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동안 U-23 대표 배출만 5명, 'K리그 최고의 육성 전문가' 이영민 부천 감독의 비법은?

박찬준 2023. 12. 26.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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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박찬준 기자]K리그 최고의 육성 전문가는 단연 이영민 부천FC 감독(50)이다. 이 감독은 지난 1년 동안 조현택 오재혁 안재준 서명관 김선호 5명의 U-23 대표 선수를 배출했다. 갑자기 등장한 재능들이 아니라, 말그대로 이 감독이 만들어낸 작품이다. 이 감독이 직접 임대로 데려오거나, 발품을 팔아 점찍은 원석들을 다듬고, 키워낸 결과물이다. 좋은 영건들이 꾸준히 나오다보니, 연령별 대표팀 지도자들에게 부천종합운동장은 단골 직관 코스다. 이 감독은 2023시즌에도 무려 11명의 22세 이하 선수들과 함께 했다. 넉넉하지 않은 구단 호주머니 사정 때문에 값싼 젊은 자원들과 함께 할 수밖에 없지만, 이 감독이 이끄는 부천은 당당히 플레이오프 진출에 성공했다. 육성과 성적, 두마리 토끼를 모두 잡아낸 셈이다.

이 감독의 육성 비결은 두가지다. 첫째는 '믿음'이다. 이 감독은 베스트11에 이름을 올린 선수는 무조건 45분 이상 기회를 준다. 이 감독은 "바로 빼면 성장이 안된다. 믿고 기용한 선수인만큼, 죽이되든 밥이되든 45분은 무조건 뛰게 한다. 어려서 무언가를 보여주려고 쫓기거나, 아니면 실수 안하려고 너무 안정적으로 하면 자기 것이 안 나온다. 그래서 시간을 주려고 한다"고 했다. 두번째는 '관리'다. 이 감독은 "어린 선수들은 풀시즌 경험이 없다보니 몸관리가 어렵다. 피지컬 코치에게 이 부분을 중점적으로 맡긴다. 경기력적으로도 일부러 영상 분석과 미팅할 때 시간을 더 쓴다. 이 시간에 혼내기도 혼내고, 무엇이 부족하고 어떻게 하면 나아지는지 정확히 짚어준다. 애들도 지나고 보면 '샘, 진짜 되네요'라고 웃는다"고 했다.

이 감독은 이렇게 키워낸 선수들에게 고르게 기회를 준다. 22세이하 선수 활용도, 출전 시간, 기여도 모두 부천이 압도적 1위다. 이 감독은 "베스트11에 예산을 몰아쓰는 팀이 있다. 우리 팀은 많지 않은 예산이지만 스쿼드 전체에 나눠 쓰는 편이다. 수준이 높지는 않지만, 전체적으로 고르다. 그래서 훈련도 다같이 시킨다. A팀, B팀을 나누지 않고 함께 한다. 경기에 나서지 못하더라도 똑같이 훈련한다"고 했다. 그래서인지 부천은 리그 경기 끝난 후 뛰지 못하는 선수들을 중심으로 진행하는 다음 날 연습경기에서 대학팀에 단 한차례도 진적이 없다. 어린 선수들이 많은데다, 경기력까지 좋다보니 연령별 대표팀이 연습경기를 하자고 조를 정도다.

이 감독은 이같은 능력을 인정받아 올 겨울 꽤나 주목받는 감독이었다. 많은 클럽들이 그를 리스트에 올려놓고, 지켜봤다. 이제 이 감독은 젊은 선수들이 믿는 감독이 됐다. 먼저 함께 하고 싶다고 전화를 하는 선수까지 생겼다. 이 감독은 "에이전트들도 나에게 어린 선수들을 먼저 이야기한다"고 웃었다. 부천은 다음 시즌에도 22세이하 선수를 7명 이상 활용할 계획이다. 이 감독은 "내년에도 기대할만한 선수들이 제법 있다"고 말했다.

이 감독은 육성을 베이스로 또 한번의 도약을 노린다. 이 감독은 "사실 올 시즌 준플레이오프에서 허무하게 떨어지고 제법 타격이 컸다. 다들 이정도면 잘했다고 하는데, '내가 이정도 밖에 안되나' 싶은 무력감도 느꼈다. 복잡한 심경이었다"고 했다. 빠르게 생각을 정리한 이 감독은 "다행히 올해는 FA들을 잡을 수 있을 것 같고, 나가는 선수들 못지 않거나 그 이상 되는 선수들도 데려올 수 있을 것 같다"며 "이흥실 감독님이 '부천은 3승만 더 하면 된다'고 하더라. 작년에 17승에서 3승을 더했으면, 올해 16승에서 3승을 더했으면 더 좋은 성적을 거둘 수 있었을거다. 올해 목표도 우리 목표보다 3승을 더하는 것"이라고 했다. 그는 마지막으로 "우리는 도전 밖에 할 수 있는게 없다. 유지한다고 생각하면 실패다. 이를 위해 기존 틀을 깨고 싶다"고 했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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