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하마스 전쟁
◇하마스의 기습 공격에 다시 불붙은 ‘중동의 화약고’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의 이슬람 무장 단체 하마스가 10월 7일 이스라엘을 기습 공격하고 이스라엘이 보복 공격에 나서면서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이 발발했다. 지난해 2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가운데 ‘두 개의 전쟁’이 현실화됐다. 레바논 무장 단체 헤즈볼라도 가세, 충돌은 신(新)중동 전쟁으로 번졌고 2만명 이상이 목숨을 잃었다. 민간인을 납치·살해한 하마스에 대한 비난이 거세진 가운데, 팔레스타인 민간인 피해를 야기하고 자국 인질을 적으로 오인 사살한 이스라엘도 비판을 피하지 못했다.
◇바그너 그룹 수장인 프리고진의 반란에 체면 구긴 푸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최측근이었던 예브게니 프리고진이 이끄는 용병 단체 바그너 그룹이 6월 24일 군부를 겨냥한 무장 반란을 일으켰다가 하루 만에 철수했다. 바그너 그룹은 우크라이나전 최전선에도 투입됐지만 이 사건으로 존재감이 크게 줄었다. 프리고진은 두 달 뒤 폭발로 의심되는 비행기 추락 사고로 사망했다. ‘독재자’ 푸틴의 리더십엔 금이 갔다는 평가가 나왔지만, 푸틴은 내년 3월 대선 출마를 이달 초 선언해 종신 집권 의지를 공식화했다.
◇오픈AI의 생성형 인공지능 챗GPT 대유행과 빅테크 암투
올해 전 세계 AI(인공지능) 열풍은 사람처럼 말하는 오픈AI의 생성형 AI ‘챗GPT’가 주도했다. 사용자가 2억명에 육박할 정도로 챗GPT가 인기를 끌면서 AI가 인류에게 가져올 혜택과 위험에 대한 토론이 뜨거웠다. 챗GPT 출시 1년 만인 11월 17일 AI의 안전한 발전에 집중하길 원하는 오픈AI 이사회가 상업화를 내세운 샘 올트먼 최고경영자(CEO)를 해고하는 일이 발생했다. ‘쿠데타’ 후 직원 750명과 최대 주주 마이크로소프트가 올트먼 편을 들면서 올트먼은 닷새 만에 복귀했다.
◇동일본 대지진 12년 만에… 日 후쿠시마 오염 처리수 방류
일본 도쿄전력은 8월 24일 후쿠시마 원자력발전소 오염 처리수 7800t을 바다로 방류했다. 2011년 3월 동일본 대지진으로 원전에서 폭발 사고가 난 지 12년 만이다. 11월까지 3차에 걸쳐 2만3400t이 방류됐다. 일본은 바닷물로 희석한 오염 처리수가 안전하다고 밝혔지만, 중국·러시아 등은 일본산 수산물 수입을 전면 중단하는 등 반발했다. 도쿄전력은 내년 2월 4차 방류를 포함, 30여 년간 총 134만t의 오염 처리수를 해양 방류할 예정이다.
◇머그샷 찍은 트럼프… 美 전·현직 대통령 최초로 기소
미국 뉴욕 맨해튼 대배심이 3월 30일 ‘성추문 입막음’ 의혹을 받고 있는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을 기소했다. 전·현직을 불문하고 미 사상 최초 대통령 기소다. 트럼프는 ‘의회 난입 선동’ 등으로 올해만 네 차례 기소됐고, 8월 조지아주 선거 결과 번복 시도 혐의로 법원에 출두해 미 대통령 가운데 처음으로 머그샷(범죄인 식별 사진)도 찍었다. 내년 대선의 공화당 유력 후보인 트럼프는 기소를 ‘정치적 마녀사냥’으로 규정하고 지지층 결집에 활용했다.
◇新아편전쟁… 美·캐나다 휩쓴 ‘사상 최악의 마약’ 펜타닐
쌀알 두 개 분량만 복용해도 사망할 수 있어 ‘역사상 최악의 마약’으로 불리는 마약성 진통제 ‘펜타닐’이 미국·캐나다 등에서 빠른 속도로 확산했다. 미국 곳곳은 허리나 팔다리를 꺾은 중독자들이 배회하는 ‘좀비 랜드’가 됐다. 펜타닐 원료가 서양발(發) 아편으로 전쟁을 겪은 중국에서 주로 생산돼 ‘신(新)아편전쟁’이란 말도 나왔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11월 15일 샌프란시스코 아시아태평양 경제협력체(APEC) 정상회담에서 펜타닐 퇴치에 협력하기로 했다.
◇관측 사상 가장 뜨거웠던 지구… 산불·홍수·지진 잇따라
미국 국립 해양 대기국(NOAA)은 올해 8월 지구가 174년 관측 사상 가장 뜨거웠다고 밝혔다. 평균기온이 20세기 평균보다 1.25도나 높았다고 했다. 같은 달 ‘지상 낙원’ 하와이 마우이섬에서는 고온과 가뭄으로 사상 최악의 산불이 발생, 100명 이상이 목숨을 잃었다. 9월 북아프리카 리비아에선 열대성 폭풍에 따른 대홍수로 사망자가 2만명에 육박했다. 이상기후로 인한 재난이 곳곳에서 발생해 피해가 큰 한 해였다. 2023년은 관측 사상 가장 더운 해로 기록될 전망이다.
◇정찰 풍선부터 경제 전쟁까지… 날 세운 美·中
미국과 중국의 갈등 국면은 올해도 지속됐다. 지난 2월 중국에서 날아온 풍선이 미 영공에 침입했다가 미군이 발사한 미사일에 격추됐다. 미국은 이 풍선이 ‘정찰용’이라고 단정했고, 중국은 기상·과학 연구용 민간 비행체라고 반박했다. 미국은 반도체 부품과 기술, 중국은 전략 광물의 수출을 서로에게 막는 등 세계 양대 경제 대국인 두 나라의 ‘경제 전쟁’도 이어졌다. 바이든과 시진핑이 지난 11월 1년 만의 정상회담을 했지만, 갈등 봉합으로 이어지지 못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인도, 인류 최초로 달 남극에 착륙하고 G20까지 개최
인도의 무인 탐사선 찬드라얀 3호가 8월 23일 달의 남극 부근에 착륙했다. 인도는 소련·미국·중국에 이어 넷째로 달 착륙에 성공했고, 물이 존재한다고 추정되는 달 남극에 인류 최초로 착륙한 국가가 됐다. 탐사선은 14일간 달 표면을 이동하며 남극 표면 사진 촬영에 성공했다. 인도는 이어 9월 9일~10일 G20 (20국) 정상회의를 성공적으로 개최하는 등 국제사회의 ‘제3지대’로 우뚝 섰다는 평가가 나온다. 일부 통계에 따르면 인도 인구는 올해 중국을 앞질렀다.
◇美 기준금리 22년 만에 최고… 하지만 끝은 보인다
지난 7월 세계 기축통화국 미국의 기준금리가 22년 만의 최고치인 연 5.5%까지 올랐다. 경기 과열이 이어진 가운데 팬데믹·전쟁 여파로 물가가 고공 행진하자 ‘인플레이션 전사(戰士)’를 자처한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 의장이 올 초 4.5%였던 기준금리를 4차례 올린 결과다. 고물가 속 고금리가 장기화하면서 글로벌 주식·부동산 시장 등이 타격을 입었다. 파월은 지난 13일 “인플레이션 하락이 진전을 보이고 있다”며 내년에 금리를 내리기 위한 논의를 시작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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