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산·강북·성동 분만실 단 1곳…서울 역차별, 직원마저 떠난다
"서울 분만실 부족 문제가 생각보다 심각합니다. 그런데 생활권이 비슷한 경기도보다 분만수가를 55만원이나 적게 받는 것은 공정과 상식에 어긋납니다. 서울 분만실을 유지하는 데 어려움을 초래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미 서울 분만병원 직원의 이탈도 발생했습니다."(이인식 대한산부인과의사회 부회장)
정부가 이달부터 특별시와 광역시를 제외한 지역에 '분만 지역정책수'가 55만원을 추가로 지급하는 등의 분만 정책수가 제도를 도입했다. 하지만 서울의 경우 인근 경기도보다 분만기관 1곳당 분만건수가 되레 적고 분만기관이 많지 않은데도 수가가 더 낮아 의료계에서 형평성 문제를 제기한다. 서울의 분만 체계가 붕괴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26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정부는 이달 1일부터 분만 정책수가를 도입했다. △특별시와 광역시를 제외한 곳에 분만 지역정책수가 55만원 △신고된 분만실을 보유하고 산부인과 전문의가 상근할 경우 '분만 안전정책수가' 55만원 △3인 이상 산부인과 전문의가 상근하는 요양기관에서 오후 6시~오전 9시 또는 공휴일에 분만한 경우(분만 지역정책수가 산정 요양기관은 2인 이상 전문의 상근 시) '응급분만 정책수가' 55만원 △고위험분만과 동반되는 마취 시 '고위험분만마취 정책수가' 11만원 등이다. 여기에 정부는 고위험분만 수가 가산율도 종전 30%에서 최대 200%로 확대했다.
산부인과 붕괴를 막기 위해 정부가 연간 2600억원을 투입하는 지원책을 내놓은 것이지만 정작 의료계에서 불만이 쏟아진다. 특히 서울의 경우 역차별로 분만실 부족 문제가 심화하는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는 경고까지 나온다.
주된 이유는 서울과 광역시에만 지급하지 않는 분만 지역정책수가 55만원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서울의 지난해 합계 출산율은 0.59명으로 경기도 0.83명보다 적었다. 지난해 분만기관 1곳당 분만건수는 서울이 614건으로 경기도(659건)보다 적었다. 지난해 서울의 분만기관 수는 85개, 경기도는 103개였다. 이런 상황에도 서울은 지원에서 제외해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지적이다.
이인식 부회장은 "경기도 화성시와 같이 인구가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젊은 인구가 상대적으로 많아 분만이 왕성한 지역에 더 많은 지원을 하고 상대적으로 분만 수가 적어 분만을 접는 병원이 점점 많아지는 서울 지역을 역차별하는 것은 산부인과 폐업과 분만 기피를 막기 위해 분만 정책수가를 신설한 목적에도 맞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실제 서울에서도 구별로 분만실이 1곳에 불과한 지역들이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용산·강북·성동구에는 의료기관(상급종합병원·종합병원·병원·의원) 중 분만실이 있는 곳이 단 1곳에 불과했다. 중·금천·도봉·서대문구는 2개뿐이었다. 마포·종로·동작구는 3개, 은평·중랑·송파·서초·관악구는 4개였다. 반면 경기도 고양시 일산동구는 6개에 달했다.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도 4개로 서울 일부 구와 큰 차이가 없지만 분만 지역정책수가 55만원을 추가로 받는다.
이에 벌써 서울 분만실 이탈이 시작됐다는 전언이다. 이 부회장은 "분만 지역수가 차등 지급의 현실화로 현장에서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다"며 "서울 외곽 지역에 인접한 경기도 내 분만병원에서 분만 지역수가를 재원으로 급여를 대대적으로 인상해 직원을 모집해 경계 지역 서울에 위치한 분만병원 직원의 이탈이 발생하면서 분만실 유지가 곤란해진 경우가 생겼다"고 말했다.
이에 분만 지역수가 지급의 차별을 없애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김재연 대한산부인과의사회장은 "특별시와 광역시까지 균일하게 분만 지역정책수가를 지원하고 군 단위의 분만 취약지역은 별도로 더 많이 지원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이 부회장은 "분만수가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수준으로 현실화하고 분만실과 신생아실을 운영할 수 있도록 산부인과 환경 개선을 위한 적극적인 당국의 지원이 필요하다"며 "분만은 질환이 아니므로 의료보험체계 하에서 규제로 일관할 것이 아니라, 분만 관련 특별 재원을 확보해 의료보험체계와 분리 운영함으로써 분만 인프라 붕괴를 막고 저출산 극복 노력을 시급히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미주 기자 beyond@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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