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서 폭언-폭행 당해도… 10명 중 6명꼴 “불이익 두려워 신고 못해”
수직적 조직문화로 신고 어려워… 사무-서비스직 등 피해 직종 다양
직장 내 폭행, 처벌 수위 높아… 정신적 충격 가해도 상해죄 성립
식당에서 일하고 있는 C 씨는 식당 주인 D 씨에게 정강이를 걷어차이고, 휴대폰으로 맞아 머리에 피가 나기도 했다. 가슴을 가격당해 갈비뼈에 금이 간 적도 있었다. 폭행 이후 사장의 압박과 회유 탓에 상해 진단서도 끊지 않았고, 그냥 스스로 넘어져 다친 것으로 마무리지었다.
● 폭언 제보 516건 중 직접 폭행 65건
직장갑질 119가 9월 4∼11일 전국 19세 이상 직장인 1000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에서도 153명(15.3%)이 직장 내에서 폭행과 폭언을 경험했다고 답했다. 폭행과 폭언은 직종을 가리지 않았다. 사무직의 14.8%, 생산직의 17.2%, 서비스직의 15.2%가 직장 내에서 폭행과 폭언에 시달렸다고 응답했다.
● 불이익 두려워 신고도 못 해
대부분의 폭행은 사용자나 관리자, 또는 상사가 피고용인이나 직급상 하급자에게 저지르는 경우가 많다. 피해자들은 불이익을 당할까 우려해 신고를 망설인다. 앞서 제시된 사례처럼 ‘실적이 좋지 못하면 맞을 수 있는 게 당연한’ 조직문화 탓에 상사의 폭행에 쉽게 맞설 수 없던 것이다. 폭행 및 폭언이 발생한 후에도 가해자가 피해자를 회유 및 압박해 신고를 막고, 만약 신고 등을 통해 공론화가 이뤄졌을 시 직장 내 위계를 이용해 따돌리거나 인사 과정에서 불이익을 주기도 했다.
실제로 설문 결과 올해 1∼11월 발생한 1121건의 직장 내 괴롭힘 사례 중 단 442건(39.4%)만이 신고 접수된 것으로 나타났다. 직장 내 괴롭힘 피해자 10명 중 6명은 직장 내 불이익이 두려워 폭행을 당하고 폭언을 들어도 신고를 못 했던 것이다.
●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 원 이하 벌금
직장 내 폭행 및 폭언 가해자는 당연히 형법상 처벌 대상이다. 형법 제260조 제1항에 따르면 사람의 신체에 대하여 폭행을 가한 자는 2년 이하의 징역, 500만 원 이하의 벌금, 구류 또는 과료에 처해질 수 있다. 특히 폭행으로 상해를 입힐 경우에는 7년 이하의 징역, 10년 이하의 자격정지 또는 1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질 수 있다.
육체적 상처 외에 정신적 충격으로 병원 치료가 필요한 경우에도 상해죄가 성립될 수 있다. 근로기준법에도 일터에서의 폭행을 강력히 금지하고 있다. 근로기준법 제8조에 따르면 사용자가 근로자를 폭행할 시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정하고 있다. 단순 폭행보다 직장 내 폭행의 처벌 수위가 더 높은 것이다.
그러나 직장 내 폭언 및 폭행은 여전히 여러 일터에서 자행되고 있다. 고용노동부도 근로감독을 통해 직장 내 괴롭힘 및 성희롱 등 일터 내 법 위반사항을 적발하고 있지만 여전히 일터에서 맞는 사람이 끊이지 않고 있다. 전문가들은 직장 내 폭행에 대한 법적 제재 및 근로감독이 시행되고 있음에도 폭행에 의한 괴롭힘 제보가 끊이지 않는 이유를 폐쇄적인 조직문화로 꼽는다.
직장갑질 119 김하나 변호사는 “폭행에 의한 괴롭힘 제보가 끊이지 않는 이유는 폐쇄적인 조직문화에 익숙해져 폭행을 용인하거나 이의를 제기한 사람에게 불이익을 주는 잘못된 관행 때문”이라며 “고용노동부가 폭행 사건이 발생한 사업장을 대상으로 추가적인 근로기준법 8조 위반 사건이 있는지를 조사해 엄중하고 강력하게 조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문수 기자 doorwate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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