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준태 칼럼] 경찰관서장직 개방형 도입 고려할 때
최근 국가수사본부장직에 외부 인사(검사 출신)가 추천됐다가 자녀 학교폭력 문제로 본의 아니게 낙마한 사례가 있었다. 경찰청 소속 관서장 보직 중 몇 안 되는 개방형 사례였다. 수사권 조정 이후 위상이 달라진 수사경찰부서 책임자로서 외부 인사가 기용되는 것에 대한 경찰 내외부의 이견이 없진 않았다. 대통령경호처장이나 국가정보원장 보직이 개방형으로 바뀐 지 오래됐다.
필자는 수년 전, 근무경력 10년 전후 되는 500여명의 경찰관을 대상으로 이색 연구를 수행한 적이 있었다. ‘지방경찰청장-경찰청장’ 보직을 외부 출신 인사들에게 개방하는 것에 대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것이다. 예상외로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응답자의 비율이 70% 전후였다. 물론 외부 출신 인사들의 면면(경찰학·형사법 관련 교수, 판검사·변호사 출신, 군 출신 인사 등)에 대한 선호도는 달랐다.
수년 전 미국 뉴욕경찰청장을 지낸 윌리엄 브래튼이라는 경찰 간부가 상급자인 뉴욕시장과의 알력으로 청장직을 그만둔 적이 있다. 몇 년 후 뉴욕보다 규모가 작은 서부의 로스앤젤레스 경찰청장으로 무려 7년 동안 근무한 바 있다. 그런데 그는 여기서 그치지 않고 뉴욕경찰청장으로 재임명돼 근무한 바 있다. 이런 내용을 일반 시민들은 알 수 없지만 외국 경찰제도를 연구하는 학자들에게는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최고경영자(CEO)로서 능력을 인정받은 각급 형사사법기관 관리자가 다른 기관의 수장으로 발탁되는 사례들을 영미권 국가에서는 종종 경험할 수 있다.
한국의 경찰서장, 지방경찰청장의 보직 임기는 통상 12~15개월로 1년 남짓 된다. 다행히 경찰청장의 경우 법률적으로 2년간 임기가 보장되고 있지만 좀처럼 지켜지지 않는 것 또한 현실이다. 그런데 독일의 사례를 들어보자. 법률가 출신인 연방경찰청장은 2012년 8월부터 현재까지 무려 10년 넘게 경찰관서장으로 근무하고 있다. 한국의 선출직 공무원(각급 의회의원, 시장·구청장·군수)의 임기가 4년이다.
한 지역의 치안 책임자인 경찰서장이나 지방경찰청장의 임기가 고작 1년 정도밖에 되지 않는 것이 현실이다. 매년 2회씩(1월·7월) 실시되는 경찰고위직 인사관행(총경급의 경우 250여명씩 2회에 걸쳐 인사이동)과 연간 2만여명의 경찰관들이 승진하면서 보직 변경 사례가 무수히 초래되고 있다. 일선경찰서의 과·계장급의 인사이동도 이와 다르지 않다.
겨우 1년 동안 관서장직을 수행하면서 얼마나 치안정책을 효과적으로 실행할 수 있을까? 이제는 치안정책에도 전문성이 요구되는 시대다. 경찰관 개개인에게 승진과 보수 문제는 직무만족 및 효능감에 중요한 요소가 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공식 석상에서 “저는 선거 기간 국정을 맡게 되면 제복 입은 공직자들을 존중하고 예우하는데 한 치의 부족함이 없도록 하겠다고 다짐했다”며 “경찰의 긍지와 자부심은 국민의 안전과 직결된다”고 강조한 바 있다. 세계 10대 경제 강국이자 치안 한류를 수출하고 있는 대한민국 경찰청의 인사 관행도 바뀌어야 한다. 13만 공무원 조직의 수장을 장관급으로 격상시키는 문제, 관서장 보직에 대한 개방형 일부 도입, 선진국 수준의 관서장 임기제 정착, 공정한 경찰 승진제도 및 처우 개선을 위해 행정안전부 장관과 경찰국은 답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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