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화물선, 하루 한 척꼴로 불안한 홍해 통과

김성모 기자 2023. 12. 26. 0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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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우회 운항’ 권고했지만
중소 선사 “화주 동의 없인 힘들어”
지난달 20일 후티 반군 헬리콥터가 홍해를 항해하던 선박 위를 날고 있는 사진이 공개됐다. / 로이터

예멘의 이슬람 반군 ‘후티’가 홍해에서 민간 상선들에 대한 공격을 이어가고 있는 가운데 우리나라 국적선이 하루에 한 척꼴로 홍해를 지날 것으로 파악됐다.

25일 국회 농림축산해양수산위원회 소속 최춘식 의원(국민의 힘)이 국내 해운사들의 운항 스케줄을 취합한 자료에 따르면, 이날부터 다음 달 24일까지 31일간 총 28척의 국적선이 홍해를 통과할 계획인 것으로 파악됐다. 25일과 26일에는 2척씩 홍해를 지난다. 이 자료는 지난 18~19일 취합한 것으로, 응답하지 않은 선사들을 포함하면 실제 국적선의 홍해 통행량은 더 많을 가능성이 있다고 최 의원실은 밝혔다.

앞서 후티 반군은 지난 23일 노르웨이와 가봉 국적의 민간 선박을 드론으로 공격했다. 이스라엘의 하마스 침공 이후로 15번째 공격이다. 미국이 지난 18일 다국적 안보 구상인 ‘번영의 수호자 작전’을 발표하고, 영국과 프랑스가 홍해 인근에 군함을 파견하는 등 대응에 나섰지만, 후티 반군의 도발은 수그러들지 않았다. 후티 반군은 “우리에게 대항하는 나라의 선박은 공격 대상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정부는 지난 21일 주요 선사 및 해운 단체들과 회의를 갖고 홍해 대신 아프리카 희망봉으로 우회할 것을 권고했다. 유럽과 우리나라를 오가는 정기선을 운항하는 국내 최대 해운사 HMM은 우회하기로 했지만, 전세기 성격의 부정기선을 운영하는 다른 선사들은 우회 결정을 내리는 데 난색을 표하는 분위기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부정기선은 ‘콜택시’처럼 화주의 요구에 맞춰 운항을 해주는 구조”라며 “화주의 동의 없이는 우회 운항을 하기 어렵고, 우회했다가 운송 일정을 맞추지 못할 경우 큰 손해를 보게 된다”고 했다.

정부는 아덴만에 주둔하고 있는 청해부대, 홍해의 다국적 연합해군과 협력해 우리나라 국적선을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한다는 방침이다. 지난 19일에는 로이드 오스틴 미 국방장관 주재로 열린 ‘홍해 항로 보호’ 화상회의에 허태근 국방부 국방정책실장이 참석하기도 했다. 해양수산부 관계자는 “이달 들어 우리나라 국적선 30척가량이 홍해를 지났고, 공격받은 경우는 없었다”며 “향후 우회 운항을 결정하는 선사들도 나타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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