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대법원 차원 점검 필요한 부산지법 공탁금 관리 구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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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공무원이 공탁금 수십억 원을 빼돌리는 어처구니없는 사건이 발생했다.
시민은 법원을 믿고 공탁금을 맡겼는데 법원 공무원이 제대로 관리하기는커녕 이를 몰래 빼돌렸다는 사실은 충격적이다.
그동안 법원행정처 공탁금관리위원회가 공탁금 관리를 허술하게 한다는 지적을 받았다.
대법원은 부산지법 공탁금 횡령 사건을 계기로 전국 법원의 공탁금 관리 전반을 철저히 점검해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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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공무원이 공탁금 수십억 원을 빼돌리는 어처구니없는 사건이 발생했다. 법 절차를 엄격하게 준수해야 하는 게 법원이다. 부산지법에서 법원 공무원 횡령 사건이 발생한 것이다. 부산지법이 어떻게 했길래 이런 일이 발생했느냐는 비난을 자초한 셈이다. 부산지법은 지난 22일 횡령 혐의로 부산지법 소속 7급 공무원 A 씨를 직위해제하고 경찰에 고발했다. A 씨는 공탁계에서 공탁금 관리 업무를 맡았던 지난해 11월 14일부터 12월 23일까지 한 달여 동안16회에 걸쳐 공탁금 28억5264억 원을 빼돌린 혐의를 받고 있다.
공탁금은 변제·담보·보관 목적으로 금전이나 유가증권 부동산 기타물품 등을 법원에 맡겨두는 제도로 공탁일로부터 15년이 지나면 전액 국고에 귀속된다. A 씨는 공탁금 미수령자가 많다는 점을 알고 피공탁자가 명확하지 않거나, 이를 수령할 가능성이 낮은 피공탁인을 범행 대상자로 삼았다. 그는 피공탁자란에 가족 인적사항을 전산에 입력한 뒤 자신의 가족 명의 계좌로 공탁금을 빼돌렸다. 이후 가족 명의 계좌를 공탁금 포괄 계좌로 등록하는 수법으로 16회에 걸쳐 부정 출금했다. 공탁금 포괄계좌는 공탁금을 수령할 때 향후 모든 공탁사건에 같은 계좌로 입금을 하는 계좌다. 이 과정에 상관인 공탁관의 승인이 필요한데 A 씨는 공탁관의 인감도장을 몰래 날인해 출급 기록을 마무리했다고 한다. A 씨는 점심시간 등을 틈타 공탁관의 도장을 수차례 빼냈다. 공탁관이 인감도장의 중요성을 모르지 않을 터인데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렵다.
문제는 이 같은 범행이 1년이나 흐른 지난 20일에야 밝혀졌다는 것이다. 피공탁자 공탁금을 압류한 채권자가 이를 수령하러 왔다가 횡령 사실이 드러났다. 시민은 법원을 믿고 공탁금을 맡겼는데 법원 공무원이 제대로 관리하기는커녕 이를 몰래 빼돌렸다는 사실은 충격적이다. 또한 1개월 동안 16회에 걸쳐 부정출금한 사실이 확인됐으니 정황상 여죄가 의심되는 상황이다. 경찰은 횡령 기간과 금액을 좀 더 면밀히 조사해야 할 것이다. 특정인의 포괄계좌에 16회에 걸쳐 거액의 돈이 흘러 들어갔는데 이를 수상하게 생각하지 않은 것은 법원 내부 감찰 시스템이 허술하다는 뜻이다.
그동안 법원행정처 공탁금관리위원회가 공탁금 관리를 허술하게 한다는 지적을 받았다. 전국 법원이 공탁금 보관 은행 선정 과정에서 공개 경쟁 방식을 취하지 않아 이자를 적게 받는 경우가 많았다. 또 위임장을 허위로 작성한 후 공탁금을 부정수령한 사례가 반복되고 있다. 찾아가지 않는 공탁금 규모가 적지 않은 것도 부정 출금 가능성을 키운다. 올해 국고에 귀속되는 공탁금은 981억 원 정도다. 대법원은 부산지법 공탁금 횡령 사건을 계기로 전국 법원의 공탁금 관리 전반을 철저히 점검해야 하겠다. 휴면 공탁금을 노리고 부정 출금한 유사 사례가 있는지 살피고 직무감찰을 강화해야 마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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