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끄러운 얘기지만, 치과는 여러 곳 가보세요”
충치 의심만 돼도 금으로 때우고
최후의 수단인 임플란트 남발
큰 치과일수록 상업성 배제 못해
20~30년 오래된 곳 가는 거 추천
“무슨 바가지를 씌울까 무서워서, (검진한) 충치 환자에게 ‘치과에 가라’는 말을 못하겠더라고요.”
치과의사 김광수씨(70)는 최근 책 <임플란트 함부로 하지 말아야 할 이유>를 펴낸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지난 24일 서울 중구 한 카페에서 만난 김씨는 “임플란트는 충치나 잇몸병이 정말 심해서 치아를 도저히 쓸 수 없을 때 하는 최후의 수단”이라면서 “환자의 치아를 아껴야 하는 의사가 ‘어차피 얼마 뒤에 이를 뽑아야 한다’며 지레짐작하고 임플란트를 권고하면 안 된다”고 말했다.
그는 치과 병원을 차려서 도합 20년, 대학 강단에서 예방치과학 교수로 17년을 지낸 뒤 지난해부터 충청 지역 건강검진 기관 소속으로 공장을 오가며 치과 검진을 하고 있다.
김씨는 “(검진 기관에서) 매일 70~100명 치아를 봤다”고 말했다. 환자는 수만 많았던 게 아니라 대기업 정규직 30·40대부터 외국인 노동자까지 계층별로 다양했는데, 병원에서 하지 못했던 경험으로 과잉진료 현실을 실감한 뒤 평소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린 ‘소신’을 엮어 책으로 내게 됐다.
김씨는 “젊은 사람들의 치아에서 아말감(으로 때워진 충치)은 없고 금-인레이 충전만 많았다. 치료 중인 치아는 없는 반면 임플란트하기 위해 뽑힌 치아는 많았다”며 “(치아 한 개당) 1만5000~1만8000원이면 하는 아말감 치료 대신 개당 40만원하는 금-인레이 충전을 하거나 ‘어차피 1~2년 뒤에 (이가) 빠질 것’이라며 임플란트를 유도하는 등 과잉진료가 많다는 증거”라고 말했다.
그는 직접 검진했을 때 충치가 1~2개 있는 환자로부터 ‘다른 치과에서는 충치가 5~6개라고 한다’는 말을 들었을 때도 치과 과잉진료 세태를 체감했다고 한다. 이어 “충치가 의심되는 치아도 함부로 때우지 않는다는 원칙이 있었는데, 요즘은 충치가 의심되기만 해도 금으로 때운다”고 말했다.
상업성을 좇아가는 세태가 과잉 진료를 부추겼다고 김씨는 지적했다. 아말감 치료나 신경치료는 건강보험이 적용돼 수가가 낮기 때문에 의사나 실장을 통해 금-인레이나 임플란트 등 비싼 치료를 유도한다는 것이다. 김씨는 “ ‘의사는 많은 돈을 버는 직업’이라는 인식이 의사의 상업성 추구를 용인했다”며 “입시 제도상 돈 있는 집 자식이 의사 되기 더 쉬워졌다. 어려운 사람 형편도 잘 모르는 의사가 돈을 많이 버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게 문제”라고 말했다.
대형 병원에서 환자 유치 규모로 의사들의 실적을 평가하는 세태도 이를 부추긴다고 했다. 김씨는 “젊은 사람들이 칙칙한 아말감보다는 반짝이는 임플란트를 원하는 사치스러운 소비 풍조도 분명히 있다”면서도 “치과에서 아말감 치료를 소개하지 않는 게 문제의 원천”이라고도 말했다.
그는 “누워서 침 뱉는 이야기이지만 치과를 2~3군데 정도 다니며 검진을 받길 권한다”면서 “의사가 환자를 치료하기 전에 필요한 서로의 신뢰 관계를 부정하는 말처럼 들리겠지만, 이런 얘기를 해야 할 정도로 의사들이 환자에게 불신을 준 것도 사실”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크고 번듯한 대형 치과일수록 상업성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20~30년 정도 오래된 치과에 가는 것을 추천한다”고도 조언했다.
김씨는 치과를 포함한 모든 의료계의 공공성이 강화돼야 한다고도 강조했다. 의사 수가 늘어나면 의료의 질이 떨어지기 때문에 의대 증원을 반대하는 의료계의 주장과 관련해 “과당 경쟁 때문에 과잉 진료가 불가피하다는 말인데 의사가 돈을 많이 버는 게 당연한지, 이를 위한 과잉 진료는 정당한 것인지 되묻고 싶다”며 “사관학교나 교육대가 전문 군인·교사를 양성하듯 공공병원을 전담할 의료인력 전문 양성 기관을 만들어야 한다”고 밝혔다.
윤승민 기자 mea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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