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방산 큰손’ 폴란드, 대통령-총리 ‘예산’ 충돌… 수출계약 불똥 촉각
공영방송 압박 등 ‘前정권 지우기’에
임기 남은 보수 대통령, 예산안 거부
국방 중시 前정권, 韓과 대규모 계약… 現정부는 국방지출 줄이려 해 우려
폴란드는 국민 직선으로 뽑은 대통령과 총선 결과에 따른 제1당이나 연정 출신 총리가 권력을 나눠 갖는 이원집정부제 국가다. 총리가 실권을 쥐고 있지만 의회에서 통과한 법안에 대해 거부권을 갖는 대통령 역시 무시할 수 없다. 양측의 대립이 격화되면서 한국산 무기를 대거 사들이기로 한 지난 정권의 결정이 영향을 받을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 새 총리 ‘前 정권 지우기’에 대통령 ‘거부권’
두다 대통령은 이날 소셜미디어 X(옛 트위터)에 “새 정부 예산안은 헌법과 법의 원칙에 명백히 위반된다”고 밝혔다. 그러자 투스크 총리도 X에 “부끄러운 줄 알라. (두다 대통령의 조치로) 영향을 받는 국민들의 문제를 우리가 해결하겠다”고 맞받아쳤다.
양측의 갈등은 10월 총선에서 좌파 성향 시민강령당과 제3의길, 신좌파가 야권 연합을 구성해 집권 여당이던 우파 성향 법과정의당(PiS)을 누르고 정권 교체를 하면서 시작됐다. 13일 출범한 투스크 연립정부는 첫 조치로 공영방송인 ‘폴란드 텔레비전(TVP)’과 ‘폴란드 라디오(PR)’, 국영 통신사의 사장과 이사진을 모두 해임했다. 공영언론이 전임 PiS 정부 8년간 정권 선전도구로 전락한 데다 외국인·동성애 혐오 여론을 부추겼다는 이유에서였다. 그러자 두다 대통령은 “폴란드 법질서에 대한 존중을 보여야 한다”고 새 정부를 비판했다.
두다 대통령은 현재 당적이 없지만 PiS의 지지를 받아 2015년과 2020년 대선에서 승리했다. 임기는 2025년 8월까지다. 두다 대통령이 예고한 대로 거부권을 행사하면 새 정부의 예산안은 폐기될 가능성이 높다. 투스크 정부가 의회에서 이를 재의결하는 데 필요한 의석수(460석의 60%인 276석)를 확보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 ‘총리-대통령 갈등’ K방산에 불똥 튀나
두다 대통령과 투스크 정부의 갈등이 지속되면 PiS 정부 시절 폴란드가 한국과 체결한 대규모 무기 수입 계약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폴란드 정부는 지난해 2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국방력 강화를 위해 한화에어로스페이스, 현대로템 등 한국 방산업체로부터 K2 전차 1000대, K9 자주포 672문, 천무 288문 등을 구매하겠다는 기본협정을 체결했다. 올 7월 윤석열 대통령과 두다 대통령의 회담에서도 한국산 무기 추가 도입 협의가 이뤄졌다.
투스크 정부는 국방력 강화를 중시해 온 전임 정부와 달리 국방 지출을 줄이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일각에선 한국과의 방산 계약을 줄이는 대신 독일로 무기 공급처를 바꿀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다만 투스크 총리는 이달 의회 국정 연설에서 “부패와 연루된 경우가 아니라면 전임 정부가 체결한 모든 무기 도입 계약을 존중하겠다”고 밝혔다.
윤다빈 기자 empty@donga.com
김보라 기자 purpl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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