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 위해 한생을"…북한, 옛날 영화 동원해 국가에 '헌신' 독려

구교운 기자 2023. 12. 26.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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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보고 눈물을 흘렸다는 영화 '생의 흔적'의 대사를 동원해 당을 위한 헌신을 독려했다.

신문은 "저도 사회와 집단을 위해서 생의 고귀한 흔적을 남겼다고 말할 수 있기 전에는 영웅의 영전에 나서고 싶지 않기에 눈물을 삼키고 입술을 깨물면서도 참았습니다", "오직 당과 혁명을 위해 한생을 깡그리 다 바친 사람만이 생의 고귀한 흔적을 후대 앞에 남길 수 있는 거요", "오직 사회와 집단을 위해 바친 삶만이 참으로 천금같이 귀중하다는 걸 생활의 진실을 통해 체험할 수 있었습니다" 등 당과 국가를 향한 충성을 독려하는 서진주의 대사를 소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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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 뜻 이어받아 노력 끝 '영웅'관리위원장에 오른다는 내용
실제 모델 한순희, 김정일 시기 '대규모 숙청' 연루돼 공개총살 설 제기돼
(평양 노동신문=뉴스1) =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25일 자신들의 영화 '생의 흔적'의 한 장면이 담긴 사진과 함께 "사회와 집단만을 위해 바친 삶만이 참으로 천금같이 귀중하다" 등 사회를 위한 희생을 강조하는 내용의 영화의 대사를 전했다. [국내에서만 사용가능. 재배포 금지. DB 금지. For Use Only in the Republic of Korea. Redistribution Prohibited] rodongphoto@news1.kr

(서울=뉴스1) 구교운 기자 = 북한이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보고 눈물을 흘렸다는 영화 '생의 흔적'의 대사를 동원해 당을 위한 헌신을 독려했다. 가능한 모든 수단을 동원해 연말 '결속'에 힘을 주는 모습이다.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25일자 4면 '천금같은 삶이란 어떤 것인가'란 제목의 기사에서 별다른 설명 없이 '생의 흔적'의 주인공 서진주의 극중 대사들만 열거했다.

북한대학원대학교의 '20세기 북한예술문화사전'에 따르면 이 영화는 서진주가 한국전쟁에서 전사한 인민군 남편의 뜻을 이어받아 20년간 농업에 힘쓴 결과 영웅관리위원장에 오른다는 내용으로, 1989년에 제작된 오래된 작품이다.

신문은 "저도 사회와 집단을 위해서 생의 고귀한 흔적을 남겼다고 말할 수 있기 전에는 영웅의 영전에 나서고 싶지 않기에 눈물을 삼키고 입술을 깨물면서도 참았습니다", "오직 당과 혁명을 위해 한생을 깡그리 다 바친 사람만이 생의 고귀한 흔적을 후대 앞에 남길 수 있는 거요", "오직 사회와 집단을 위해 바친 삶만이 참으로 천금같이 귀중하다는 걸 생활의 진실을 통해 체험할 수 있었습니다" 등 당과 국가를 향한 충성을 독려하는 서진주의 대사를 소개했다.

북한은 이 영화를 '자주적 인간의 고상한 지향을 잘 보여줬으며 시대와 생활을 깊이 있게 분석한 명작'이라고 자평하며 1990년 평양영화축전에서 국제심사위원회 특별상을 수여했다고 한다.

김정은 노동당 총비서는 지난 2020년 2월 '광명성절'(2월16일·김정은 출생일) 기념음악회 공연에서 이 영화의 주제곡 '생이란 무엇인가'를 따라 부른 것으로 알려지기도 했다.

그런데 서진주의 모델이 된 실제 인물 한순희는 김정일 국방위원장 집권 시기 단행한 대규모 숙청 때 공개처형을 당한 것으로 알려진 인물이기도 하다.

북한전문 매체 데일리NK에 따르면 한순희는 평안남도 숙천군 출신으로 남편이 농업 간부로 있다 사망한 뒤 농장에서 일하다 현지지도에 나선 김일성 주석을 만난 인연으로 협동농장 관리위원장으로 승진했다. 1982년에는 최고인민회의 대의원까지 올랐다.

하지만 김 위원장이 김 주석 사망 후 그의 측근을 제거하기 위해 단행한 숙청, 일명 '심화조 사건' 때 1990년대 북한의 식량난 주범으로 몰린 서관희 농업담당 비서와 가까웠다는 이유로 간첩죄가 씌워져 1997년 6월 그와 함께 공개총살됐다는 것이 NK뉴스의 보도 내용이다. 이후 김 위원장에 의해 2000년 복권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kukoo@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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