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심 속 창고일뿐인데... 부동산 시장서 나홀로 뜬 이곳
“아파트는 물론 빌라·원룸 거주자도 공유창고(셀프 스토리지·self storage)를 찾고 있습니다. 집값과 임대료가 폭등해 소형 아파트나 원룸·오피스텔을 구했는데 짐 둘 곳이 너무 부족하기 때문이죠.”
최근 셀프 스토리지 사업이 상가·건물 소유주에게 속칭 ‘핫템’(돈되는 사업아이템)으로 떠올랐다. 국내 부동산 경기는 침체인데 1인가구 증가 등에 힘입어 셀프 스토리지 시장은 급성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국내 셀프 스토리지 매장은 300여 곳. 불과 1년새 50% 이상 늘어난 것으로 알려졌다.
셀프 스토리지란 도심 내 건물 등에 부스 형태로 창고를 만들어, 매달 일정 금액을 받으며 개인에게 빌려주는 것이다. 창고 면적은 작게는 0.2평부터 4평 이상까지 다양하다.
국내 셀프 스토리지 업계의 독보적 1위인 ‘미니창고 다락’을 운영하는 ㈜세컨신드롬 정영호 실장은 “공실로 골머리를 앓고 있는 건물주에게 공유창고 사업은 쏠쏠한 수익 모델이 될 수 있다”고 했다. 빈 상가와 건물에 임차인을 연결하는 사업을 진행하고 있는 땅집고 공간기획센터는 미니창고 다락과 함께 내년 1월16일 건물주와 예비 창업자 등을 대상으로 무료 창업설명회를 연다.
◇무인 운영이 최대 장점
셀프 스토리지 수요가 늘어나는 것은 1인 가구 증가와 집값 급등 영향이 가장 크다. 현재 1인당 평균 주거면적은 10평 안팎. 문제는 취미나 여가활동이 활발해지면서 집안에 보관할 물건도 늘어난 것. 집을 늘려가자니 집값이 너무 많이 올라 결국 셀프 스토리지를 찾기 시작했다는 분석이다. 미국·호주·영국 등 선진국에서도 국민소득이 늘고 집값이 치솟은1960년대 이후부터 공유창고 서비스 수요가 생겨나기 시작해 현재 이용률이 높은 편이다.
셀프 스토리지는 무인으로 운영할 수 있다는 것이 가장 큰 매력이다. 정 실장은 “마케팅과 매장 관리도 다락 측에서 100% 도맡는다”며 “건물주가 직접 사업하는 형식이지만 직원 채용이나 매장 관리 노하우가 필요없다”고 했다.
다락은 2016년 국내 최초로 서울 휘문고 인근에 공유창고 1호점을 오픈한 이후 현재 전국에 85개점을 운영 중이다. 누적 이용객은 12만명에 달하는 국내 1위 업체다. 내년에 100개점을 추가로 낼 계획이다. 정 실장은 “공유창고 고객 46%는 1인가구인데, 주로 계절옷이나 취미용품 등을 넣어둔다”면서 “전체 고객 중 10%는 법인인데 사무실 용품을 보관한다”고 했다.
◇한적한 곳이 오히려 적합
셀프 스토리지는 일반 상가와 달리 배후 수요가 있다면 유동 인구가 적어도 운영에 문제가 없다. 다락 관계자는 “반경 1.5㎞ 이내에 1만가구 이상, 10만~20만명의 인구가 있는 입지를 갖추면 좋다”면서도 “원룸이 많은 빌라촌도 수익률이 높은 편”이라고 했다. 오히려 임대료가 너무 비싼 중심상업지역에 들어가면 수익성이 떨어진다. 자동차로 짐을 운반하는 고객이 많아 도심에서 너무 멀지 않은 약간 한적한 곳이 적합하다. 창고 전체 면적은 전용 30평 이상, 대형은 200평까지 가능하다. 단, 24시간 열려 있는 건물로 엘리베이터가 있거나 해당층에 주차가 가능해야 한다. 정 실장은 “투자비는 통상 3.3㎡(1평)당 250만~300만원, 최소 8000만원쯤 필요하다”면서 “평균 3년 안팎이면 투자금을 회수하는 사례가 많다”고 했다.
이상훈 땅집고 공간기획센터 센터장은 “건물과 상가 후면이나 지하 등 임차인 선호도가 떨어지는 공간을 장기간 공실로 놔둘 바에는 건물주가 직접 투자해서 셀프 스토리지 사업을 하는 것도 현실적인 해법이 될 것”이라고 했다. /김리영 땅집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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