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고기 업자 폐업에 4조원? 너무 과하네요
지난 20일 개를 식용 목적으로 키우거나 도살하는 행위를 금지하는 내용의 특별법이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를 통과했습니다. 똑같이 ‘개 식용 종식’을 내걸고 발의된 특별법 5건을 묶어, 위원회 결의안으로 통과시킨 것인데요. 기존 법안들과 대동소이한 듯 보이지만, 농해수위 최종안에선 의문이 드는 지점이 있었습니다. 11조의 ‘폐업 등에 필요한 지원을 하여야 한다’는 표현입니다.
앞서 발의된 법안 5건엔 모두 ‘폐업지원금을 지급할 수 있다’는 표현이 있습니다. 그런데 농해수위 최종안은 ‘할 수 있다’를 ‘하여야 한다’로 바꿨습니다. 개 식용 업체들에 무조건적 보상을 하도록 정부에 의무를 지운 것입니다. 법안에는 업체들이 전업을 할 때도 ‘지원을 하여야 한다’고 합니다.
20일 법안을 통과시킬 당시 위원회 회의록을 들여다보니, 의무가 생긴 이유가 드러납니다. 야당 의원들은 ‘공공 필요에 의해 재산권을 제한할 경우 정당한 보상을 지급하여야 한다’는 헌법 23조 3항을 들고 왔습니다. 나라에서 개고기를 못 팔게 했으니 보상을 해줘야 한다는 논리입니다.
육견협회에서는 개 한 마리당 5년에 걸쳐 200만원을 보상해달라고 요구하고 있습니다. 정부가 지난해 추정한 사육 개는 57만 마리, 업계는 200만 마리까지도 보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폐업 보상에만 최대 4조원이 들어갈 수 있는 셈입니다. 막대한 전업 비용도 청구하며 ‘법’을 들먹이면, 정부가 할 말이 없게 됩니다.
송미령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후보자도 청문회에서 개 식용 종식 특별법에 동의한다면서도 “보상 의무화는 과도하다”는 의견을 내비쳤습니다. 조건 없이 모든 업체를 보상하기 위해 막대한 자금을 조달하는 것도 문제입니다. 업체별로 상황을 조사해 필요할 때만 지원하는 게 필요해 보입니다.
여야를 막론하고 법을 빨리 통과시키려 독이 될지 모를 ‘의무’를 집어넣었다는 의심을 떨치기 어렵습니다. 개 식용 금지가 윤석열 대통령의 핵심 공약 중 하나라고 하지만, 반드시 속도전을 벌일 필요는 없었다고 봅니다. 후속 입법 과정에서 보상 의무화의 부작용을 없앨 대책들이 마련돼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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