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차전지 등 신성장 동력 웃고, 건설·부동산 침체 울었다

장호정 2023. 12. 26. 0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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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지역 경제계 결산

- 향토기업 금양, 기장 공장 착공
- ‘이차전지 메카 부산’ 본격 추진
- 엔데믹 효과 지역 관광명소 활기
- 에어부산 분리매각 필요성 부각

- 대체거래소 본사유치 협업 눈길
- 오프라인 대형마트 도미노 폐점
- 경남은행 ‘직원 횡령’ 전국 파장
- 건설업계 생존경쟁 현재 진행형

올해 부산 경제계는 팬데믹에서 벗어나 새 먹거리를 찾는데 사활을 걸었다. 그러나 세계적인 고금리 장기화 여파 등으로 경기 침체가 현실화하면서 기업 상인 모두 어느 때보다 힘든 한 해를 보냈다.

이차전지로 올 한 해 큰 주목을 받은 부산 향토기업 금양의 사상구 사업장 전경. 국제신문DB


▮‘이차전지 메카 부산’ 원년으로

올 한 해 부산은 미래 핵심산업으로 꼽히는 이차전지 인프라 조성으로 분주했다. 지난 9월 부산 향토기업 금양은 기장군 장안읍에 4만 평(13만2000㎡) 규모의 이차전지 생산공장을 착공했다. 투입되는 건설비만 6100억 원대로, 내년 12월 준공하는 이 공장에서는 연간 3억 셀 규모 이차전지를 생산할 예정이다. 완공 시 금양은 삼성SDI와 LG에너지솔루션 SK온에 이어 국내 4번째 대규모 원통형 배터리 생산공장을 갖춘 회사가 된다.

기업 학계 지자체 기관은 ‘이차전지 지·산·학 복합체’를 출범시키며 ‘이차전지 메카 부산’ 선도에 나섰다. 복합체는 이차전지 핵심 요소의 안정적 공급망 확보와 건실한 국내 생태계 조성에 앞장선다. 부산지역 7개 대학 역시 이차전지 인재 양성에 동참하기로 했다.

부산 경남지역의 주력 산업인 조선업은 약 10년 만에 호황을 맞았지만 인력난 해소가 절실한 상황이다. 긴 침체 기간을 거치면서 빠져나간 고숙련 인력이 돌아오지 않고 신규 유입 또한 저조하기 때문이다. 조선소는 물론 부산의 해양기자재업계 역시 일손이 부족한 것은 마찬가지다. 업계는 계속해서 외국인 노동자의 국내 진입 문턱을 낮춰야 한다고 목소리를 낸다. 조선사 규모에 따라 수주 물량도 양극화했다. HD한국조선해양 한화오션 삼성중공업 등 조선 빅3사는 2009년 이후 가장 많은 일감을 확보하는 등 순항 중이지만, 중소형 조선사들은 중국 조선사와의 출혈 경쟁에 인력난까지 덮치면서 여전히 힘겨운 실정이다. 유동성 부족에 시달리던 대선조선은 지난달 워크아웃을 개시해 경영정상화 절차를 밟고 있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합병이 장기화하자 부산 상공계에서는 에어부산을 분리매각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진다. 모기업의 합병 이슈로 에어부산의 경쟁력 저하가 심각하고, 향후 가덕신공항의 거점 항공사가 필요한 만큼 지역 항공사는 존치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부산 상공인은 지역 인수 의지도 밝히며 분리매각 필요성을 강조하고 나섰다.

▮다시 온 관광객… ‘유통공룡’ 고전

사하구 감천문화마을을 찾은 외국인 관광객. 국제신문DB


올해 부산 관광은 코로나19로 인한 침체에서 벗어나는 과도기를 보냈다. 올해 1~10월 부산을 찾은 외국인 관광객은 148만3771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345% 증가했다. 코로나19 전인 2019년 같은 기간과 비교하면 65.2% 수준이다. 올해 2월 모습을 드러낸 외국인 관광객 전용 ‘비짓부산패스’는 지난 10월까지 7만891장이 판매돼 흥행 중이다. 비짓부산패스 카드 한 장만 있으면 부산 주요 관광시설을 정해진 시간 또는 수량에 따라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어 외국인 관광객에게 인기다. 지난 8월에는 중국 정부가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사태 이후 6년5개월 만에 자국민의 한국 단체관광을 허용해 부산 관광에 호재로 작용한다.

유통에서는 코로나19로 급성장한 온라인 업체와의 경쟁에서 밀린 오프라인 업체의 위기가 현실화했다. 부산에서는 올해만 홈플러스 연산점·해운대점이 문을 닫았고, 내년에도 홈플러스 서면점, NC백화점 서면점, 메가마트 남천점 등이 폐점할 예정이다. 전국 곳곳에서는 대형마트 의무휴업을 평일로 전환하는 움직임이 인다. 지역화폐 ‘동백전’을 살펴보면 지난 7월 정식 출범한 소상공인 참여형 ‘동백플러스’가 눈에 띈다. 이용자가 동백전 QR코드로 결제하면 가맹점이 3% 5% 7% 10% 중 선택해 자체 선할인을 제공하고, 시는 특별 캐시백 2%를 추가로 주는 제도다. 기존 동백전 캐시백에 더해 최대 12% 추가 혜택을 받을 수 있다. 다만 동백플러스 가맹점은 동백전 전체 가맹점(15만 개)의 0.5% 정도에 불과해 지속적인 활성화 정책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디지털거래소·대체거래소 본격화

올해 지역 금융계에서는 새로운 먹거리를 찾기 위한 움직임이 주목받았다. 시는 이달 블록체인 기반의 부산디지털자산거래소(BDX) 설립을 본격화하는 사업자 선정 절차를 마무리한다. 이달 초 우선협상대상자에는 부산BDX컨소시엄이 선정됐다. 우여곡절 끝에 한 발을 내디뎠지만 ‘무엇을 거래할 것인가’라는 과제는 남았다. 블록체인업계가 주로 다루는 가상자산이 거래소 취급 대상에서 빠졌기 때문이다. 지역의 한계를 넘어 인지도를 높이려면 안전하고 수익성 좋은 상품을 발굴하는 한편 마케팅에 많은 투자가 필요하다는 업계의 지적이 나온다.

설립이 본격화하는 대체거래소(ATS)의 본사를 부산으로 가져오려는 목소리도 주목받았다. ATS 준비법인인 넥스트레이드는 현재 투자중개업 예비인가를 취득하고, 내년 4분기 본인가 신청을 목표로 한다. 애초 부산시와 지역사회는 한국거래소와 경쟁할 대체거래소 설립에 반대했지만 설립 움직임이 빨라지면서 뒤늦게 본사 유치로 전략을 바꿨다. 시는 지속해서 넥스트레이드와 본사 유치를 위한 접촉을 이어간다는 방침이다.

BNK금융그룹 자회사인 BNK경남은행에서 발생한 3000억 원대 횡령사고는 큰 충격을 안겼다. 경남은행 투자금융부장 이모(51) 씨는 2008년부터 최근까지 자신이 관리하던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 관련 자금 3000여 억 원을 빼돌린 것으로 조사됐다. 이 씨가 2007년 12월부터 올해 횡령사건이 밝혀질 때까지 약 15년간 동일부서에 근무한 것으로 확인되면서 BNK금융그룹은 장기근무자의 예외 없는 전보조처를 최근 단행하는 등 대책 마련에 뒤늦게 나섰다.

▮고금리 장기화에 건설·부동산 한파

지난 9월 3.3㎡당 3300만 원으로 부산 역대 최고 분양가를 기록한 남구 대연동 ‘더 비치 푸르지오 써밋’ 아파트 전경. 국제신문DB


올해 부산 부동산 시장은 그야말로 침체일로를 겪었다. 한국부동산원 자료를 보면 지난 18일 기준 올해 부산지역 아파트 누계 하락률은 8.61%로 전국에서 가장 높았다. 이는 올해 1월부터 12월 셋째 주까지의 하락률을 종합한 것으로 올해 부산이 전국에서 집값이 가장 많이 떨어진 지역이라는 것이다. 전세가격도 같은 기간 10.56%가 떨어져 대구(-12.81%) 다음으로 하락세가 컸다.

이런 가운데 민간아파트의 평균 분양가는 3.3㎡당 2000만 원을 돌파했다. 지난 5월 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발표한 ‘민간아파트 분양가격 동향’을 보면 부산의 ㎡당 평균 분양가는 608만9000원으로 3.3㎡ 분양가는 2009만3000원이었다. 부산의 ㎡당 평균 분양가격은 꾸준히 상승 중이다. 2019년 5월 392만4000원, 2020년 402만2000원, 2021년 441만8000원, 2022년 531만1000원이었다.

건설업계는 더 힘든 한 해를 보냈다. 경남 창원지역 중견 건설사인 남명건설이 지난달 최종 부도 처리되면서 건설업계 긴장이 가중됐다. 부동산·건설 경기가 워낙 침체된 데다 원자잿값과 공사비 인상 등의 여파로 건설사 추가 부도가 도미노처럼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까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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