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객 돈으로 돌려막기, 증권사 CEO들 중징계한다

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뉴스1

NH투자증권, KB증권, 하나증권 등 국내 9개 증권사가 채권형 랩어카운트(랩)·신탁 상품에서 수천억대 이른바 ‘돌려막기’를 통해 고객 손실을 보전해온 사실이 금융 당국에 적발된 가운데, 여기에 관여한 일부 최고경영자(CEO)들이 중징계 처분 대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최근 일부 대형 증권사 CEO들은 사모펀드 불완전 판매로도 중징계를 받았다.

25일 금융 당국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9개 증권사의 랩·신탁 업무 실태를 집중 검사한 결과와 관련해 이르면 다음 달 제재심의위원회 절차를 시작할 예정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증권사마다 고객 돈을 빼내 다른 고객 손실을 보전한 경우, 또 고유자금으로 고객 손실을 보전한 경우 등 사안이 다르고 금액도 차이가 난다”며 “사안별로 구분해 각 증권사에 의견서를 보낸 상태”라고 했다.

최근 금감원은 국내 주요 증권사들이 작년 하반기 레고랜드 사태로 촉발된 단기 자금시장 경색으로 랩·신탁의 만기 수익률을 달성하기 어려워지자, 고객 계좌의 기업어음(CP)을 다른 고객 계좌를 동원해 고가에 매수하는 방식으로 수익률을 맞추는 등 중대 위법 행위를 했다고 발표했다. 일부 증권사의 경우 고객 계좌 간 이른바 ‘돌려막기’를 경영진이 직접 지시했거나 사전에 알고 있었던 정황도 포착된 것으로 알려졌다. 금감원은 이들에게 자본시장법 위반이나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배임 혐의 적용 등을 검토하고 있다.

함용일 금감원 부원장은 지난 7월 증권사 CEO 간담회에서 “컴플라이언스, 리스크 관리, 감사 부서 등 어느 곳도 관련 위법 행위를 거르지 못했다면 이는 내부 통제의 최종 책임자인 최고 경영진과 무관하다고 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