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인구 다 늘어난다”… 양수발전소 유치에 6개郡 사활

조재희 기자 2023. 12. 26. 03:49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조만간 새 후보지 2~3곳 선정
“우리 군이 유치하자” - 지난 19일 경북 영양군 주민들이 영양읍에서 양수발전소 유치를 위한 거리 캠페인을 펼치고 있다. 이달 말 양수발전소 후보지 심사·선정을 앞두고 전국 6개 군이 각축을 벌이고 있다. 양수발전소는 과거 수몰 지역을 중심으로 반대하는 주민이 많았지만, 최근엔 인구가 감소하는 지방자치단체를 중심으로 유치 열기가 뜨겁다. /영양군

양수(揚水) 발전은 전기가 남을 때 하부 댐에 있는 물을 상부로 끌어올려 저장했다가 전력 수요가 많을 때 하부 댐으로 물을 떨어뜨려 전기를 만든다. 낙차가 필요한 산지에 짓다 보니 환경 파괴와 이에 따른 주민 반대 탓에 한동안 건설이 주춤했다. 1979년 가동을 시작한 400MW급 경기 청평양수를 시작으로 7개 발전소(4.7GW)가 건설돼 가동 중이지만 2011년 경북 예천양수를 마지막으로 지금까지 신규 건설이 없었다.

하지만 최근엔 신규 양수 발전 건설이 잇따르고 있다. 한수원이 충북 영동과 강원 홍천, 경기 포천에서 2030~2034년 준공을 목표로 1.8GW를 건설 중이고, 정부는 조만간 추가 건설 후보지 2~3곳을 확정해 발표한다. 과거와 달리 양수발전소 건설로 발생하는 경제적 효과를 기대하는 지방자치단체들이 유치 경쟁까지 벌이는 상황이다. 발전 설비를 늘려야 하는 전력 당국과 인구 감소 등으로 어려움을 겪는 지자체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 것이다.

◇경북 영양 등 6군 신규 양수 발전 유치 나서

25일 산업통상자원부와 발전업계에 따르면 전력 당국은 이달 말 경북 영양, 경북 봉화, 경남 합천, 전남 구례, 전남 곡성, 충남 금산 등 6개 군을 상대로 심사를 진행하고, 조만간 신규 양수 발전소 후보지를 발표한다. 전력 당국은 올 초 발표한 제10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서 1.75GW(기가와트·1750MW) 규모 양수 발전소를 늘리겠다고 밝혔고, 지난 9월엔 한국전력거래소 주관으로 의향서 접수 등 관련 절차를 시작했다. 이에 6개 군과 한국수력원자력을 비롯한 4개 발전 공기업이 최종 각각 500~1000MW(메가와트) 규모 발전소 건설에 뛰어들었다. 6곳 중 2~3곳이 양수 발전 건설지로 선정될 것으로 예상된다.

그래픽=김현국

양수 발전소는 과거 전력 수요가 적은 새벽에 원전이 생산하는 전기를 소비하는 용도로 주로 쓰였다. 단 몇 분 만에 전력 생산이 가능하기 때문에 전력 수요가 급증할 때 ‘블랙아웃’을 막기 위한 비상용 발전기 역할을 했다. 하지만 최근 들어선 급격히 증가한 태양광의 보조 발전기 역할로 확대됐다. 한낮 태양광이 생산한 전기로 물을 끌어올렸다가 태양광 발전이 감소하는 저녁 때 가동하는 식이다.

◇미운 오리 새끼에서 백조로

전력업계에서는 미운 오리 새끼였던 양수 발전이 백조로 바뀌었다는 진단이 나온다. 한 전력업계 관계자는 “과거 양수 발전소를 건설할 땐 주민 민원이나 환경 단체 반대가 심했다”며 “골치는 아프면서도 수익은 나지 않으니 애물단지였다”고 했다. 하지만 최근엔 인구가 급감하는 군 지역에서 양수 발전 매력이 커지고 있다. 10년 이상 건설비만 1조~2조원이 투입되고, 준공 이후에는 관광 명소로도 개발 가능해 새로운 먹거리로 주목받는 것이다. 이번에 유치를 신청한 6군의 인구는 1만5000~5만명으로 해마다 수천 명씩 줄고 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인구가 1만5000명 수준인 영양군은 지난 10월 열린 ‘범군민 총결의대회’에 1만여 명이 몰렸고, 구례군도 예정 지역인 문척면 주민 93.4%가 유치에 찬성할 정도로 현지 주민 반응도 우호적이다. 과거 적자였던 양수 사업이 흑자로 돌아선 것도 사업을 포기했던 발전사들이 다시 뛰어드는 배경으로 꼽힌다. 해마다 1000억원 넘는 적자를 냈던 한수원 양수 부문은 가동률이 10% 초반에서 25% 수준으로 높아지면서 지난해 660억원 흑자로 돌아섰다. 한 발전사 관계자는 “양수 발전은 재생에너지라는 측면에서 앞으로 보조금 확대도 기대된다”며 “석탄 발전 퇴출과 LNG(액화천연가스) 발전 축소로 신규 성장 동력 확보가 필요한 발전사들로서도 양수 발전은 매력적인 신사업”이라고 말했다.

유승훈 서울과기대 교수는 “해마다 태양광 설비 용량이 3GW씩 늘어나는 상황에서 낮 시간 급격하게 늘어나는 발전량을 소비하기 위한 양수의 역할이 커지고 있다”며 “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서는 양수 발전 설비가 3~5GW 더 늘어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고 말했다.

☞양수(揚水) 발전

위아래 높이 차이가 나는 두 개의 저수지를 이용하는 수력발전의 한 방식이다. 전력 수요가 적을 때 아래 저수지의 물을 위로 끌어올리고, 전력 수요가 급증할 때 저장해 놓은 물을 아래로 떨어뜨려 전력을 생산한다.

Copyright © 조선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