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둘기 파월’이 파티 시작은 아니다 [특파원칼럼/김현수]

김현수 뉴욕 특파원 2023. 12. 25. 23: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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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전망을 다시 써야 한다니."

13일, 미국 월가 경제 전망 담당자들은 공황에 빠졌다.

연준은 최근 경제 전망에서 완벽한 연착륙을 예상했지만 누적된 긴축 효과로 경기 둔화를 피하긴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비둘기 파월'에 급하게 경제 전망을 고친 미 투자은행 10곳 중 5곳이 내년 미국이 경기 침체를 맞을 것으로 예상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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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리 인하 기대에도 美투자은행 절반 “내년 침체”
韓, 美·中 경기둔화-지정학적 불확실성 대비해야
김현수 뉴욕 특파원
“경제 전망을 다시 써야 한다니….”

13일, 미국 월가 경제 전망 담당자들은 공황에 빠졌다. 이날 제롬 파월 미 중앙은행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이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 시장 예상과 달리 “금리 인하 논의를 시작했다”며 피벗(정책 전환)을 공식화했다. ‘비둘기(통화정책 완화) 파월’로 돌아선 그의 발언에 써놨던 전망을 다 뜯어고쳐야 하는 상황이 된 것이다.

실제로 이달 초 기자들 대상으로 설명회까지 열었던 투자은행 뱅크오브아메리카(BoA)는 FOMC 직후 금리 인하 전망 시점을 내년 6월에서 3월로, 골드만삭스는 내년 12월에서 3월로 당겼다. 월가 금융기관 관계자는 “10월엔 장기 국채금리가 5%까지 올랐다가 지금은 무려 1%포인트 내려갈 정도로 앞을 내다보기 힘들다”고 말했다.

기자도 파월 의장이 연말까진 ‘긴축의 언어’를 유지할 줄 알고 편안한 마음으로 기자회견을 보다 놀란 쪽이었다. 그 2주 전 금리 인하 논의는 “시기상조”라고 못 박지 않았나. 2주 동안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월가에선 두 가지 이야기가 나온다. 첫째, 파월이 피벗 공식화를 선언할 만큼 연준 정책 목표인 2% 물가에 근접한 데이터를 따로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미 정부 공식 통계는 전월 대비, 전년 대비 물가상승률만 공개되지만 최근 3개월로 기간을 잡으면 이미 인플레이션 수치는 2%대라는 분석이 나온다.

둘째, 내년 11월 미 대선이다. 내년 7, 8월 야당 공화당과 집권 민주당이 각각 전당대회를 열고 대선 후보를 최종 선정해 본격적인 대선 정국으로 돌입하기 전에 금리를 내리는 게 정치적 논란을 피하는 길이라고 판단했을 수 있다는 것이다. 파월 의장은 기자회견에서 비슷한 질문을 받고 “정치적 이벤트는 고려하지 않는다”고 강조했지만 시카고상품거래소 페드워치에 따르면 연방기금 금리선물 시장 투자자들은 이미 내년 3월 인하 가능성을 93%로 기정사실화하는 분위기다.

금리가 인하되면 자금 조달 비용이 낮아지니 투자가 늘고, 주택담보대출 금리 하락으로 부동산 시장도 숨통이 트일 수 있다. 이 같은 기대감에 뉴욕 증시에선 초우량 기업 30개 종목을 모은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가 연일 사상 최대치를 찍는 중이다.

하지만 ‘금리 인하=파티 시작’은 아니다. 연준은 최근 경제 전망에서 완벽한 연착륙을 예상했지만 누적된 긴축 효과로 경기 둔화를 피하긴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연말 쇼핑의 즐거움을 누린 소비자들의 신용카드는 한도에 가까워졌다. 2030세대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 때 미뤄진 학자금 대출을 다시 갚아야 한다. ‘비둘기 파월’에 급하게 경제 전망을 고친 미 투자은행 10곳 중 5곳이 내년 미국이 경기 침체를 맞을 것으로 예상하는 이유다.

무엇보다 작년 이맘때 뛰어난 경제학자나 투자사들의 전망이 거의 틀렸다. 기존 ‘공식’으로 해석하기 어려운 경제적, 정치적, 지정학적 불확실성이 너무 크기 때문이다. 결국 한국 경제는 새해에 미국과 중국 경기 둔화와 더불어 불확실성에도 대비해야 한다는 의미다. ‘월가의 황제’ 제이미 다이먼 JP모건 회장은 고금리 우려가 컸던 지난달 “위험 관리를 위해 은행은 금리가 7, 8%로 오를 가능성까지 대비해야 한다”며 모든 시나리오를 미리 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를 지금 상황에 대입하자면 ‘금리 인하가 경제에 확실한 봄이 되지 않을 가능성에도 충분히 대비해야 한다’가 될 것이다. 긴축 누적 효과가 지연되며 주요국이 올해 경기 침체를 면했던 것처럼 금리 인하가 부를 봄도 더디게 올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김현수 뉴욕 특파원 kimh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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