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정아의 아트 스토리] [511] 산타 할아버지의 비밀

우정아 포스텍 교수·서양미술사 2023. 12. 26. 0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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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먼 록웰, 예기치 못한 발견, 1956년 12월 29일자 미국 ‘새터데이 이브닝 포스트’ 표지

독자들께서는 혹시 주위에 여전히 산타 할아버지의 존재를 믿는 어린이가 있는지 잘 살피고 각별히 주의하시기 바란다. 자칫 이 그림이 어린이 눈에 띄면 산타의 비밀이 들통 나기 때문이다.

미국 화가 노먼 록웰(Norman Rockwell·1894~1978)의 그림 속 소년은 별 뜻 없이 안방 침실의 서랍장을 열었다. 소년은 그 안에 늘 들어 있었지만 열어본 적 없던 상자를 한번 열어보기로 한다. 그런데 그게 바로 판도라의 상자일 줄이야. 안에는 매년 크리스마스이브에 소년에게 선물을 건네주던 산타의 빨간 옷과 흰 수염이 담겨있었다. 종이에 꽁꽁 싼 하얀 좀약 알갱이들과 함께. 산타가 가짜였다는 충격적 진실을 알게 된 소년은 경악과 실망을 금치 못한 채 얼어붙은 듯 그 자리에 멈춰 섰다.

이 그림은 1956년 12월, 전성기를 누리던 미국의 주간 종합 잡지 ‘새터데이 이브닝 포스트’ 표지에 실렸다. 록웰은 스물두 살이 되던 1916년부터 이 잡지에 삽화를 그리기 시작해 47년 동안 작품을 300점 이상 실었는데 특히 1919년부터 1949년까지 매년 크리스마스호(號) 표지는 그가 전담했다. 반짝이는 트리, 가득 쌓인 선물, 행복한 가족과 산타 할아버지가 등장하는 이상적 미국 중산층 가정의 풍요로운 크리스마스 이미지를 만들어 낸 게 록웰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던 그의 마지막 크리스마스 표지가 바로 이 그림이다. 잡지가 출간되자 록웰은 아이들을 울린 죄로 수많은 부모에게 항의 편지를 받았다. 하지만 정작 그림 모델이 된 록웰의 이웃 집 소년은 그 후로도 산타를 믿었다고 한다. 믿는 자에게 복이 있나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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