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경대] 어묵 국물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한겨울에 만나는 반가운 음식으로 어묵만 한 것이 또 있을까.
칼바람이 옷섶까지 파고들어 한없이 몸을 움츠리다가도 뜨끈한 어묵 국물 한 컵에 기지개를 켜듯 따스한 온기가 온몸을 녹이니, 겨울을 위해 태어난 음식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윤석열 대통령의 부산 깡통시장 방문에 동행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어묵 가게에서 "사장님, 저 어묵 국물 좀"이라고 요청한 뒤 국물을 마시면서 "아 좋다"라고 말하는 모습이 온라인 영상을 탄 것이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한겨울에 만나는 반가운 음식으로 어묵만 한 것이 또 있을까. 아니 ‘어묵 국물’이라고 해야 정확하겠다. 칼바람이 옷섶까지 파고들어 한없이 몸을 움츠리다가도 뜨끈한 어묵 국물 한 컵에 기지개를 켜듯 따스한 온기가 온몸을 녹이니, 겨울을 위해 태어난 음식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깊게 우러난 국물 맛은 또 어찌나 진하고 구수한지. 서민들의 ‘소울 푸드’라는 수식어가 괜히 붙은 것이 아니다.
흔히 일본 냄비 요리의 하나인 ‘오뎅(おでん)’으로도 혼동해 불리는 어묵은 사실 그 역사가 꽤 오래됐다. 조선 숙종 45년(1719년)의 연회 기록인 ‘진연의궤’에 생선숙편이 등장하는데, 생선을 으깨고 녹말 참기름 간장을 넣고 쪄낸 음식으로, 오늘날 어묵과 유사하다. 고대 중국에도 ‘어환(魚丸)’이 있었다고 전한다. 중국 얘기를 덧붙이자면, 수협중앙회 수산경제연구원이 최근 발행한 주간지 ‘수산경제리포트’에는 ‘진나라 진시황이 생선요리를 즐겼는데, 만약 생선요리에서 가시가 나오면 요리사를 사형에 처했기에 가시를 완전히 제거한 요리를 만들기 위해 고심하던 요리사가 생선을 으깨 경단으로 만든 것이 어묵’이라는 설이 소개돼 있다.
어묵은 가난하고 고단하던 시절, 우리네 서민들의 배를 든든하게 채워준 한없이 고마운 존재였다. 값싸게 단백질을 섭취하기에는 이만한 음식이 없어 70년대에는 도시락 반찬으로 최고의 인기를 구가하기도 했다. 항구도시 부산이 어묵의 성지로 호황을 누리게 된 것도 일본과 가까운 지리적 위치로 개항과 강점기를 거치면서 자연스럽게 어묵 공장과 점포가 늘어난 데다, 한국전쟁 때 대거 부산으로 유입된 피란민들의 주린 배를 채우는 데 최적화된 음식이었기 때문이다.
그 어묵 국물이 대기업 총수들의 전통시장 방문길에 화제가 됐다. 윤석열 대통령의 부산 깡통시장 방문에 동행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어묵 가게에서 “사장님, 저 어묵 국물 좀”이라고 요청한 뒤 국물을 마시면서 “아 좋다”라고 말하는 모습이 온라인 영상을 탄 것이다. 한국 최고 재벌가 회장이 시장 거리의 어묵 국물 맛에 행복해하는 모습은 생소하면서도 친근했다. 바라건대, 그런 ‘소확행’이 넘치는 새해가 됐으면 좋겠다. 최동열 강릉본부장
Copyright © 강원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올 한 해 직장인들이 가장 힘들었던 점은…“저임금·장시간 노동”
- 원주 무인점포 난장판 만든 ‘문신남’ 잡고 보니 고교생
- 원주 18층 아파트 옥상서 애정행각… "출입 금지" 경고문에 사진 '떡하니'
- 설악산 실종 산악회원 2명, 하루 차이로 숨진채 발견
- “반려동물 유모차가 더 팔렸다”…저출산에 유아용 판매량 앞서
- 도루묵이 사라졌다…따뜻한 바닷물에 어획량 반토막
- ‘경찰도 당했다’ 부고장 사칭 스미싱 문자 주의보
- 성폭행 혐의 전 강원FC 선수 2명 항소심도 중형 구형
- [속보] "LK-99 상온상압 초전도체 근거 전혀 없다"
- 강원 아파트 매매 회전율 최저치 ‘거래 절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