뼈까지 시려도 “얼쑤, 축제로다”
작년 평창 송어·화천 산천어축제 등 2162억 경제적 효과
“12월 중순에 역대급 폭우가 쏟아져 속이 까맣게 타들어 갔는데 최근 한파가 찾아와 한시름 놓았습니다.”
지난 23일 강원 평창군 진부면 시가지 옆 오대천 둔치. ‘평창송어축제’의 주 무대인 이곳에선 제설기가 쉴 새 없이 돌아가며 인공 눈을 뿌려댔다. 인공 눈이 소복하게 쌓인 겨울 레포츠 체험장을 비롯해 2만800여㎡ 규모의 얼음 낚시터와 대형 텐트 주변에선 수십명 작업자들이 칼바람을 맞으며 각종 시설물을 설치하는 데 여념이 없었다.
영하의 날씨에도 둑 위를 오가며 축제 준비 작업을 살펴보던 주민들은 “그래도 천만다행”이라는 말을 연발했다. 이들은 “오락가락하는 날씨 때문에 지역 최대 겨울행사인 송어축제를 개최하지 못할까봐 걱정이 많았다”고 속내를 털어놨다.
실제로 지난 11일 진부면과 인접한 대관령 지역엔 12월 날씨라고는 믿을 수 없을 정도의 폭우가 쏟아졌다. 당시 대관령 일대 일일 비의 양은 92.2㎜에 달했다. 이는 현대 기상관측이 시작된 이래 가장 많은 12월 강수량이다.
지난 14일과 15일에는 평창 지역에 50㎜ 안팎의 많은 비가 내려 오대천 축제 준비 현장에서 예상치 못한 피해가 발생했다. 얼음 낚시터에 설치한 그물에 각종 부유물이 엉키는 등 일부 시설물이 파손된 데다 얼음도 모두 녹아버렸던 것이다. 평창송어축제위원회는 고심 끝에 축제 개막일을 12월22일에서 29일로 일주일 연기하고 날씨 추이를 살피며 기반시설 준비 작업을 진행해왔다.
다행히 지난 18일부터 아침 최저기온이 영하 15도 이하로 떨어져 오대천 강물이 결빙되면서 축제 준비에도 탄력이 붙었다. 윤승일 평창송어축제위원회 본부장(62)은 “오는 29일부터 2024년 1월28일까지 한 달간 송어축제를 진행하는 것으로 일정을 확정한 이후 매일 40여명을 투입해 축제를 준비하고 있다”며 “오대천 얼음 두께도 25~30㎝에 달해 얼음낚시를 하는 데 문제가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폭우로 얼음 낚시터 둑이 유실됐던 ‘홍천강 꽁꽁축제’ 준비 현장도 최근 한파가 맹위를 떨치면서 빠르게 정상화하고 있다. 홍천문화재단은 지난 21일 굴착기 등을 동원해 얼음 낚시터 둑을 모두 복구하고 실내 낚시터와 체험행사장으로 사용할 대형 텐트 4동을 설치하는 작업을 벌이고 있다. 홍천군과 홍천문화재단은 내년 1월5일부터 21일까지 17일간 홍천강 일대에서 ‘제12회 홍천강 꽁꽁축제’를 개최하기로 했다.
‘화천 산천어축제’는 내년 1월6일부터 28일까지 화천천 일원에서 열린다. 일본 삿포로 눈꽃축제, 중국 하얼빈 빙등제, 캐나다 윈터카니발 등과 함께 세계 4대 겨울축제로 꼽히는 화천 산천어축제에서는 얼음·루어 낚시를 비롯해 산천어 맨손 잡기, 아이스 봅슬레이, 얼음축구 등 30여개 체험행사가 펼쳐진다.
화천 산천어축제는 2003년 시작돼 매년 겨울 열리고 있다. 지난 20년간 산천어축제장을 방문한 관광객은 총 2168만여명에 달한다. 최문순 화천군수는 “모두가 안전하고, 즐거운 축제를 만들기 위해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해 준비하겠다”고 말했다.
강원도 내 자치단체와 주민들이 한마음으로 겨울축제 준비에 몰두하는 이유는 예상을 뛰어넘는 지역 경제효과 때문이다. 한국은행 강원본부가 지난 3월 발표한 ‘겨울축제 재개의 경제적 효과 및 관광업 전망 자료’에 따르면, 지난겨울 화천 산천어축제(131만명)와 평창송어축제(40만명) 등 강원도 주요 겨울축제에는 관광객 200만명 이상이 찾아 2162억원 생산 유발 효과를 거뒀다.
글·사진 최승현 기자 cshdmz@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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