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 가뭄 속 올해 1조 돌파도 불투명…바이오 기업 생존 전략은?
내년 옥석가리기 시작…M&A, 기술수출 통해 새 동력 모색
(서울=뉴스1) 김태환 기자 = 국내 바이오 산업은 올 한 해 열악한 투자 환경 속에서 사상 유래없는 혹독한 시기를 견뎌야 했다. 신약 개발에 10년 이상의 시간과 천문학적인 비용을 쏟아부어야 하는 업계 특성상 투자는 바이오 기업의 생존과 직결된다. 죽느냐 사느냐 하는 생존을 위한 몸부림은 2024년에도 계속될 전망이다.
이달 글로벌 시장데이터 업체 '피치북'(Pitch Book)이 발간한 '바이오제약: 벤처캐피탈(VC) 동향 및 기회'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VC를 통한 세계 제약바이오 산업의 자금 조달 규모는 최근 3년간 최저치를 기록할 것으로 나타났다.
2023년도 자금 조달 규모는 약 840건에 계약 기준 240억달러(약 31조2000억원) 수준이다. 지난해보다 129억달러(16조8000억원) 감소했다. 2020년 381억달러(49조6000억원), 2021년 539억달러, 2022년 369억달러보다도 적다.
카지 헬랄(Kazi Helal) 피치북 수석 애널리스트는 "올해 제약 바이오 투자 전략 변화는 소수의 기업에 큰 규모로 투자가 신중하게 이루어지는 경향이었다"며 "안정적 투자를 선호하고 있다는 것을 시사한다"고 밝혔다.
◇자금 한파에 최대주주 바뀐 기업도…경쟁력 제고 '안간힘'
국내 시장도 마찬가지다. 한국바이오협회 분석 결과, 국내에서는 바이오기업 기술특례상장 건수가 줄었고 VC 투자도 감소했다. 최근 4년 간 국내 바이오기업 기술특례상장 건수는 2020년 17건, 2021년·2022년 각 9건, 올해 3분기까지 10건이다.
바이오·의료 분야 VC 신규 투자는 2020년 1조1970억원, 2021년 1조6770억원에서 2022년 1조1058억원으로 감소했다. 올해 3분기 누적 바이오의료 분야 VC 신규 투자는 6264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8787억원보다 28.7% 줄었다. 이 추세라면 올해 신규 투자 규모는 1조원을 넘기도 쉽지 않을 전망이다.
각 기업들은 살아남기 위한 각자의 전략에 돌입했다. 헬릭스미스, 파멥신, 아이진, 강스템바이오텍 등 기업은 연구개발과 경영 일선에 있었던 창업주들이 외부 자금을 수혈받으며, 최대주주 자리에서 내려왔다.
글로벌 시장에서 입지를 굳힌 셀트리온은 셀트리온헬스케어와 합병을 통해 자체 경쟁력을 제고하는 방향을 택했다. 양사는 오는 28일 합병 법인을 출범하고, 6개월 이내 셀트리온제약까지 흡수 합병할 예정이다.
또 일동제약은 올해 내부 인력을 감축하는 구조조정을, 명문제약·유유제약 등은 외부 위탁판매업체(CSO)와 계약을 맺고 영업 조직 축소를 결정했다. 허리띠를 졸라매는 뼈를 깎는 노력 끝에 운영 효율을 극대화하는 전략이다.
◇기업 인수합병 해외로…ADC 플랫폼 기술 관심 '후끈'
위기를 기회로 삼아 새로운 도전에 나선 회사들도 있다. LG화학은 지난해 12월부터 진행한 미국 항암신약 개발회사 아베오 파마슈티컬스 인수합병을 올해 마무리하고, 글로벌 항암 사업을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아베오는 2002년 미국 매사추세츠주 보스턴에 설립된 항암제 전문기업이다. 2021년 신장암 표적치료제 '포티브다' 미국 허가 획득 후 1300억원 매출을 기록했다. 이 기업 인수를 위해 LG 화학이 미국 자회사 LG CBL에 투입한 자금은 약 7072억원이다.
동아에스티는 이달 '항체약물접합체'(ADC) 전문 기업 앱티스를 인수했다. 앱티스의 경영권과 함께 3세대 ADC 링커 플랫폼 기술, 파이프라인을 확보해 신성장 동력을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이 ADC 기술은 2024년 제약바이오 시장을 달굴 새로운 차세대 치료 플랫폼으로 꼽힌다. 한미약품은 레고켐바이오사이언스와, 삼진제약은 노벨티노빌리티와 ADC 항암제 관련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제약·바이오 업계 관계자는 "다가오는 2024년에는 본격적인 기업 옥석가리기가 시작될 것"이라면서 "자금이 부족한 바이오에 투자하려는 제약기업들도 많아 산업 전체가 올해와 마찬가지로 M&A, 기술수출 등이 계속 주목 받을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call@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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