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성탄 전야에도 가자 난민촌 폭격…최소 70명 사망
성탄절 전야에도 이스라엘의 미사일은 멈추지 않았다. 이스라엘군이 24일(현지시간) 피란민이 밀집한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난민촌에 대대적인 공격을 가하면서 민간인 피해가 속출했다.
가자지구 보건부에 따르면 이날 밤 이스라엘군의 공습으로 중부 알마가지 난민촌에서 어린이 7명을 포함해 최소 70명이 사망했다. 최근 이스라엘군이 공세를 강화하고 있는 남부 도시 칸유니스에서도 8명이 사망했다.
이날 AP통신 등이 촬영한 영상에는 중상을 입은 이들이 인근 알아크사 병원으로 이송되는 모습이 담겼다. 병원 앞에는 흰 천으로 싸인 수십구의 시신이 쌓였다.
이번 공습으로 딸과 손주들을 잃은 아마드 투로마니는 “우리 모두가 표적이 됐다”면서 “가자지구에 안전한 곳은 없다. 그들(이스라엘군)이 우리에게 가자시티를 떠나라고 해서 이곳으로 왔는데, 결국 우리는 죽기 위해 가자 중심부로 온 것”이라고 말했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도 한 팔레스타인 소녀가 아버지에게 어머니를 찾아달라고 애원하며 울부짖는 영상이 올라왔다. 이 소녀의 어머니는 알마가지에서 폭격으로 사망한 사람들 중 한 명이다.
가자지구 보건부 대변인 아슈라프 알쿠드라는 “사망자가 더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면서 “민간인으로 붐비는 주택가에서 ‘대학살’이 벌어졌다”고 말했다.
알마가지 난민촌은 1948년 이스라엘의 건국으로 살던 땅에서 쫓겨난 팔레스타인인들을 수용하기 위해 1949년 가자지구 내에 세워진 8개의 난민촌 가운데 하나다. 불과 0.6㎢ 크기에 3만3255명이 거주하고 있어 인구 밀도가 매우 높은 지역이다.
성탄 전야에 시작된 공습은 성탄절인 25일에도 계속돼 알부레이 난민촌과 알누세라이트 난민촌이 집중 공격을 받고 있다고 팔레스타인 적신월사가 밝혔다. 적신월사는 이스라엘군이 난민촌 인근 주요 도로를 계속 폭격해 구조 활동 및 구급차의 이동이 방해를 받고 있다고 밝혔다.
남부 칸유니스의 주거용 건물에도 공습이 이어져 부상을 입은 어린이들이 병원으로 실려오는 모습이 SNS 영상에서 확인됐다.
교전이 격렬해지면서 이스라엘군의 피해도 계속되고 있다. 이스라엘군은 지난 23~24일 이틀 새 군인 15명이 전투 도중 사망했다고 밝혔다.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는 이날 영상 성명을 통해 “우리는 가자지구 전쟁의 강도를 더 높이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전쟁에는 영웅적인 군인들의 목숨을 비롯해 무거운 대가가 따른다”면서 “그러나 승리를 얻기 전까지는 멈추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네타냐후 총리는 최근 미국이 이스라엘에 군사행동 강도를 낮출 것을 요구했다는 보도를 일축하며 “이스라엘은 주권 국가”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날 전시내각 회의에서 “우리의 모든 군사적 결정은 우리의 계산에 기반한 것”이라며 “외부 압력에 의해 결정되는 것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예수 탄생지인 팔레스타인 베들레헴은 매년 성탄절 즈음 축제를 즐기는 이들로 북적였지만, 올해는 가자지구에서 벌어지고 있는 전쟁으로 기념 행사가 취소되거나 축소되며 인파가 크게 줄었다.
팔레스타인 개신교인들은 기념 행사 대신 촛불을 켜고 가자지구의 평화를 기원하는 성탄 철야 기도회를 열었다.
선명수 기자 sm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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