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 공매도’ BNP파리바·HSBC에 사상 최대 과징금 265억

권순완 기자 2023. 12. 26. 03:41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증권선물委, 190억·75억씩 부과… 검찰에 형사 고발도

금융 당국이 국내 증시에서 560억원대 규모의 불법 무차입 공매도를 벌인 글로벌 투자은행(IB) BNP파리바와 HSBC에 대해 265억2000만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고 25일 밝혔다. 불법 공매도에 대한 과징금으로는 사상 최대다.

금융위원회 산하 증권선물위원회는 지난 22일 이 같은 내용의 안건을 의결했다. 증선위는 기관별 과징금 액수는 공개하지 않았다. 본지 취재에 따르면, BNP파리바는 약 110억원, BNP파리바증권은 약 80억원, HSBC는 약 75억원의 과징금 처분을 받았다. BNP파리바증권은 BNP파리바의 계열사이자 국내 수탁 증권사다. BNP파리바 측을 모두 합치면 과징금이 190억원에 달한다. 증선위는 BNP파리바·HSBC 2곳에 대해선 검찰에 형사 고발 조치도 했다.

그래픽=양인성

◇공매도로 손해 봤는데 과징금 110억원…“미국보다 센 처분”

지난 10월 금융감독원은 BNP파리바 홍콩법인이 2021년 9월부터 작년 5월까지 9개월간 카카오 등 101개 종목에 대해 400억원 규모의 무차입 공매도를 벌인 사실을 적발했다. HSBC도 2021년 8~12월 5개월간 호텔신라 등 9개 종목에 대해 160억원 상당을 무차입 공매도한 것이 드러났다. 불법 공매도로선 사상 최장이자 최대 규모였다.

다만 이들 IB 2곳이 실제 공매도로 올린 이득은 없거나 적었다. HSBC는 3억원가량을 벌었고, BNP파리바는 공매도로 오히려 손해를 본 것으로 알려졌다. 공매도는 주가가 떨어져야 이익을 보는데, 예상과 다르게 주가가 흐른 경우가 많았다는 게 금융 당국의 설명이다.

공매도란 주식을 빌려서 팔고 나중에 사서 갚는 투자 기법이다. 보통의 주식 매매와 달리, 공매도는 주가가 떨어질수록 이익을 본다. 현행법상 공매도를 할 경우 주식을 반드시 ‘사전 차입(借入·빌리기)’해야 한다. 공매도 시점에 빌린 주식이 없는 무차입 상태였다가 나중에 빌리는 ‘사후 차입’은 불법이다. 그렇게 규제하지 않으면 무제한적 공매도로 가격이 왜곡될 여지가 크기 때문이다.

이번에 부과된 265억원 과징금은 불법 공매도에 대한 것으로는 역대 최대다. 지금까지는 지난 3월 외국계인 ESK자산운용의 무차입 공매도에 대한 38억7000만원의 과징금이 가장 많았다. 미국 등 선진국과 비교해 봐도 이번 과징금 액수는 기록적이라는 것이 증권업계의 평가다. 미국은 불법 공매도 과징금으로 통상 부당이득금의 최대 3~4배를 부과한다. 그런데 이번 IB에 대한 과징금은 부당이득의 25배(HSBC)에 달하거나, 부당이득이 없는데도 부과(BNP파리바)된 것이다.

그래픽=양인성

◇'불법 공매도 형사 처벌’ 첫 사례 되나

지난 몇 년간 많은 개미 투자자는 불법 공매도에 대한 당국의 제재가 ‘솜방망이’에 그친다고 비판해 왔다. 해외 투자자들이 국내에서 무차입 공매도를 하다 걸려도 별다른 타격을 받지 않기 때문에, 불법 공매도가 만연해졌다는 것이다. 실제 2021년 이전엔 불법 공매도에 대한 제재는 ‘1억원 이하 과태료’가 전부였다. 그러나 2021년 자본시장법 개정으로 공매도 금액의 최대 100%까지 과징금을 매길 수 있도록 바뀌었다. 여기에 더해 최근 당국은 강력한 처벌 의지를 보이며, 적발 시 ‘최장 10년 주식 거래 제한’ ‘임원 선임 제한’ 등 다양한 조치를 취하기로 했다.

이들 IB 2곳은 불법 공매도 혐의로는 최초로 ‘형사 처벌’을 받을 가능성도 커졌다. 증선위가 과징금과 별도로 이들에 대해 검찰 고발 조치도 결정했기 때문이다. 불법 공매도에 대해 검찰 고발이 나온 건 이번이 처음이다. 법상 IB와 임직원들은 과징금과 별도로 1년 이상의 징역형 또는 부당이득 금액의 최대 5배에 달하는 벌금형에 처해질 수 있다. 이복현 금감원장은 지난 10월 국정감사장에서 “외국에 있는 사람(IB 임직원)을 끌어와서라도 (형사) 처벌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하기도 했다.

금감원은 이번 적발 건을 계기로 지난달 ‘공매도 특별 조사단’을 꾸리고, 다른 주요 IB들을 대상으로 불법 공매도가 있는지를 전수 조사하고 있다. 추가로 3곳의 외국계 IB가 금감원 조사 대상에 올라 있다. 한편 김소영 금융위 부위원장은 “불법 공매도에 대한 일반 투자자들의 우려를 불식시킬 수 있도록 관련 전산 시스템 구축도 적극적으로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Copyright © 조선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