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은 하루 10만원까지만?... 中 규제에 허찔린 韓 게임

변희원 기자 2023. 12. 26. 03: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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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판호 발급날 규제 초안 발표

중국 국가신문출판서(NPPA)는 지난 22일 외국산 게임 40종에 판호(수입 및 서비스 허가증)를 발급했다고 밝혔다. 한국 게임은 엔씨소프트의 ‘블레이드 & 소울2′(블소2)와 위메이드의 ‘미르M’, 그라비티의 ‘라그나로크 X: 넥스트 제너레이션’이 포함됐다. 중국 진출의 길이 열렸다는 반가운 소식에도 게임 업체들은 마냥 좋아할 수만은 없었다. 같은 날 NPPA가 게임 중독과 과도한 게임 시장 팽창을 막기 위한 ‘온라인 게임 관리 대책’ 의견 초안을 함께 내놓았기 때문이다. 게임 내 과금과 이용자에 대한 보상을 줄이는 것이 골자다. 실적 악화로 고심하는 한국 게임업계의 돌파구로 기대를 모았던 중국 시장에서 초강력 규제에 발이 묶일 가능성이 높아진 것이다.

그래픽=김현국

◇중국 규제안에 게임사 주가 뚝↓

NPAA가 발표한 온라인 게임 관리 대책 초안에 따르면 게임을 서비스하는 퍼블리셔(유통업체)는 온라인 게임의 하루 지출 한도를 설정해야 한다. 예를 들어 게임마다 하루에 10만원 이상 돈을 쓸 수 없도록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매일 로그인하는 이용자와 장시간 이용자에 대한 보상, 이용자의 지출을 유도하는 상품도 제공할 수 없다. 불합리한 소비 행위에 대해선 이용자에게 팝업창을 통해 경고해야 하고 미성년자는 아예 확률형 아이템에 접근할 수 없다. 게임 장면을 생중계하는 스트리머에 대한 규제도 생겨나 이용자들은 스트리머에게 일정 금액 이상을 후원할 수 없다.

게임 내용에 대한 규제도 강화한다. 게임 내용이 민족 차별을 선동하거나 민족 단결을 손상시킬 수 있는 내용, 국가 종교 정책에 반하는 사이비 종교나 미신 등 내용도 금지한다. 국내 게임사 관계자는 “예전에도 중국 검열 때문에 일부 게임사들은 게임 내용이나 캐릭터, 그림을 수정하는 경우가 있었다”며 “국내 게임 상당수가 신화를 배경으로 하거나 신비로운 이미지를 활용하는데 어떤 잣대를 들이대느냐에 따라 충분히 규제 대상이 될 수 있다”고 했다.

이번에 나온 초안 그대로 규제가 적용된다면 게임 업체 입장에서는 이용자를 끌어들이기 위한 인센티브 수단을 포기해야 하고, 주요 돈벌이 수단인 확률형 아이템 비중도 줄어들 수 있다. 게임 업체들은 매출과 영업이익에서 상당한 손실을 볼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날 규제 초안이 공개된 이후 중국 주요 게임업체 주가는 폭락했다. 홍콩거래소에 상장된 중국 1, 2위 게임사 텐센트와 넷이즈 주가는 각각 13.5%, 26.8% 떨어졌다. 중국 시장 비중이 큰 한국 게임 업체의 주가도 마찬가지였다. 크래프톤은 13.77%, 위메이드는 13.34% 급락했고 도쿄거래소에 상장된 넥슨도 11.93% 하락했다.

그래픽=김현국

◇”중국 外 국가 수출도 고려해야”

규제 초안을 두고 중국 안팎에서 논란이 거세지자 23일 중국 정부는 “이번에 발표한 내용은 초안”이라며 “관련 부처와 기업, 이용자 등의 의견을 수렴하겠다”고 한발 물러섰다. NPAA는 오는 1월 22일까지 최종안을 결정할 예정이다. 국내 게임업계 관계자는 “중국은 게임 산업을 규제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왔고, 지금까지 규제의 불확실성도 높았다”며 “이번이 아니라도 조만간 또 규제를 들이밀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언제든 규제가 더 생기거나 바뀔지 몰라 중국에서 어렵게 판호를 받고 서비스를 시작한 이후에도 리스크에 시달릴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중국 당국은 2017년부터 대폭 축소했던 게임 판호 발급을 지난해 말 전면 재개했다. 지난해 12월과 올해 3월 중국 판호를 받은 국내 게임은 12종이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의 ‘2022년 대한민국 게임백서’에 따르면, 2021년 기준 국내 게임의 국가별 수출 비중은 중국이 34.1%로 가장 큰 비율을 차지했다. 게임 업체 관계자는 “국내 게임의 최대 수출국인 중국이 규제를 강화할수록 국내 게임사들의 실적은 악화되는 구조”라며 “다른 국가로의 수출 비중을 높이는 다변화 전략을 계속 시도해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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