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눈]'인상' 같은 '동결' 이상한 전기료…요금체계 악순환 도돌이표

심언기 기자 2023. 12. 26.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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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1분기 전기요금이 동결됐다.

현 요금제가 그대로 유지된다는 점에서 '동결'이지만 사실상 인상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우리나라는 매 분기마다 단가 산정 등을 거쳐 전기요금을 결정한다.

전기요금 인상 여부를 둘러싸고 분기마다 어김없이 논란이 반복되는 이유는 기형적 전기요금 결정 체계 탓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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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중구 명동거리의 한 상가에 전기요금 고지서가 꽂혀있는 모습. 2022.10.28/뉴스1 ⓒ News1 신웅수 기자

(세종=뉴스1) 심언기 기자 = 내년 1분기 전기요금이 동결됐다. 현 요금제가 그대로 유지된다는 점에서 '동결'이지만 사실상 인상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왜 이런 뒷말이 나오는 것일까.

우리나라는 매 분기마다 단가 산정 등을 거쳐 전기요금을 결정한다. 기본요금과 기준 연료비, 연료비 조정단가, 기후환경요금 등 구성항목의 요금 변동에 따라 조정된다. 통상 기후환경요금은 연초 한 차례 손본 후 1년간 동일한 요율을 적용하지만, 기준 연료비와 연료비 조정단가는 매 분기 달라진다. 요금 변동을 좌우하는 핵심 요소인 셈이다.

연료비 조정단가는 KWh(킬로와트시) 당 ±5원 범위 내에서 결정된다. 해당 분기 직전 3개월간 유연탄, 액화천연가스(LNG) 등 연료비 변동 상황을 탄력적으로 반영한다. 한전은 올 4분기 연료비 조정단가를 KWh당 -4원으로 산정했지만, 현재와 같은 +5원을 유지하기로 했다. 국제 연료가격이 하락했음에도 200조원의 누적 적자 상황과 그동안 연료비 조정요금이 오르지 못했던 점을 감안했다는 이유에서다.

정부와 한전의 이번 결정은 전기요금 시장가 왜곡과 결정 구조의 신뢰성을 떨어뜨린다는 비판을 자초하는 면이 크다. KWh당 9원의 인상 효과를 누리는 연료비 조정단가 유지에 군색한 해명이 더해지면서 향후 연료비 조정단가 산정이 무슨 필요·의미가 있느냐는 근본적 물음까지 던지게 한다. 차라리 외적 요인에 따라 정무적 판단이 만성화된 기본요금을 조정하는 정공법을 택했다면 이 같은 비판은 피할 수 있었을 것이다.

전기요금 인상 여부를 둘러싸고 분기마다 어김없이 논란이 반복되는 이유는 기형적 전기요금 결정 체계 탓이다. 한전이 생산원가 등을 반영한 연료비 조정단가를 제출하면 산업부는 기재부와 협의를 거쳐 요금을 최종 확정한다. 에너지정책을 총괄하는 산업부는 한전 부채 등 재무구조와 함께 수출·산업계에 미치는 영향을 함께 고려하는데, 물가관리에 중점을 두는 기재부와 민심에 민감한 대통령실·여당까지 논의에 참여해 매번 진통이 되풀이된다.

부처들이 저마다 다른 곳을 바라보며 주먹구구식으로 전기요금을 결정하는 현 구조에선 수요-공급의 시장 논리가 뒷전으로 밀리는 악순환 고리를 끊어낼 수 없다. 요식행위에 그치는 전기위원회 심의·의결 절차의 개선이 절실하지만 '고양이 목에 방울 달기' 개혁에 선뜻 나서겠다는 역대 정부도 없었다.

철마다 논란의 중심에 서는 전기요금 체계를 이제는 뜯어고칠 때가 됐다. 윤석열정부가 약속했던 전기위원회의 심의·결정 기능 현실화, 원가연동제 등 모범해답도 이미 나와 있다. 산업부는 요금체계 전반의 개편을 위한 연구용역 조사까지 마쳤다고 한다. 최종 개선안을 내놓는 것만 남긴 산업부는 조속히 이를 발표해 공론화에 나서길 바란다.

총선 눈치를 보며 개편안 수위와 시점을 저울질하기엔 한전의 천문학적인 부채가 이미 임계점을 넘어섰다. 매일 100억원씩 이자가 불어나는 것이 현실이다. 고통스러운 해법을 미룰수록 국민들이 후에 받아들 전기요금 고지서의 짐만 더 커질 뿐이다. 무책임한 현재의 전기요금 결정 구조를 외면하지 말고 근본 해결책을 직시하길 바란다.

뉴스1 경제부 심언기 기자

eonki@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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