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란드 전·현 정권 충돌
두다 대통령 “거부권 행사”
지난 10월 총선으로 집권당이 교체된 폴란드에서 전·현 정권 간 갈등이 커지고 있다.
안제이 두다 폴란드 대통령(사진)은 지난 23일(현지시간)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엑스(옛 트위터)를 통해 도날트 투스크 총리가 이끄는 새 정부가 제출한 지출 예산안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하겠다고 밝혔다. 폴란드에서 대통령은 의회가 제출한 법안을 거부할 권리를 갖고 있다. 지출 예산안에는 폴란드 국영방송 TVP 지원금 30억즈워티(약 9928억원)를 비롯해 교사와 공무원 임금을 각각 30%, 20% 인상하는 내용이 담겨 있다.
두다 대통령은 “(지출 예산안은) 명백한 헌법 위반”이라면서 크리스마스 직후에 의회에 자신이 별도의 지출 예산안을 제출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얀 그라비에츠 총리 비서실장은 두다 대통령의 이 같은 발언에 대해 “대통령의 권한을 벗어나는 일”이라면서 “터무니없다”고 응수했다.
최근 폴란드에서는 지난 13일 도날트 투스크 총리가 이끄는 새 정부가 출범하면서 국가 수반인 두다 대통령과 실권자인 투스크 총리 사이의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두다 대통령은 공식적인 당적은 없으나 2015년과 2020년 대선에서 이전 집권당인 법과정의당(PiS)의 지지를 받아 당선했다. 법과정의당은 지난 10월 총선에서 투스크 총리가 이끈 야권연합에 패하면서 2015년 이후 8년 만에 정권을 내줬다.
지난 13일 공식 취임한 투스크 총리는 지난 20일 언론 개혁의 일환으로 TVP, 국영 라디오, 국영 통신사 경영진을 전격 해임했다. 이들 국영매체는 법과정의당 집권 시기에 정권의 나팔수로 전락했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두다 대통령은 지난 21일 새 정부의 국영 매체 경영진 해임에 대해 헌법에 반하는 불법적인 행위라면서 “무정부 상태”라고 비판했다.
폴리티코 유럽판은 “국영 매체 및 예산안을 둘러싼 대통령과 총리의 충돌은 투스크 정부가 법과정의당의 권력과 자금 원천을 끊어놓으려는 과정에서 벌어지는 전투”라고 설명했다. 투스크 총리는 지난 21일에는 정보기구 수장도 교체하는 등 최근 전 정권 흔적 지우기에 속도를 내고 있다.
정원식 기자 bachwsi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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