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갈수록 남아도는 교육교부금, 저출산 대응에 쓰는 게 맞는다
정부가 남아도는 지방교육재정교부금과 교육세 일부를 저출산 대응 예산으로 쓰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대통령 직속 저출산 고령사회위가 교육교부금 등에서 ‘저출산 기금’ 혹은 ‘저출산 특별회계 예산’을 신설해 육아휴직 급여, 아동 수당 등 자녀가 있는 가정에 대한 ‘현금 지급’을 대폭 확대하는 방안을 추진한다는 것이다.
현재 내국세의 20.79%를 전국 시·도교육청에 자동 배정하는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은 남아도는 상황이다. 한두 해가 아니라 몇 년째 되풀이되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경제 성장에 따라 교부금 규모는 매년 커지고 있지만 학생 수는 매년 줄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초·중·고 학생 수는 2010년 734만명에서 올해 531만명으로 감소했는데, 교육교부금은 32조2900억원에서 2배 이상인 75조7600억원으로 늘어났다. 이 때문에 교육청들은 늘어나는 교육 예산을 주체하지 못해 학생들에게 디지털 기기를 나눠 주거나 ‘입학 준비금’ 등 명목으로 현금을 뿌리는 등 억지로 쓸 곳을 만들고 있는 현실이다. 감사원은 최근 이 교부금이 1년에 14조원꼴로 불필요하게 지출됐다고 지적했다.
반면 올 3분기 합계출산율은 사상 유례가 없는 0.70명으로 내려갔다. 인구 감소에 제동을 걸기 위해 가능한 모든 수단을 강구해야 한다. 그럼에도 부족한 예산과 적절한 정책 부재로 좀처럼 저출생 추세를 반전시킬 계기를 만들지 못하고 있다. 정부가 ‘저출산 기금’으로 육아휴직 급여 상한을 현행 150만원에서 200만원으로 올리고, 아동 수당 지급 연령도 현재의 0~7세에서 0~17세로 확대하는 것을 검토 중이라고 한다. 이렇게 할 경우 육아휴직 급여의 소득 대체율과 아동 수당 지급 연령이 일본·유럽 등 복지 선진국들과 비슷해진다. 둘 다 저출산 대응을 위해 시급히 해야 할 일이다.
지방교육교부금 일부를 저출산 예산으로 활용하는 것을 두고 시·도교육청 등 교육계가 반발할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지금 우리나라에 저출산 대응 이상으로 시급한 과제는 없다. 우리나라 인구 감소가 중세 유럽 흑사병 때보다 심하다는 얘기까지 나오고 있다. 우선 애들이 태어나야 교육도 할 수 있는 것 아닌가. 남아도는 교육교부금을 활용해 저출산 대응에 쓰는 방안은 맞는 방향이다. 세금은 이럴 때 이런 데 쓰라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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