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4.5조원 밀실서 주무른 소소위, 묘수 아닌 꼼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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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희 죽습니다. 꼭 좀 부탁합니다."
올해 소소위에는 예결위원장과 예결위 여야 간사 등 국회 관계자 3인, 기획재정부 2차관과 예산실장 등 정부 관계자 2인 등 총 5인이 참석했다.
민간연구기관 나라살림연구소가 지난 24일 펴낸 보고서에 따르면 내년도 예산안에서 증액 예산 전액인 4조4822억원 모두 소소위가 최종 결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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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희 죽습니다. 꼭 좀 부탁합니다."
지난 21일 국회에서 내년도 예산안이 통과되기 전의 일이다. 우연히 A의원이 누군가와 통화하는 것을 듣게 됐다. 수화기 건너편 인사는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예결위) 산하 '소소위'에 참여하는 누군가였고 그는 기다렸다는 듯 제발 특정 예산만은 지켜달라며 통사정을 하기 시작했다. 지역구 내 핵심 사회간접자본(SOC)예산이니 내년 총선 표심을 좌우할 것이라고 보는 듯 했다. 21일 국회에서 통과된 예산안을 보니 그의 읍소가 결국 통했다는 것을 알게 됐다.
소소위는 낯선 이름만큼 존립 근거도 모호하다. 예산심사를 담당하는 상임위원회가 예결위인데, 빠른 논의를 위해 만든 소위원회 안에 또 소위원회를 만든 것이 '소소위'다. 소소위 등장 시기는 2008년으로 알려져있다. 당시 여야가 예산안 심사를 두고 이견을 좁히지 못하자 논의에 속도를 내보려 형식에 구애받지 말고 핵심 인물끼리 얘기하자며 '묘수'로 시작된 것이다.
소소위가 그 때는 묘수였을지 몰라도 지금은 '꼼수'란 지적이 많다. 법적 근거없이 운영되는 기구인데다 다른 상임위원회와 달리 회의록도 없고 취재도 제한되서다. 올해 소소위에는 예결위원장과 예결위 여야 간사 등 국회 관계자 3인, 기획재정부 2차관과 예산실장 등 정부 관계자 2인 등 총 5인이 참석했다. 왜 이들이 소소위에 참여해야 하는지 근거도 없다. 과거 소소위 회의실에는 종이에 지역구 별 사업명과 예산이 적힌 쪽지인 '쪽지예산'이 문틈으로 밀려 들어왔다고 한다. 모바일 통신 등이 활성화되며 예전 같은 쪽지예산 풍경은 사라졌다고는 하나 올해도 숱한 민원이 소소위로 들어갔을 것이다. 총선을 눈앞에 둔만큼 의원들의 예산 경쟁과 밀실 암투가 얼마나 치열했을지 짐작할 만하다.
민간연구기관 나라살림연구소가 지난 24일 펴낸 보고서에 따르면 내년도 예산안에서 증액 예산 전액인 4조4822억원 모두 소소위가 최종 결정했다. 내년도 예산 심의대상이던 정부 세부사업 9000여 개 중 예결위 논의 후 결론을 낸 사업은 350여개, 나머지는 모두 소소위에서 다뤄졌다. 무시하지 못할 규모의 예산안 심사가 밀실에서 이뤄지는 건 문제다. 22대 국회에서는 소소위 논의 과정이 투명해지길 바란다. 비공개해야 한다는 법적 근거도 없는 만큼 여야의 통큰 결단만으로도 최소한 투명성은 확보할 수 있을 것이다.
차현아 기자 chacha@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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