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경주 동경한 ‘완도 소녀’ 美 진출 꿈 이뤘다

최수현 기자 2023. 12. 26. 0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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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 라운지] 내년 LPGA 투어 데뷔하는 이소미
얼마나 잘하는지 보여드리고 싶어요 - 지난 10월 KLPGA 투어 대회에서 아이언샷 하는 이소미. 다음 달 25일 드라이브온 챔피언십부터 LPGA 투어 2024시즌을 출발할 계획이다. /KLPGA

내년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진출을 앞둔 이소미(24)는 전남 완도가 고향이다. 초등학교 1학년 방과 후 수업 때 골프채를 처음 잡았는데, 얼마 뒤 집에서 꽤 떨어진 화흥초등학교로 전학을 갔다. 같은 완도 출신으로 미국프로골프(PGA) 투어에서 활약한 최경주(53)의 모교였다. “최경주 프로님이 졸업한 학교를 저도 졸업하고 싶었어요. 버스 타거나 선생님 차 얻어 타고 등교했어요. 최경주 프로님이 사람들에게 환호 받는 모습을 보면서 나도 골프로 성공하겠다고 일기장에 썼어요.”

국가대표를 거쳐 2019년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에 데뷔했다. 올해까지 5년간 통산 5승을 올렸고, 지난 7일 LPGA 투어 Q시리즈를 2위로 통과했다. 탄탄대로 엘리트 코스만 밟아온 듯 보이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고 한다. 다음 달 14일 출국을 준비 중인 이소미는 최근 통화에서 “LPGA Q시리즈 치르면서 많이 불안했어요. 뭔가를 한 번에 해낸 적이 없었거든요”라고 했다.

첫 시련은 중학교 때 찾아온 입스(yips·샷 실패 불안 증세)였다. 연습 라운드와 달리 경기만 나가면 샷이 심하게 흔들려 공을 4~5개씩 잃어버렸다. 그래도 “있는 대회, 없는 대회 다 찾아다니며 계속 경기에 나섰다”고 했다. 2년 넘게 씨름한 끝에 입스를 고쳤고, 그 뒤 아마추어 대회에서 줄줄이 우승해 국가대표로 선발됐다.

유망주로 기대를 모았지만 KLPGA 투어 시드전에서 탈락하면서 다시 위기를 맞았다. 2부 투어 성적마저 좋지 않았다. 두 번째 시드전에서 간신히 1부 투어 출전권을 따냈으나, 데뷔 첫해 신인상 랭킹 4위에 그쳤다. 이듬해 첫 우승을 달성했다. “다른 친구들은 고등학교 1·2학년 때 국가대표 하는데 나는 3학년에 했고, 우승도 데뷔 첫해엔 못 했지만 결국 해냈다”며 “조금 느려도 반드시 이루는 것이 내 장점”이라고 했다.

이소미는 “매번 우여곡절을 겪다 보니 해결하는 방법도 일찍 터득했다”며 “입스도 학생 때 이미 경험했기 때문에 프로 데뷔 후엔 뭔가 조금만 이상해도 스스로 고치는 방법을 알게 됐다”고 했다. “한 번씩 삐거덕하는 것도 배움이 있으니 실패가 아니고 발판이구나, 그래서 요즘은 감사하게 생각해요.”

이소미는 초등학생 때 모교를 찾은 최경주를 처음 만났고, 국가대표 시절 프로암 행사에서 다시 만났다. 가장 최근 만남은 “태어나서 처음으로 골프가 살짝 싫어졌던” 지난해였다. 한국에 온 최경주를 찾아가 “하루 잘 쳐도 다음 날 못 치면 스트레스 받고, 한 대회 우승해도 다음 주 컷 탈락하면 또 스트레스 받는데, 이걸 몇 십 년 동안 도대체 어떻게 하신 거냐”고 질문했다. “동기부여 받을 수 있는 뭔가를 만들라고 하셨어요. 최 프로님은 기부와 신앙을 통해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마음을 채우셨다고요. 시즌을 마치고 나면 충분히 쉬면서 스스로에게 보상을 확실하게 하라고도 말씀해 주셨어요. 정말 감사했어요.”

이소미는 “성격이 급하다 보니 멀리 있는 목표보다는 눈앞에 보이는 것부터 최선을 다한다”고 했다. 그래서 ‘오늘 연습을 꼭 하는 것’이 첫째 목표다. 요즘은 ‘오전 6시 달리기’가 추가됐다. 올해 우승 없는 시즌을 보내면서 스스로 내린 ‘정신력 강화’ 처방이다.

말솜씨도, 사교성도 좋은 이소미는 “제가 KLPGA 투어에서는 완전 인싸(인사이더·다른 이들과 잘 어울려 지내는 인기인)인데, 외국 나가면 농담을 못 하니 답답해요. 영어가 빨리 늘어야 할 텐데”라고 했다. “여러 나라 선수들과 경쟁하는 LPGA 투어 선수들이 어릴 때부터 부러웠어요. 저도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선수가 되고 싶었어요. KLPGA 투어에서 못 받아본 신인상도 LPGA 투어에서만큼은 솔직히 정말 받고 싶어요.” 꿈은 세계 랭킹 1위다. “저는 세계 1위 하려고 골프 쳐요. 이왕 할 거면 제일 잘해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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