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살·2살 아기 안고 4층서 뛰어내린 부부 결국…크리스마스의 비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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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에 사이렌 소리가 크게 들려 잠에서 깼는데 울부짖고 비명을 지르는 목소리가 들려 너무 놀랐습니다. 21년간 이 아파트에 살면서 처음 겪는 일입니다."
서울이 8년 만에 화이트 크리스마스를 기록한 25일 도봉구의 한 아파트에서 불이 나 2명이 사망하고 29명이 중경상을 입는 대형 불상사가 발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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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명 사망·29명 중경상당해
4층에 살던 일가족 참변
아내·아이들 살고 아빠 숨져
소방당국 3시간 만에 진화
경찰 “범죄 혐의점은 없어”
서울이 8년 만에 화이트 크리스마스를 기록한 25일 도봉구의 한 아파트에서 불이 나 2명이 사망하고 29명이 중경상을 입는 대형 불상사가 발생했다.
경찰과 소방 당국에 따르면 이날 오전 4시 57분께 도봉구 방학동 대상타운현대 아파트 207동 3층에서 불이 났다는 신고가 접수됐다. 5분 만에 선착대가 도착해 대응 1단계를 발령했다. 소방 당국은 화재 진압에 차량 57대와 인력 222명을 동원했고 주민 200여명을 대피시켰다. 이후 오전 6시 36분께 큰불을 잡은뒤 화재 발생 3시간여 만인 8시 40분께 완전히 진화했다.
이번 화재 사고로 30대 남성 2명과 70대 여성 1명이 심정지 상태로 병원에 이송됐다. 이 중 남성 2명은 사망 판정을 받았고 여성은 의식을 회복해 생명에 지장이 없는 상태로 알려졌다. 대피 과정에서도 28명이 연기를 흡입하거나 다치는 등 중경상을 입었다. 이 중 20여명은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는 중이다. 화재가 발생한 집 거주자인 70대 남녀 2명은 밖으로 뛰어내려 생명을 건졌지만 허리 통증과 연기 흡입에 따른 고통을 호소해 병원으로 이송됐다.
경찰에 따르면 이날 사망한 30대 남성중 한명은 불이 난 세대 바로 위 4층에서 아내, 그리고 각각 2세, 0세인 자녀와 잠을 자다 변을 당했다. 불이 나자 30대 남편은 2세 아이를 포대에 던진 후 0세 영아를 안고 뛰어 내렸고 이후 아내가 뛰어내렸다. 아이들과 아내는 목숨을 구했지만 남편은 숨지고 말았다. 당국은 아파트 3층 내부에서 불이 시작된 것으로 추정하고 화재 원인을 조사 중이다. 경찰 관계자는 “범죄 혐의점은 없는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며 “내일(오는 26일) 소방 당국과 합동으로 현장 감식을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사고가 발생한 아파트 인근은 이른 오전부터 화재 현장을 확인하려는 주민들로 어수선했다. 인근 동에서 거주중인 A씨는 “날카로운 비명소리가 들리길래 처음에는 살인사고 같은 것이 발생한 줄 알았다”며 “뒤 베란다로 나가보니 소방차와 구급차 수십대가 오고 주민들이 피신하고 있어 그때서야 불이 난 줄 알았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화재가 난 3층 바로 아래층인 2층에 거주하던 B씨는 가족들과 함께 아파트 경로당에 마련된 임시대피소로 거처를 옮겼다. B씨는 “창문 바로 앞으로 불똥이 떨어지는 것을 봤다”며 충격을 감추지 못했다. 층마다 3세대씩 있는 이 아파트는 1층부터 5층까지는 현장 감식 등이 필요해 26일까지 들어갈 수 없다. B씨는 “9층까지도 질식증세를 보이는 주민이 있다고 한다”며 “설령 다른 곳으로 대피할 수 있다고 해도 내 집을 두고 어떻게 떠날 수 있겠냐”고 말했다.
도봉구청은 사고가 발생한 직후 수습을 위해 아파트 현장에 통합지원본부를 꾸리고 식수와 김밥 등을 비롯해 생필품을 지원하고 있다. 도봉구청 관계자는 “인근 모텔 3곳을 확보해 현재 18명이 들어갈 수 있는 상황이지만 집을 두고 안간다는 분들이 상당수”라고 전했다.
전문가들은 겨울철 공공주택 화재 관리에 주의를 당부했다. 공하성 우석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아직 사고 원인이 밝혀진 것은 아니지만 아파트에는 과부하를 대비한 배선용 전기 차단기와 누전 시 이를 차단해주는 누전 차단기가 있다”며 “둘 다 화재를 예방하기 위한 장치로, 이 장치의 ‘시험’ 버튼을 월 1회 이상 눌러 작동이 잘 되는 지 테스트 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고, ‘아크 차단기’를 설치하면 전기 불꽃으로 인한 화재도 많이 줄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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