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클럽] 향기로운 산타 클로스
행복한 성탄절 보내셨습니까?
특정 시즌을 겨냥하고 나오는 상품이 출판계에도 있습니다.
지난주 리뷰한 ‘크리스마스는 왜’(비아북)이 대표적이죠.
크리스마스가 아니라면 이 책을 굳이 읽을 이유는 없겠지만,
크리스마스에 읽으면 크리스마스 분위기를 만끽할 수 있는 책.
저자 마크 포사이스를 설명하자면 ‘영국의 빌 브라이슨’이라고나 할까요.
언론인이며 작가인데, 말하자면 잡학의 대가입니다.
성경에 예수 생일이 기록돼 있지 않는데 크리스마스는 왜 12월 25일인지,
크리스마스의 기원은 무엇인지,
산타 클로스의 유래가 된 성 니콜라스는 어떤 인물인지에 대해 입담 좋게 풀어냅니다.
저 개인적으로는 성 니콜라스가 온 몸에서 환상적인 향기가 났는데,
입냄새조차 감미로웠다고 전해진다는 구절을 보고 시쳇말로 ‘빵’ 터졌습니다.
성경에 예수 생일 안 적혀있는데… 성탄절은 왜 12월 25일일까
오늘은 일 년 중 가장 고요한 도시를 만날 수 있는 날이다. 새벽 1시, 하나 둘 꺼져가던 불빛도 보이지 않고 거리의 사람들이 사라질 때-서울은 고장난 멜로디 카드처럼 조용하기만 하다.
김애란 단편 소설 ‘성탄특선’은 이런 문장으로 시작합니다.
눈 내리는 성탄 전야, 빈 방을 찾아 헤매는 연인들의 이야기를 다룹니다.
사귀기 시작한 후 네번째 맞는 크리스마스. 빠듯한 집안 형편 때문에 갖은 우여곡절을 겪었던 커플은
겨우 둘 다 번듯한 직장인이 되어 처음으로 다른 연인들처럼 함께 크리스마스 이브를 보내려 합니다.
그러나 성탄 전날 서울 시내 웬만한 숙소에서 묵으려면 몇 달 전부터 예약해야 한다는 걸 몰랐던 이들은
결국 계획을 포기하게 되지요.
성탄 전야에 머물 곳을 찾지 못한 커플이 어디 이들 뿐이던가요?
마구간에서 아이를 낳을 수밖에 없었던 성모 마리아와 요셉의 이야기가 연인들의 사연에 겹쳐집니다.
가장 낮은 곳으로 임하는 이가 세상에 온 날이 상업주의에 물든 세태를 담담하게 그려낸 소설입니다.
늘 그렇듯 크리스마스는 사람들한테서 가장 좋은 면과 가장 나쁜 면 둘 다를 끌어냈다.
이는 Books가 ‘올해의 책’으로 선정한 클레어 키건의 소설 ‘이처럼 사소한 것들’에 나오는 문장.
배경은 성탄 무렵 아일랜드의 한 소도시.
계도라는 명분 아래 미혼모들을 학대해 온 수녀원의 악행을 목도한 평범한 사내가
가톨릭 재단 학교에 다니는 딸들의 안위를 위해 이를 묵인할지,
아니면 정의를 실현할지 갈등하며 겪는 마음의 여정을 따라갑니다.
‘네 이웃을 네 몸과 같이 사랑하라’는 성경 말씀과 크리스마스 정신을 곱씹어 보게 하는 이야기.
‘성탄 특선’으로 독자 여러분께 이 두 편의 소설을 권해 보았습니다.
곽아람 Books 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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