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전문가들 “北 영변 경수로 가동땐 플루토늄 생산 4~5배 증가”

신규진 기자 2023. 12. 26.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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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무기 최대 年 5기 추가 생산 가능
고농축우라늄 결합땐 年 10기 제조
당국 “이르면 내년중 본격 가동”
美측 “향후 몇 달간 추가공사할 것”
북한 영변 핵시설 내 실험용 경수로에서 온수 배출 등 시험 가동 정황이 관측된 가운데 북한이 이 경수로를 완전 가동하면 플루토늄 생산량을 현재 수준보다 4∼5배 늘릴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플루토늄은 핵무기의 핵심 원료다.

북한은 영변 핵시설 내 5MW(메가와트)급 원자로를 2021년 하반기부터 재가동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보다 발전용량이 훨씬 큰 25∼30MW 경수로를 향후 본격 가동하면 플루토늄 생산량은 획기적으로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정부 소식통은 “내년 중 (경수로가) 본격 가동될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북한은 고농축우라늄(HEU) 생산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HEU는 플루토늄과 함께 북한이 핵무기 제조에 활용 가능한 다른 핵물질이다. 앞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핵탄두 보유량을 기하급수적으로 늘리라”고 지시한 만큼 북한이 핵무기 제조에 본격적으로 속도를 붙이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 “경수로, 5MW 원자로보다 플루토늄 4∼5배 많이 생산”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무차장을 지낸 올리 헤이노넨 스팀슨센터 특별연구원은 북한이 영변 경수로를 완전히 가동하면 연간 약 15∼20kg의 플루토늄을 생산할 수 있다고 밝혔다고 미국의소리(VOA) 방송이 24일(현지 시간) 전했다. 그는 “기존 5MW 원자로보다 3∼4배 더 많은 플루토늄을 생산할 수 있는 양으로, 생산 능력이 크게 증가한다”고 덧붙였다. 데이비드 올브라이트 미국 과학국제안보연구소(ISIS) 소장도 “5MW 원자로에서 생산되는 플루토늄 양보다 4∼5배 많은 것”이라고 강조했다. 통상 핵무기 1기에 필요한 플루토늄 양은 4∼6kg인데 경수로 가동으로 최대 5기를 추가 생산할 수 있다는 것. 그는 “만약 플루토늄과 HEU를 결합한다면 연간 10기의 핵무기를 만들 수 있다”고도 했다. 서균렬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명예교수도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북한의 이번 시험 가동이 ‘보여주기식’ 속임수가 아니라면 경수로 완전 가동 시 5MW 원자로에서 얻는 것보다 6배가량 많은 플루토늄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한미 정보당국은 북한이 플루토늄과 HEU 동시 증산에 나설 가능성을 주시하고 있다. 플루토늄은 원자로에서 핵연료를 연소시켜 폐연료봉을 만든 뒤 재처리 과정을 거쳐 추출된다. HEU는 우라늄 농축공장 내 원심분리기를 통해 생산된다. ISIS는 북한이 플루토늄 및 HEU를 통해 핵무기를 한 해에 4∼12기 생산할 수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또 지난해 기준 약 45기의 핵무기를 이미 보유한 것으로 추정했다.

북한은 영변은 물론이고 평안남도 강선 등에서 HEU 생산을 위한 비밀 핵시설을 추가 운용하려는 움직임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비밀 핵시설이 이미 운용되고 있다면 북한의 핵무기 생산·보유량은 예상보다 훨씬 많아질 가능성도 있다. 올브라이트 소장도 17일 VOA와의 인터뷰에서 “북한이 원심분리기를 7000대에서 최대 1만 대 가동하고 있다고 판단한다”면서 “이 중 3000∼4000대는 영변 핵시설에 있고 나머지 4000∼6000대는 비밀 장소에 있다”고 주장했다.

● “이르면 내년 중 (경수로) 본격 가동”

한미 당국은 북한의 25∼30MW 실험용 경수로에서 배수를 관찰하는 등 새로운 활동 정황을 이미 포착하여 예의 주시해 왔다. 경수로 인근에서 올해부터 부속 건물들이 지어지는 등 가동을 위한 준비도 활발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경수로의 본격 가동 시점과 관련해 정부 소식통은 “이르면 내년 중 가동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헤이노넨 연구원은 “경수로 주변에 건물을 늘렸다는 것은 원자로가 건설 단계에서 운영 단계로 넘어가고 있다는 징후”라며 “하루 24시간, 1년 내내 성공적으로 방사성 물질을 유지 관리, 처리하기 위해 앞으로 몇 달 안에 추가 공사를 할 것”이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경수로가 완전 가동되려면 적어도 6개월에서 1년 정도 시간이 걸릴 것으로 봤다.

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
신진우 기자 nicesh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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