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환기칼럼] 방아쇠 당겨진 86세대 퇴출
운동권 출신 정치인들 민낯 드러내
여야, 789 중심 세대교체 경쟁 전망
불명예 강퇴당하기 전 용퇴 결단을
물러날 때를 알고 떠나는 이의 뒷모습은 아름답다. 기득권과 욕심을 내려놓는 용기, 자신에 대한 냉철한 평가. 이런 것들이 있어야만 할 수 있는 결단이라 울림을 준다. 정상에 있을 때 박수를 받으며 내려오지 못했다면 그나마 품위를 지킬 수 있는 퇴진 시점을 찾는 게 현명한 선택이다. 86세대 운동권 출신 정치인들은 정반대의 길을 간다. 정치개혁 대상으로 전락한 지 오래됐지만 버티기로 일관한다. 국민의 인내심은 바닥을 드러내고 있다.
그의 추락은 86세대가 비교우위에 있다고 자부하던 도덕성의 파산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그런데도 민주당 내 86세대 국회의원 50여명 대부분은 총선 출마 채비를 하고 있다. 86세대 용퇴론엔 모르쇠로 일관하며 귀를 닫고 있다. 권력의 단맛에 중독된 기득권자들의 전형적인 모습이다.
황당한 것은 86세대가 퇴진론의 불길을 끄기 위해 반격에 나선 점이다. 선봉에 선 이는 내년 총선 출마를 밝힌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이다. 그는 당내외에서 제기되는 86세대 청산론에 대해 “집단적으로 몰아 퇴출 대상이라고 하는 것은 정치적 공격”이라고 했다. “86세대가 윤석열정부와 싸우는 동시에 새로운 시대로 가는 문을 열어주는 역할을 해야 한다”고도 했다. “70년대생은 86세대 수발들다 시간 다 보냈고 이젠 80년대생에게까지 위협받고 있다”는 지적을 외면한 이기적인 발언이다. 86세대가 정치발전을 위해 기여한 게 뭐가 있다고 더 할 일이 남아 있다며 버티는가. 새 시대로 가는 문을 닫아걸고 있던 장본인들이 86세대 아니었나.
전국대학생대표자협의회 의장을 지낸 그는 이인영 의원, 우상호 전 의원과 함께 학생운동 최대 세력인 NL(민족해방)계의 대표 주자다. 33세에 국회의원이 돼 2선과 대통령 비서실장을 하고도 정계은퇴를 번복하며 또 선수를 쌓으려는 것은 탐욕이다. 86세대가 민주화 시대를 앞당긴 것은 부정할 수 없다. 그렇지만 사회주의(PD)와 주체사상(NL) 운동으로 국가의 체제 불안을 야기한 과오는 공보다 훨씬 큰 것이 사실이다. 선민의식을 가질 만큼 자랑스러운 경력이 아닌 것이다.
86세대는 학생운동 이력 하나로 30년 동안 과분한 혜택을 누렸다. 이제 정치무대에서 내려올 때가 됐다. 이념·투쟁 과잉의 운동권식 정치는 진영 갈등만 조장했을 뿐이다. 1973년생 한동훈 국민의힘 비대위원장 취임은 여의도 정치권에 세대교체 바람을 불러일으킬 공산이 크다. 국민의힘이 789(1970∼1990년대생)세대 중심 당으로 체질 개선을 하면 민주당 내 86세대 퇴진론은 더욱 힘을 받고 유권자의 표심도 요동칠 수 있다.
김영춘 전 해양수산부 장관은 2022년 3월 정계은퇴 선언으로 86세대 용퇴의 물꼬를 열었다. “시대가 변하고 있다. 이제 민주주의, 통일, 기득권 타파 등 거대담론의 시대가 아니라 생활정치의 시대가 됐다.” 그의 은퇴사는 시대적 소명에 부응할 수 없는 86세대가 새겨들어야 할 고언이다. 강퇴당하기 전에 실용주의로 무장한 각계 전문가 등 789세대에게 새길을 터주는 용기를 발휘하기 바란다.
김환기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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