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마 피해 몸 던진 아빠, 품속 아이는 살리고…
4층서 7개월 딸 안고 추락사
엄마 중상…자녀 2명은 무사
10층 최초 신고자도 질식사
2명 숨지고 32명 중경상
성탄절인 25일 새벽 서울 도봉구의 한 아파트에서 화재가 발생해 아파트 주민 2명이 숨지고 수십명이 다쳤다. 사망자 가운데 1명은 화재가 발생한 아파트 3층의 바로 위층인 4층에서 뛰어내린 30대 남성으로, 화재 당시 아이를 안고 뛰어내렸다 숨진 것으로 전해졌다. 다른 30대 남성도 함께 사는 가족들을 대피시킨 뒤 탈출하려다 계단에서 연기를 흡입해 사망한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 도봉경찰서와 도봉소방서에 따르면 이날 오전 4시57분쯤 도봉구 방학동의 21층짜리 아파트에서 불이 나 30대 남성 2명이 숨지고 32명이 연기 흡입, 골절상 등 중경상을 입고 병원으로 이송됐다. 70대 여성 등 중상자도 3명이 나왔지만 위독한 상태는 아닌 것으로 파악됐다.
최초 발화 지점으로 추정되는 3층 바로 위층에 살던 부부는 화재 감지 이후 두 살배기 첫째 딸을 지상에 있던 재활용쓰레기 포대 더미 위로 던진 뒤 남편 박모씨(33)가 생후 7개월 된 둘째 딸을 안고 먼저 뛰어내린 것으로 파악됐다. 이후 부인 정모씨(34)가 뒤따라 뛰어내린 것으로 조사됐다. 추락 직후 심정지상태로 발견된 남편 박씨는 병원으로 이송됐지만 끝내 숨을 거뒀다.
아파트 10층에 거주하던 임모씨(38)도 이번 사고로 숨졌다. 임씨는 부모와 남동생을 먼저 대피시킨 뒤 11층으로 올라가려다 계단 통로에서 연기를 흡입해 질식사한 것으로 추정됐다. 임씨는 이번 화재 사고의 최초 신고자로 조사됐다. 화재 신고를 받고 현장에 출동한 소방은 소방 1단계를 발령한 뒤 차량 57대와 인력 222명을 동원해 화재를 진압하고 주민 200여명을 긴급 대피시켰다. 오전 6시36분쯤 큰 불길이 잡혔고, 오전 8시40분에 완전 진화됐다.
아파트 주민 A씨는 언론 인터뷰에서 “화재 당시 연기로 인해 어디가 계단인지 구분이 안 갔다”고 했다. 다른 주민은 “집에 있었는데 공기청정기가 소리를 내면서 빨갛게 변하더라. 창문을 열어보니 검은 연기와 불길이 보였다”고 했다.
소방은 아파트 3층에서 불이 시작된 것으로 보고 있다. 3층에 거주하던 70대 부부는 화재 당시 자력으로 대피한 뒤 병원에 입원 중인 것으로 파악됐다. 불길은 순식간에 아파트 15층까지 번진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 관계자는 “범죄 혐의점은 없다고 보고 있다”고 했다. 경찰과 소방은 26일 합동감식을 통해 정확한 화재 원인 등을 조사할 예정이다.
도봉구는 이날 화재 통합지원본부를 꾸리고 화재 피해 접수를 하고 있다. 이날 오후 4시30분까지 33건의 피해가 접수됐다. 윤석열 대통령은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서 “유명을 달리하신 분들의 명복을 빌고 슬픔에 잠겨 계실 유가족 여러분께 위로 말씀을 드린다”면서 “사고로 인해 부상을 입은 분들의 쾌유를 기원한다”고 밝혔다.
김세훈 기자 ksh3712@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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