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시론] 검찰이 진정 해야 할 일
전세사기가 심각한 사회 문제가 되고 있다. 이런 일이 발생하기까지 수사기관은 뭘 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검찰과 경찰이 수사는 사후적인 대응이므로 사전에 전세사기를 예방하지 못한 책임을 수사기관에 물을 수는 없다고 항변할지 모르겠다.
그러나 이번엔 전세사기가 문제 되고 있지만 그동안 우리 사회에서 발생한 형사사건의 내력을 살펴보면 보이스피싱, 기획부동산사기, 보험사기 등 범행의 소재와 수법이 변했을 뿐 다양한 유형의 대형 사기 사건이 선량한 국민을 울렸다.
법조인으로서 우리 사회가 시급히 해결해야 할 문제가 뭐냐고 묻는다면 단연코 사기범죄 일소라고 답할 수 있다. 우리 사회에는 사기범죄가 너무 많다. 대법원이 발간한 2023년 사법연감을 보면 형사공판사건 전체 31만254건 중 사기와 공갈의 죄가 6만205건(19.4%)으로 가장 많고(공갈사건은 미미하므로 사기 사건이 대다수임), 다음으로 도로교통법위반이 4만4천148건(14.2%), 상해와 폭행의 죄가 2만6천597건(8.6%), 절도와 강도 죄가 1만3천313건(4.8%) 등 순이다.
이 통계를 보면 우리 사회에서 사기범죄가 얼마나 심각한 수준인지를 한눈에 알 수 있다. 음주운전, 무면운전보다 더 많다. 재산거래를 할 때 ‘혹시 이거 사기 아닐까’라는 생각을 누구나 하는 세상이 됐다. 그만큼 우리 사회는 불신의 늪에 빠져 있다. 전체 범죄 중 1위 다발범죄가 사기범죄라는 사실은 대외적으로 국가 위신의 문제이기도 하다.
사기범죄가 만든 불신의 늪이 우리 사회를 정글사회, 불신사회로 만들었다. 정글 속에서는 언제 적의 기습을 당할지 알 수 없듯이 국민들은 조마조마하는 불안감 속에서 재산 거래를 하고 있다. 정글사회, 불신사회로 인해 우리 사회가 치러야 할 사회적 비용은 수치로 추계할 수 없을 정도로 어마어마할 것이다.
진정한 선진사회가 되려면 사회의 정직성이 확보돼야 한다. 사회의 정직성은 재산거래에 있어 거래 상대방의 말을 믿을 수 있어야 한다. 도처에 사기범이 도사리고 있는 사회에서는 정직성이 확보될 수 없다. 우리 사회는 사기범들이 죄의식을 느끼기보다 스스로를 똑똑하다고 생각한다. 사기범들은 적발되면 일부 합의금을 주고 집행유예를 받을 생각을 한다. 사기범들은 처벌을 피하기 위해 처음에 몇 개월은 이자를 일부 지급하는 용의주도함을 보인다. 웬만한 사람은 차용사기를 범하고도 처벌받지 않을 방법을 상식처럼 알고 있다. 우리나라는 사기가 일상화된 나라가 됐다.
국민들은 정치적 사건 수사에 별다른 이해관계가 없다. 재산거래에서 사기 피해를 보지 않는 사회가 이뤄진다면 이 얼마나 중요한 민생의 진전이겠는가.
사기범죄를 일소해 재산거래에 있어 정직성과 거래의 안전을 확보하게 할 책임은 검찰과 경찰에 있다. 특히 수사권, 기소권, 공소유지권을 가진 검찰의 책임이 크다. 진작 검찰이 사기범죄 일소에 나섰다면, 그래서 사기범죄를 저질렀을 때 얻는 이익보다 손해가 더 크다는 인식이 자리 잡았더라면 전세사기는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다.
검찰은 이제라도 사기범죄 일소에 적극 나서야 한다. 제발 부탁한다.
경기일보 webmaster@kyeonggi.com
Copyright © 경기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낀 경기도’ 김동연호 핵심 국비 확보 걸림돌…道 살림에도 직격탄 예고
- 삼천리그룹, 임원인사 및 조직개편 단행
- 공천 개입 의혹 명태균·김영선 구속..."증거인멸 우려"
- 한국 축구, 북중미월드컵 亞 3차 예선서 파죽의 4연승
- “해방이다” 수험생들의 ‘수능 일탈’ 우려...올해는 잠잠하네 [2025 수능]
- "우리 집으로 가자" 광명서 초등생 유인한 50대 긴급체포
- [영상] “온 어린이가 행복하길”…경기일보‧초록우산, 제10회 경기나눔천사페스티벌 ‘산타원
- 성균관대 유지범 총장, 대만국립정치대학교에서 명예 교육학 박사학위 받아
- 어린이들에게 사랑 나눠요, 제10회 나눔천사 페스티벌 산타원정대 [포토뉴스]
- 이재명 “혜경아 사랑한다” vs 한동훈 “이 대표도 범행 부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