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배부터 수확까지 '척척'…K-농기계 국내 넘어 세계로[메가 FTA시대, 세계가 주목하는 K-푸드+③]
레벨3 자율작업 트랙터·콤바인·이앙기 등 라인업 갖춰
정밀농업으로 생산성 극대화…스마트파밍 시장 선도
나영중 AI플래폼부문장 "FTA 위기, 기회로 전환할 것"
2004년 한국-칠레 자유무역협정(FTA) 체결 이후 지난 20년간 국내 농업 생태계에는 큰 변화가 있었습니다. 물밀듯 쏟아지는 수입 농산물에 맞서 기존 전통적인 방식의 농업으로는 농업인들이 설 자리를 잃게 될 것이란 우려가 컸습니다. 농산물 수출을 확대하고 있지만 인구 감소와 고령화로 다른 주력 산업에 비해 성장이 매우 더딘 상황입니다. 이러한 농업의 구조적 한계를 극복하고, 지속가능성을 확보하기 위해 최근에는 정보통신기술(ICT)과 생명공학(BT) 등 디지털 첨단 기술이 접목된 스마트농업과 그린바이오, 푸드테크 등 농업 전후방산업이 미래 농업의 청사진으로 각광받고 있습니다. 농식품 전후방산업의 현주소를 진단하고, 정부 지원 정책과 관련 기업의 성장 가능성 등을 총 5회에 걸쳐 연속 기획 보도합니다. (편집자 주)
[세종=뉴시스] 오종택 기자 = 2004년 한국-칠레 자유무역협정(FTA) 체결 이후 지난 20년간 국내 농업 생태계는 변화의 소용돌이에 휩싸였다. 홍수처럼 쏟아지는 수입 농산물이 식탁을 점령했다. 고령화와 농업 인구 감소는 생산성 저하로 이어져 국산 농산물의 경쟁력을 떨어뜨렸다.
FTA로 인해 대한민국 농업이 위기라는 인식이 팽배할 때 이를 기회 삼아 세계를 무대로 뻗어나가는 기업이 있다. 농기계 생산업체에서 미래농업 플랫폼 기업으로 거듭난 '대동'이다.
"FTA 체결 이후 농산물 수입 증가와 국내 농업 경쟁력 저하에 대한 현실적인 문제가 도출됐습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결국 정보통신기술(ICT), 인공지능(AI)을 활용한 '스마트파밍'으로 농업 생산성을 올리는 길밖에 없다고 봅니다."
대한민국 농업의 구원투수로, 대동의 미래농업 플랫폼 사업을 총괄하는 나영중 대동 AI플랫폼부문장(전무)은 FTA 시대 농업 환경의 변화에 이 같이 대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1947년 설립된 국내 1위 농기계 기업인 대동은 1962년 업계 최초로 동력 경운기를 보급한 것을 시작으로 국내 농업기계화를 선도하고 있다. 1980년대부터 해외 진출을 본격화해 현재 세계 70여개국에 각종 농기계를 수출하는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했다.
세계 경제가 얼어붙은 코로나19 위기에도 2021년부터 올해까지 3년 연속 매출 증가와 함께 연매출 1조원 이상을 달성했다. 올해는 세계 최대 농기계 시장인 미국에서 9%에 육박하는 시장 점유율을 기록할 정도로 경쟁력을 공고히 했다.
대동은 트랙터와 이앙기, 경운기 등 이전의 농기계에 첨단디지털기술을 접목한 자율주행 스마트 농기계 시장에 뛰어 들었다. 국내뿐 아니라 전세계적으로도 농업 분야는 노동력 부족 문제가 심화되고 있다. 대동은 이를 해소하기 위해 스마트 농기계를 AI 로봇화하는 방향으로 추진하고 있다.
나영중 부문장은 "기존의 농업 기계화가 노동의 질을 향상시키는 데 주력했다면 지금은 농업에 인간의 노동 관여를 최소화하는 것이 기술혁신 목표라고 할 수 있다"며 "로봇화된 스마트 농기계가 농작업 환경을 스스로 인식하고 필요한 작업을 전문가 수준으로 수행할 수 있도록 농기계를 제어할 수 있는 AI 모델 개발에 주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대동은 AI 모델 개발에 필수적인 데이터 수집을 위해 올해 트랙터 탑재형 데이터 수집장치를 개발해 실제 농업 현장에서 운용하고 있다. 한발 더 나아가 자율농기계와 정밀농업을 융합한 노지 농업의 스마트화를 본격화했다.
특히 대표적인 노지 농업이자 대표 작물인 벼 농사를 스마트화하기 위해 자율작업 농기계를 출시했다. 완전 자율주행(레벨4)의 직전 단계인 '레벨3(Lv3, 조건부 자동화)' 수준의 이앙기부터 트랙터, 콤바인까지 자율주행 농기계 라인업을 국내 최초로 갖췄다.
여기에 ICT를 활용해 비료, 물, 노동력 등 농사에 필요한 자원을 최적화해 생산성을 극대화하는 정밀농업 플랫폼도 구축한다. 이를 위해 지난 2021년부터 3년간 논에 물을 대 벼농사를 짓는 수도작 23만여평을 대상으로 토양과 생육, 수확시기별 데이터를 수집하고 분석했다. 이를 근거로 AI 모델을 학습, 전문 농업인을 능가하는 수준의 농업 생산성을 달성한다는 계획이다.
나영중 부문장은 "대동의 스마트 농기계 기술력이 경쟁사 대비 1년 이상 앞서 있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며 "논농사만이 아니라 모든 밭농사 영역에 걸쳐 AI 로봇 기반의 무인 농업 기술 혁신에 매진하고, 데이터에 기반한 정밀농업을 수행할 수 있는 수준으로 고도화할 것"이라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사물인터넷(IoT) 기술을 활용해 데이터를 수집하고, AI로 정확한 분석과 예측으로 최적의 생산 전략을 수립한 스마트파밍 기술은 우리나라 농업 경쟁력을 강화하는 핵심이 될 전망이다.
대동을 비롯한 국내 스마트파밍 기술 기업이 글로벌 스마트 농업 시장을 선도하기 위해서는 해결해야 할 숙제도 있다. 각국의 농업 환경이 달라 스마트팜 기술을 현지 조건에 맞게 수정하고 적용하는 데 많은 투자가 필요하다. 각국별로 상이한 기술·규제·안전 환경 등을 고려한 해외 인증을 받는 것이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K-스마트팜 고유의 비즈니스 모델을 정립하고, 산·학·연 협업을 통해 이를 구체화하는 작업도 병행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네덜란드의 '푸드밸리', 미국의 '애그테크 클러스터'와 같은 대규모 스마트파밍 기술 직접 단지를 조성해 기술 경쟁력을 확보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업체들의 노력도 중요하지만 정부 지원이 절실하다. 스마트팜 해외 진출 활성화를 위한 정책과 전담부서가 필요하고, 이를 통해 외국 정부의 농업정책기관과 연계한 수출 활성화 정책을 정부가 주도할 필요가 있다.
대동이 실용화에 몰두하고 있는 자율주행 농기계와 정밀농업을 기반으로 하는 스마트파밍 플랫폼으로 농산물 품질과 표준화된 생산 기술을 확보하고, 정부의 정책 지원이 뒷받침되면 글로벌 스마트파밍 시장을 선도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나영중 부문장은 "스마트파밍 플랫폼은 국내 농산업이 세계적 신뢰를 얻는 기회를 창출해 FTA 위기를 기회로 전환할 수 있다"며 "스마트팜 해외 시장 진출은 신시장 개척과 기술 수출을 통해 국내 유관 기업의 글로벌 성장 기회를 부여함과 동시에 규모의 경제를 달성해 국내 스마트팜 시장 활성화로 연결되는 선순화 구조를 조성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데이터를 통한 기술혁신이 국내 농산업 경쟁력을 확보하는 핵심인 만큼, 국내 데이터 주권을 확보하는 것은 국내 식량 안보 차원에서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제작지원 : 2023년 FTA 지원센터 교육홍보사업)
☞공감언론 뉴시스 ohjt@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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