갤럭시는 찐따폰? 아이폰 아버지 잡스도 찐따였다
주류에 휩쓸리지 않는 당신
“갤럭시는 찐따폰이란 말이야!”
유독 피곤해 보인 후배는 전날 밤 딸의 ‘찐따론(論)’ 때문에 잠을 설쳤다고 했다. 부녀(父女) 간 다정한 대화를 나누려고 분위기를 잡았는데, 딸은 “내년 중학교 입학 전까지 지금 쓰고 있는 갤럭시폰(삼성전자)을 아이폰(애플)으로 바꿔 달라”고 밤새 졸랐다는 것이다. 딸이 사용하고 있는 갤럭시폰이 고장 났거나 성능이 떨어진 것도 아니다. 이유는 단 하나. 갤럭시폰을 쓰면 찐따 취급을 받기 때문이라고 했다.
갤럭시폰을 쓰면 10대 사이에서 찐따 취급을 받는다는 얘길 처음 들은 것은 약 3년 전이었다. 연말 상여금을 받은 한 대기업 부장이 아들의 고등학교 입학 기념으로 스마트폰부터 무선이어폰, 태블릿PC, 랩톱까지 모두 애플 제품으로 바꿔줬다고 했다. 아들은 “고등학교 들어가서 찐따처럼 보이고 싶지 않다”는 이유로 중학교 3학년 1년 내내 아이폰을 사달라는 협박과 애원을 반복했다. 그 부장은 “찐따가 될 걱정 하지 말고 공부나 열심히 하라”며 통 크게 보너스를 쐈다.
그 뒤로도 자녀의 성화에 못 이겨 아이폰을 사줬다는 부모들의 증언은 수없이 나왔다. 아이폰을 갖기 위해 성적을 올렸다는 아이부터 스마트폰만 사주면 좋아할 줄 알았는데 아이폰이 아니란 이유로 대성통곡을 했다는 아이까지. 갤럭시폰과 아이폰 두 기기 간의 우열이나 사용자의 취향 따위는 문제가 아니다. 찐따냐, 찐따가 아니냐, 그것만이 문제다.
찐따란 무엇인가. 국어사전에서 찾아볼 수 없는 이 단어는 네티즌 전용 사전인 나무위키에서 “어수룩하고 지질한 사람, 타인과 잘 어울리지 못하는 사람을 뜻하는 비속어”로 정의하고 있다. 무리에서 겉도는 사람을 일컫는 ‘아싸’(아웃사이더)가 유의어랄 수 있고 ‘인싸’나 ‘일진’이 대척점에 있는 단어쯤 된다. 찐따와 의미가 완벽하게 일치하진 않지만 쓰임이 비슷한 영어 단어로는 ‘dork’ 나 ‘nerd’가 있다.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 모두 주류에 들어가지 못하고 다수에게 괴짜 취급을 받는다는 공통점이 있다.
대부분 찐따를 멀리하고 싶어 하지만 이들은 곳곳에서 ‘찐따력(力)’을 발휘하기도 한다. 다수의 생각과 취향에 휩쓸리지 않을때 나오는 상상력과 창의성이 그 힘이다. 지난 한 달간 테크 기사에 가장 자주 등장한 샘 올트먼 오픈AI 창업자는 10대 때 찐따나 아싸였을 가능성이 높다. 그는 고등학교 때 자신이 동성애자라고 공개적으로 밝혔고 채식을 시작했다. 어릴 때부터 소수자인 자신의 정체성을 꿋꿋하게 지킨 올트먼이 창업한 오픈AI의 기업가치는 1000억달러(약 130조원)를 바라보고 있다.
올트먼보다 세계 테크 기사에 더 많이 등장한 일론 머스크 테슬라·스페이스X 창업자는 찐따이자 왕따였다. 최근에 나온 그의 전기(傳記)에 따르면 머스크는 어린 시절 몸이 허약한 데다 내성적이고 직설적인 성격 때문에 따돌림을 당했고 자주 맞고 다녔다. 계단에서 밀려 굴러떨어진 뒤에도 맞는 바람에 의식을 잃은 적도 있다. 그는 훗날 자신이 얻어맞고 걷어차인 운동장을 떠올리며 트위터를 인수했다. (대인관계엔 문제가 있더라도) 똑똑하고 재치 있는 사람들이 활개를 칠 수 있는 운동장을 만들고 싶었기 때문이다.
스티브 잡스 애플 창업자도 찐따였다는 정황이 곳곳에서 드러난다. 학교에선 입양아라고 놀림을 당하고 꼴통 취급을 받아 차고에서 혼자 무언가를 만드는 일에 몰두한 그의 모습은 전형적인 찐따 아닌가. 이런 잡스가 탄생시킨 아이폰은 이제 찐따가 되지 않으려는 10대들의 필수품이 됐다.
찐따라고 놀림받거나 스스로 아싸라고 느껴진다면, 이제는 찐따가 되기를, 아싸가 되기를 두려워하지 말자. 아이폰을 쓰든, 갤럭시폰을 쓰든, 아니면 아예 스마트폰을 쓰지 않든 당신의 세상도, 남들의 세상도 달라지지 않는다. 결국 세상은 남들과 다르게 생각하고 다른 길을 가는 당신이 바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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