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5함대 ‘번영의 수호자 작전’ 나섰지만 보름째 막힌 홍해
예멘 반군 공격에 공급망 위기
세계 해상 컨테이너 물동량의 약 30%가 지나는 수에즈 운하 관문인 홍해에서 예멘 반군 ‘후티’ 공격으로 인한 물류 차질이 계속되면서 해상 운임도 급등하고 있다. 컨테이너 운임 지표인 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SCFI)는 최근 4주 연속 오르면서 지난 22일 기준 1254.99로 연중 최고치를 기록했다. 일주일 전보다 161.47포인트(14.8%) 급등했고, 작년 11월 25일 이후 13개월 만에 1200선도 돌파했다.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에서 하마스를 지지하는 후티 반군이 이달 초부터 이스라엘 선박뿐 아니라 홍해를 지나는 이스라엘과 무관한 선박들까지 미사일과 무인기(드론)를 동원해 공격에 나서면서 사실상 주요 해운사의 ‘홍해 항로’가 보름째 막혔기 때문이다. 업계에선 미국이 주도하는 다국적 함대가 홍해에 투입되지만, ‘과연 안전을 보장할 수 있는지’가 앞으로 운임 추세와 글로벌 공급망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고 예의 주시하고 있다.
◇운임 이미 급등… 美 동쪽 해안 공급망 차질 우려
한국·중국·일본 등 아시아에서 만든 상품을 실은 컨테이너선과 중동 걸프만에서 나온 원유를 나르는 유조선들은 유럽이나 미국으로 갈 때 주로 뱃길이 짧은 수에즈 운하를 지나왔다. 그러나 이달 중순부터 세계 10대 해운사가 모두 홍해 항로 우회를 권고하면서 아프리카 최남단 희망봉으로 돌아가고 있다. 아프리카 최남단 희망봉을 지나는 우회로는 뱃길이 5000㎞ 이상 길어지고, 화물 도착일도 7~10일 늦어진다. 한국무역협회는 “제한된 컨테이너선을 이용해 기존보다 긴 거리를 운항해야 하므로, 결국은 각 항로에 투입되는 배의 실질 공급이 줄어드는 효과가 나타나 곧장 운임 인상으로 이어지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희망봉 우회와 파나마 운하 가뭄이 맞물리면서 컨테이너 운임과 보험료 증가 등 비용뿐 아니라, 운송 차질에 따른 납기 지연 등 글로벌 공급망 위기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 주요 해운사들은 파나마 운하 가뭄을 고려해 미국 뉴욕·뉴저지 등 북미 동안(東岸)으로 가는 선박 항로로 수에즈 운하 통과를 늘려왔기 때문이다. 이케아 등 기업들은 이미 물류 지연이 벌어져 대체 운송 수단을 검토하고 있다. 물류 회사 CH로빈슨월드와이드는 22일 “지난 일주일 동안 25척 이상 선박이 수에즈 운하에서 희망봉으로 우회했다”며 “홍해의 전쟁 위험과 파나마 운하의 가뭄으로 내년 1분기 요금이 계속 오를 것으로 예상하기 때문에 선박 공간 확보를 위해 4~6주 전 예약을 권한다”고 했다.
◇2위 선사 머스크 일단 재개 준비하지만, “리스크 남아”
홍해발(發) 글로벌 무역 차질이 생기자 미국은 지난 18일 미 해군 5함대를 주축으로 하는 ‘번영의 수호자 작전’ 설립을 발표하고 영국을 비롯해 프랑스·캐나다·바레인 등과 다국적 함대를 꾸리기 시작했다. 이에 세계 2위 해운사인 덴마크의 머스크는 24일 이달 중순 중단했던 홍해 항로 운항을 재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후티 반군은 이날 성명을 내고 미군이 쏜 미사일이 가봉 선적의 상선 근처에서 폭발했다고 주장하며 “미국과 그 동맹들이 괴롭힘을 계속한다면 홍해는 불타는 싸움판이 될 것”이라고 공세 수위를 높였다. 머스크도 “홍해 지역의 모든 리스크가 제거된 것은 아니다”라며 재철수 가능성도 남겨 당장 다른 선사의 ‘홍해 항로 재개’에 영향을 미칠지도 미지수다. 우리나라 국적 선사 HMM이 소속된 글로벌 3대 해운 동맹 중 하나인 ‘THE얼라이언스(THEA)’도 상황을 더 지켜볼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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