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인 한동훈, 개와 늑대의 시간은 끝났다 [편집국장의 편지]

차형석 기자 2023. 12. 26. 05:48
자동요약 기사 제목과 주요 문장을 기반으로 자동요약한 결과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개와 늑대의 시간'이라는 표현이 있다.

해가 진 직후 개인지 늑대인지 구분하기 어려운 시간.

비유하자면 이맘때가 시사주간지에는 '개와 늑대의 시간'이다.

개와 늑대의 시간은 끝났다.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매주 〈시사IN〉 제작을 진두지휘하는 편집국장이 독자들에게 보내는 편지입니다. 우리 시대를 정직하게 기록하려는 편집국장의 고민이 고스란히 담겨 있습니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11월17일 대구 수성구 스마일센터 방문 중 시민들에게 사인을 해주고 있다. ⓒ연합뉴스

‘개와 늑대의 시간’이라는 표현이 있다. 해가 진 직후 개인지 늑대인지 구분하기 어려운 시간. 낮과 밤의 경계를 이르는 말이다. 비유하자면 이맘때가 시사주간지에는 ‘개와 늑대의 시간’이다. 통상 마감일의 다다음 주 화요일이 발행일로 찍힌다(일종의 주간지 ‘유통기한’이다). 이번 호의 발행일은 2024년 1월2일. 이번 호가 신년호다. 다른 매체들이 한 해를 마무리할 즈음, 시사주간지는 새해와 관련한 아이템을 준비해야 한다. 신년호 기획으로 무엇을 내보낼까. 두세 달 전부터 고민스러웠다.

2024년은 총선이 치러지는 해다. 윤석열 정부 3년 차. 여야가 사활을 걸 수밖에 없다. 신년 기획으로 여론조사 전문기관 한국리서치와 함께 ‘2024 총선 유권자 지형’을 분석했다. 183개 질문을 만들었다. 한국리서치가 보유한 웹조사용 패널 89만명 가운데 지역·성·연령별 기준에 맞춰 응답을 요청했다. 2000명이 설문을 완료했다.

이번 호의 분석 대상은 ‘무당파’다. 국민의힘·민주당 양당 모두에 비호감이라고 응답한 층이 48%에 이른다. 이들 무당파의 선택이 총선 결과를 좌우하리라. 무당파의 세계를 커버스토리에 담았다(다음 호에는 국민의힘·민주당 호감층에 대한 분석을 내보낸다). 이번 조사에서 현직 대통령과 차기 대선주자로 꼽히는 여야 정치인 11명에 대한 감정온도를 물었다. 감정온도는 각 인물에 대해 평소 어떤 감정을 느끼는지 측정하는 지표다. 0도는 매우 차갑고 부정적인 감정, 100도는 매우 뜨겁고 긍정적인 감정이다. 국민의힘·민주당 양당 호감층 사이의 감정온도 격차가 가장 큰 ‘정치인’이 한동훈 전 장관이었다. 열정과 냉정 사이의 최전선에 그가 서 있다.

법무부 장관 시절, 그는 국무위원인 듯 정치인인 듯한 행보를 보여왔다. 윤석열 정권의 ‘2인자’라고 불렸고, 야당 의원과 설전을 마다하지 않았다. 2023년 11월17일 법무정책 현장 방문차 대구에 갔을 때 모습은 상징적이다. ‘사진을 같이 찍어달라’고 시민들이 몰려들자 귀경 표를 취소하고 3시간가량 사진 촬영에 응했다(출장 중인 국무위원이 이렇게 시민들과 사진 촬영을 하는 걸 본 적이 있나). 그때는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가 중진 험지 출마 여부를 두고 인요한 혁신위원장과 갈등을 빚고 있었다. 대구 방문 한 달쯤 후에 ‘정치인 한동훈’이 여당 비상대책위원장으로 등장했다. 국무위원과 정치인의 경계. 개와 늑대의 시간은 끝났다. 첫 관문으로 ‘김건희 특검법’이 놓여 있다. 말로 피해 가기 어려운 사안이다.

차형석 기자 cha@sisain.co.kr

▶읽기근육을 키우는 가장 좋은 습관 [시사IN 구독]
▶좋은 뉴스는 독자가 만듭니다 [시사IN 후원]
©시사IN,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Copyright © 시사IN.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