며 LCC보다 먼저 불황을 털어냈다. 올해부터 여객이 회복되자 합병의 향방을 가를 미국, 유럽연합(EU) 경쟁당국과 협의도 본격화했다.

그러나 양대 항공사의 실적회복은 합병 측면에서는 오히려 악재가 됐다. 빈사 상태에 놓인 아시아나항공을 대한항공과 합쳐 글로벌 메가캐리어를 만들겠다는 초기 명분이 힘을 잃었기 때문이다.

EU 경쟁당국이 지난 5월 발부한 중간심사보고서는 합병 비관론에 불을 붙였다. 상대적으로 이목이 쏠린 노선 분배에 가려져 있던 화물사업이 실질적인 변수로 떠오른 시점도 이때다.

대한항공은 지난 1월13일 EU 경쟁당국에 기업결합 신고서를 제출했지만, EU 측은 5월에 결론을 내는 대신 여객과 화물부문에서 독점 우려를 나타냈다. 그러자 미국 현지언론에서도 미국 법무부가 두 회사 합병을 막기 위해 소송을 제기하는 방안을 검토한다는 보도가 나왔다.

이에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이 외신과의 인터뷰에서 "우리는 여기에 100%를 걸었다. 어떤 것을 포기하든 밀고 나갈 것"이라며 승부수를 던졌다.

인천공항 화물터미널에서 양사 항공기가 함께 있는 모습. (자료사진) 2022.2.8/뉴스1 ⓒ News1 김명섭 기자

◇진통 끝에 아시아나 화물사업부 매각…내년에도 합병 국면

대한항공은 유럽에서 티웨이항공, 미주에서 에어프레미아를 아시아나항공의 대체자로 선정했지만, 각국 경쟁당국은 쉽게 움직이지 않았다. 대한항공은 티웨이항공과 에어프레미아에 화물기를 제안하는 형태로 화물사업 진출까지도 제한했지만, EU 측에서 아시아나항공 화물사업부 매각을 요구하며 논의가 중단됐다.

아시아나항공 화물사업부 매각을 결정했지만 차·포를 모두 뗀다는 반대 여론이 거세게 일었다. 아시아나항공 화물사업부 매각은 대한항공이 아닌 아시아나항공에서 의결해야 하는 안건인데 이사회 내부에서도 잡음이 일었다. 아시아나항공의 독자생존이 어렵다는 찬성 측과 배임 소지가 있다는 반대 측이 팽팽하게 맞섰다.

결과적으로 아시아나항공 이사회가 매각을 의결하며 대한항공이 합병시정서를 EU 경쟁당국에 제출할 수 있게 됐지만 뒷맛은 씁쓸했다. 이사회 과정에서 절차의 공정성 문제가 불거졌고, 논란 속에 의결을 강행해서다.

EU 경쟁당국은 2024년 2월14일 전까지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기업결합 심사를 잠정적으로 결론 내리겠다고 공지했다. 대한항공이 EU 심사를 통과하더라도 미국과 일본에서 기업결합 승인을 받아야 한다. 아시아나항공 화물사업부의 실질적인 매각부터 티웨이항공·에어프레미아의 대체자 진입 등 숙제를 떠안은 채 양사 기업결합도 4년 차에 돌입하게 됐다.

ⓒ News1 김초희 디자이너

◇호황 누린 LCC, 합병 눈치 보며 생존전략 돌입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합병은 항공업계 전반에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합병으로 재분배되는 운수권과 슬롯(공항 이착륙 권리)이 LCC를 살찌우며 항공산업 경쟁력 전반을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호황기에 기초체력을 쌓은 LCC들의 생존전략도 선명해지고 있다.

LCC업계 선두인 제주항공(089590)은 중·단거리 노선에서 원가경쟁력을 확보해 LCC 1위 자리를 확고히 하겠다는 계획이다. 최근 리스가 아닌 첫 B737-8 항공기가 도착했고 추후 50대까지 이를 늘려 리스 중심의 운용에서 체질을 개선한다.

합병의 수혜 대상인 티웨이항공(091810)과 에어프레미아는 단거리와 장거리를 모두 뛰는 하이브리드 항공사를 두고 경쟁한다. 통합 LCC의 중심이 될 진에어(272450)는 아시아나항공 계열사들이 쓰는 A320 패밀리의 정비사 채용에 나서며 숨 고르기에 나섰다. 이외에도 코로나19 기간 멈췄던 에어로케이와 이스타항공이 가격경쟁력을 통해 시장에 성공적으로 안착했다.

rma1921kr@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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