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입 금지당한 장애인활동가·출교당한 목사…배제된 사람들의 예배

김세훈 기자 2023. 12. 25. 2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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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장연·이동환 목사, 혜화역서 예배 열려다 교통공사에 제지…노상서 기도하며 연대 되새겨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활동가와 소수자를 축복했다는 이유로 교단에서 출교당한 이동환 목사 등이 25일 서울 혜화역 부근에서 ‘배제된 자들을 위한 성탄절’ 예배를 드리고 있다. 김창길 기자 cut@kyunghyang.com

성탄절인 25일 오전 10시40분. 서울지하철 4호선 혜화역 곳곳에는 철제펜스가 둘러쳐져 있었다. 오전 11시가 가까워지자 경찰 기동대와 교통공사 직원 수십명의 움직임도 바빠졌다. 이날 대합실에서 열릴 예정이던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 등의 ‘배제된 자들을 위한 성탄예배 선전전’을 봉쇄하기 위해서였다. 전장연은 이날 성소수자를 축복했다는 이유로 교단에서 출교당한 이동환 목사와 함께 혜화역에서 성탄예배를 진행하겠다는 예고를 한 상태였다.

공사는 이날 전장연의 선전전을 전면 불허했다. 공사 직원들은 전장연이 성탄예배 선전전을 위해 준비한 철제 시설물을 엘리베이터 앞으로 끌고 나갔다. 현장을 찾은 장혜영 정의당 의원·강민정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이 “성탄예배만 드리겠다는데 이것마저 막느냐”고 항의하자 공사 측은 “법대로 한 것일 뿐이다. 지금까지 전장연이 보인 행태를 보면 (허가가) 안 된다”고 했다. 이동환 목사가 “30분만 예배를 드리고 해산하겠다”고 했으나 공사 측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참가자 20여명이 예배 시작을 알리는 찬송가를 부르자 공사 직원들은 반복해서 퇴거를 요청한 데 이어 예배 참가자들을 한 사람씩 붙잡고 역 밖으로 끌어냈다. 혜화역 대합실에서 쫓겨난 이들은 서울 대학로 마로니에 공원 옆 노상에서 예배를 이어갔다.

이동환 목사는 “예수님은 가난하고, 고난을 겪고 억울해하는 사람을 위해 이 땅에 오셨다”며 “오늘날이라면 절박한 기다림이 있는 이동권 투쟁의 현장에 오셨을 것”이라고 했다. 박경석 전장연 공동대표는 “장애인이동권 예산 271억원 증액을 요구하며 침묵시위를 벌였으나 결국 증액은 무산됐다”면서 “단순히 예산의 문제가 아니라 장애인에 대한 존엄의 문제이자 권리의 문제이고 시민권의 문제인데 단순히 ‘세금을 축내는 사람’으로 취급해버리는 사회의 시각이 아쉽다”고 지적했다.·

참가자들은 핫팩을 나누고 서로의 안부를 물으며 온기를 나눴다. 이해민씨(26)는 “원래 오늘 교회에서 하는 성탄예배에 가려다가 가난하고 소외되고 약한 이들이 있는 곳에 가서 함께하는 게 성탄의 의미를 되새기는 데 좋을 것 같아 이곳에 왔다”고 했다. 조은소리씨(25)는 “이렇게 쫓겨난 사람들끼리 모여 권리를 이야기하니 마음이 따뜻해진다. 내년에는 이동환 목사 출교 처분도 취소되고 다 함께 교회에서 원래대로 예배드리면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김세훈 기자 ksh3712@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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